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세 기업 주 52시간제 단단히 보완해야
산업 뿌리 흔들지 않도록 관리해야
주 52시간 근로제가 결국 전면 시행 단계에 들어간다.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한 주 52시간제가 다음 달 1일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면서다. 그간 통계로만 보면 주 52시간제는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일하는 방식과 삶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제도 도입 3년째가 된 현 시점에서 비교해 보면 연간 근로시간이 2017년 2014시간에서 2020년 1952시간으로 줄어들고(상용 5인 이상 기준), 주 53시간 이상 취업자 비율도 같은 기간 19.9%에서 12.4%로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19년 임금근로자의 근로여건 만족도가 27.7%에서 32.3%로 증가했다. 특히 근로시간 만족도가 28.0%에서 34.5%로 늘어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러나 이런 기계적 통계치가 보여주는 밝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대기업조차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했다. 오후 6시만 되면 컴퓨터 전원이 차단되고 일하던 도중에도 손을 놓아야 했다. 기업 규모가 작아질수록 그 고통은 더 커진다. 납기를 맞추려면 연장·야간 근로가 불가피해도 주 52시간제 준수가 먼저다. 위반하면 사업주는 범법자가 된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생산과 서비스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다음 달부터 50인 미만(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를 의무화한다. 이들 기업은 주로 주조·금형·열처리·사출·프레스·센서 등을 담당하는 ‘뿌리 산업’과 영세 서비스업이다. 경기도 판교와 서울 테헤란로·성수동·공덕동 등에 많은 차세대 스타트업·벤처기업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은 경영 자원이 풍부하고 시스템이 안정돼 있어 그나마 주 52시간제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 왔다. 하지만 규모가 영세한 기업은 과연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까. 4월 정부 자체 조사로는 대상 기업 93%가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이 4월부터 최장 6개월로 늘어났다고 해도 소기업은 이 제도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원과 역량이 충분치 않다. 소기업은 인력도 구하기 어려워 자칫 산업의 뿌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
임금이 불안정한 소기업 근로자들은 생계 위협에 내몰릴 우려도 있다. 줄어드는 근로시간 때문에 밤에 알바를 뛰거나 부업해 소득을 벌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저녁도 없어지고 삶이 더 고단하게 될 수도 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획일적 정규직화처럼 비현실적인 정책에서 수없이 목격했던 부작용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제도의 당위성만 내세울 게 아니라 단단한 보완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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