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리스크 피하려면..커뮤니티 모니터링하고 사과 확실하게
전문가들은 젠더 논란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의견을 뭉쳐 집단화하는 소비자의 특성으로 풀이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젠더 이슈를 더 이상 ‘온라인 커뮤니티 소수의 의견’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미흡하거나 안일하게 대처했다가는 언제든 논란의 중심에 몰리게 된다. 또한 기업 이미지와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젠더 리스크를 피하는 다섯 가지 전략을 추렸다.

전략1 수수방관 화만 키워
▶논란 방치한 네이버…男女 모두 외면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도 가만히 놔두는 ‘수수방관’식 태도는 젠더 리스크 위험을 더 높이는 결과만 가져온다. 최근 잇따른 남혐 표현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네이버 웹툰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 웹툰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세 작품이 ‘남혐’ 의혹에 휩싸였다. 최경민 작가의 ‘성경의 역사’는 “아 미친… 남자들 제발 죽었으면”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이 들어가 문제가 됐다. 민송아 작가의 ‘이두나!’와 남수 작가의 ‘바른연애 길잡이’는 ‘허버허버’ 표현과 ‘메갈리아 손가락’ 그림을 사용해 구설에 올랐다. 이후 디시인사이드·에펨코리아 등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세 작품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작품을 향한 공격도 자행됐다. 작품 평점을 깎는 ‘별점 테러’가 이어졌다. 댓글에는 비난 내용을 담은 댓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남초 커뮤니티 공격이 계속되자 여초 커뮤니티가 반격에 나섰다. 작가가 별 의도 없이 쓴 것에 억지 ‘남혐 프레임’을 씌웠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작가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고 깎인 별점을 복구하는 ‘별점 복구’ 운동을 벌였다. 두 성별이 나뉘어져 싸움을 벌이며 네이버 웹툰 댓글 게시판은 전쟁터가 됐다.
특히 바른연애 길잡이 146화의 경우 25만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지만 네이버 측은 수수방관했다. 해당 작품 작가들이 개인적으로 사과문을 올리는 조치를 취했지만 정작 플랫폼은 ‘나 몰라라’식의 태도를 취했다. 네이버의 ‘방임’에 가까운 태도는 두 성별이 모두 네이버 웹툰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남성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여혐 논란은 사과하고 남혐 논란에 대해서 침묵하는 네이버를 강하게 비난했다. 여성 이용자들은 비난에 시달리는 작가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네이버를 성토했다.
결국 논란 대상이 됐던 세 작품 중 하나인 바른연애 길잡이는 휴재를 거듭하다 연재를 황급히 종료했다. 사태를 방치해 키우지 말고 깔끔하게 정리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목에서 카카오의 이모티콘 조치를 눈여겨볼 만하다.
카카오 측은 이모티콘에 ‘허버허버’ 등 표현이 쓰였다고 지적을 받자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모티콘 판매를 중지시켰다. 논란이 커지기 전 발 빠르게 조치한 덕분에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전략2힘세진 인터넷 여론 주목
▶젠더 논란 8할은 커뮤니티가 키운다
“자 드가자.”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자 들어가자’라는 말의 경상도 사투리다. 영화 ‘바람’에 나오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혀 다른 뜻으로 변질됐다. 디시인사이드를 비롯한 남성향 커뮤니티에서 남혐 논란을 일으킨 회사를 ‘공격하자’는 신호로 쓰인다. 우선 남혐 표현으로 추정되는 특정 회사의 광고 표현·포스터 등을 올린다. 그 후 회사 홈페이지 주소를 같이 적고 ‘자 드가자’라는 글을 덧붙인다. 일종의 ‘좌표 찍기’다. 좌표가 찍히면 글을 본 수만 명의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홈페이지에 들어가 악플 작성, 항의 전화 등으로 회사를 공격한다. 그래도 회사가 굴복하지 않으면 ‘불매운동’ 등 여론전을 내세워 압박에 들어간다. 논란을 키워 회사 브랜드 평판을 떨어뜨리는 식의 공격을 일삼는다. 언론사에 직접 제보를 하는 등 적극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여론전은 회사가 사과문을 쓰거나 게시물을 만든 직원을 ‘처벌’해야만 비로소 끝이 난다. 젠더 논란에 휘말린 카카오뱅크, 비비큐, 넥슨 등 대기업이 굴복하듯 사과한 배경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파급력이 자리 잡는다.
