[사설] 영세 기업 주 52시간제 단단히 보완해야

2021. 6. 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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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달리 소기업은 역량 부족
산업 뿌리 흔들지 않도록 관리해야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주52시간제 대책 마련 촉구 경제단체 공동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보완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뉴스1]

주 52시간 근로제가 결국 전면 시행 단계에 들어간다.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한 주 52시간제가 다음 달 1일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면서다. 그간 통계로만 보면 주 52시간제는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일하는 방식과 삶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제도 도입 3년째가 된 현 시점에서 비교해 보면 연간 근로시간이 2017년 2014시간에서 2020년 1952시간으로 줄어들고(상용 5인 이상 기준), 주 53시간 이상 취업자 비율도 같은 기간 19.9%에서 12.4%로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19년 임금근로자의 근로여건 만족도가 27.7%에서 32.3%로 증가했다. 특히 근로시간 만족도가 28.0%에서 34.5%로 늘어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러나 이런 기계적 통계치가 보여주는 밝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대기업조차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했다. 오후 6시만 되면 컴퓨터 전원이 차단되고 일하던 도중에도 손을 놓아야 했다. 기업 규모가 작아질수록 그 고통은 더 커진다. 납기를 맞추려면 연장·야간 근로가 불가피해도 주 52시간제 준수가 먼저다. 위반하면 사업주는 범법자가 된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생산과 서비스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다음 달부터 50인 미만(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를 의무화한다. 이들 기업은 주로 주조·금형·열처리·사출·프레스·센서 등을 담당하는 ‘뿌리 산업’과 영세 서비스업이다. 경기도 판교와 서울 테헤란로·성수동·공덕동 등에 많은 차세대 스타트업·벤처기업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은 경영 자원이 풍부하고 시스템이 안정돼 있어 그나마 주 52시간제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 왔다. 하지만 규모가 영세한 기업은 과연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까. 4월 정부 자체 조사로는 대상 기업 93%가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이 4월부터 최장 6개월로 늘어났다고 해도 소기업은 이 제도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원과 역량이 충분치 않다. 소기업은 인력도 구하기 어려워 자칫 산업의 뿌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

임금이 불안정한 소기업 근로자들은 생계 위협에 내몰릴 우려도 있다. 줄어드는 근로시간 때문에 밤에 알바를 뛰거나 부업해 소득을 벌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저녁도 없어지고 삶이 더 고단하게 될 수도 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획일적 정규직화처럼 비현실적인 정책에서 수없이 목격했던 부작용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제도의 당위성만 내세울 게 아니라 단단한 보완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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