과거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높지 않았다. 커뮤니티 여론은 일부의 별난 의견 정도로만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인터넷과 친숙한 MZ세대가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2020년 상반기 기준 일주일 방문자 880만명, 페이지뷰 11억회, 하루 게시물 100만건에 달한다. 이들은 압도적인 이용자 수를 토대로 인터넷 여론을 주도한다. 젠더 논란을 키우는 곳도 대부분 커뮤니티다. 올해 들어 불거진 각종 ‘남혐 논란’은 디시인사이드와 에펨코리아 등 남성향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로부터 시작됐다. 여혐 표현 문제 제기가 올라오는 곳도 더쿠와 인스티즈 등 여성향 커뮤니티다. 전문가들은 젠더 관련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인 만큼 꾸준히 커뮤니티의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전략3직원 ‘일탈’ 멈추기
▶직원·점주 돌발 행동에 본사도 타격
젠더 리스크를 키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직원 일탈’이다. 대부분의 ‘젠더 논란’ 사태를 들여다보면 특정 사상에 치우친 직원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사상을 회사 공식 입장인 것처럼 행동해서 일어나는 사례가 많다.
교보문고 남혐 게시물 리트윗(재전달)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2월 15일 트위터는 ‘교보문고’ 한 단어로 들끓었다. 최근 교보문고 트위터 계정이 ‘완벽한 가해자 시점’ ‘한남들은 사고방식이 다름’이라고 적힌 한국 남성 비하글을 리트윗한 게 화근이었다. 트위터를 운영하는 직원이 공식 계정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글을 지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여론은 즉각 반응했다. 여성 이용자들은 “교보문고 응원한다”는 글을 연이어 올렸고 반대로 남성 이용자들은 “앞으로 교보문고 불매하겠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논란이 커지자 교보문고 측은 황급히 사과문을 올리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야만 했다.
‘여성혐오 공고’로 문제가 됐던 GS25 사례도 가맹점주 일탈이 문제였다.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 공고를 내며 ‘오또케 안 하시는 분’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 등 여성 지원자를 저격하는 표현을 써 물의를 빚었다. 본사 담당 직원이 직접 사과를 하고 가맹점주 처벌을 약속한 뒤에야 논란은 비로소 가라앉았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사상 표현이 자유로워진 만큼 개인 자유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규율을 정하라고 조언한다. 생각을 드러내는 직원을 존중하되, 조직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계약서 내용을 명시하는 등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에 비해 개인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가 늘었다. SNS 등 생각을 드러내는 수단도 다양해졌다. 옛날처럼 회사 방침과 다르니 ‘조용히 하라’는 등의 단순 관리는 안 통한다. 취업 규칙·근로 계약 등에 명시해 체계적으로 직원을 관리해야 한다. 회사와 개인 간에 서로 지켜야 할 사항을 보다 면밀하게 적시할 필요가 있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의견이다.
전략4불필요한 논란 사전 차단
▶성별 조롱 이미지 전면 재점검해야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는 메뉴 사진 속 손 모양이 메갈리아 로고와 흡사하다고 지적받았다. BBQ 홈페이지와 앱에 게시된 소떡(소시지+떡) 메뉴에 소시지를 집고 있는 손 이미지가 논란이 된 것으로 앞선 GS25 포스터와 유사한 사례다. 교촌치킨 역시 공식 SNS에 올린 여러 홍보 게시물에 치킨을 두 손가락으로 잡는 이미지를 넣었다가 구설에 휩싸였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한국맥도날드는 여성 유튜버 ‘재재(본명 이은재)’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는 이유로 일부 남성 소비자로부터 비난받았다. 이들은 “재재는 페미니스트의 요람인 모 여대 출신이며 방송에 출연해 비혼식을 거행했다고 떠드는 대표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면서 맥도날드 불매운동을 벌였다.
CU는 지난해 SNS에서 남혐 단어로 불리는 신조어 ‘허버허버’ ‘오조오억’ 등을 사용해 제품 광고를 한 내용이 담긴 사진이 재조명됐다. 세븐일레븐 또한 지난해 제품 홍보 게시물에 CU와 같은 단어를 사용해 문제가 제기됐다. CU와 세븐일레븐은 논란이 되자 해당 게시물을 즉시 삭제한 후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원F&B와 다이소 역시 광고와 제품에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손 모양’을 모두 남성 혐오로 낙인찍는 최근 기류가 내심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키울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 속에 기업들은 홍보물에 젠더 갈등 표현이 있는지 전면 재점검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일례로 일부 대형 광고대행사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에게 젠더 갈등이 기업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문화와 동조성이 강한 나라”라며 “소비자에게 소위 찍히면 기업 이미지와 실적에 곧바로 타격을 입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략5사과는 단호하게
▶어설픈 늑장 대처는 ‘긁어 부스럼’
GS25는 포스터를 거듭 수정하다 결국 삭제했고 사과문도 두 차례나 올렸지만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시작된 GS25 불매운동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사실 GS25 말고도 포스터나 SNS에 문제의 손가락 이미지를 사용한 기업은 꽤 있었다. 다만 GS25가 유독 뭇매를 맞는 바탕에는 ‘회사(GS리테일)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남혐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소비자를 중심으로 GS25 불매운동 움직임이 거세졌고 조윤성 GS리테일 대표는 그제서야 사과문을 발표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 만이다. 관련자에 대한 징계는 한 달이 지나서야 내려졌다. 여기에 GS25의 광고대행사가 자회사라는 점에서 회사가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됐다며 ‘괘씸죄’ 꼬리표까지 붙었다.
면접 자리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던졌다는 지원자 지적에 최호진 동아제약 대표는 유튜브 영상의 댓글로 사과했다. 당시 최 대표는 “면접 매뉴얼에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썼다. 여기에 성차별 면접을 인정하는 표현이 없어 ‘뭐가 문제인지 아직 모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동아제약은 이후에야 정식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슈가 발생하면 광고를 즉시 삭제·교체하거나 사과해 논란을 최대한 빠르게 털어내려는 모습이다. 제너시스BBQ 광고는 GS25와 마찬가지로 남성혐오 논란이 불거졌지만 발 빠르게 대응해 논란을 불식한 바 있다. 소시지를 잡는 이미지가 메갈리아 로고와 닮아 논란이 제기됐는데 당일 바로 사과문을 올리고 “논란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당시 “유관 부서를 통해 경위 등을 확인 중이고, 과거 모든 제작물에 대해 철저한 전수조사 후 문제될 소지가 있으면 삭제 조치할 것”이라며 “문제가 발견된다면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한 덕에 소비자 공분을 피해갔다.
같은 맥락에서 카카오뱅크 역시 ‘단호한 사과’로 논란에 잘 대처한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홍보물에서 남성혐오를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또 애플리케이션 공지문을 통해 “카카오뱅크가 사용했던 일부 이미지로 인해 논란을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현재 해당 이미지는 모두 삭제 처리했으며 전수조사를 통해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추가 발견 시에는 즉각 조치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제작과 검수 과정에서 더욱 세심한 검토와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젠더 리스크 피하기 위해 당신이 알아야 할 ‘말 말 말’
젠더 논란 일으킬 표현 미리 알고 쓰지 말아야

혐오 표현 논란에 시달린 기업들이 일관적으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몰랐다’는 말로 넘어가는 시대는 지났다. 여론은 대기업에 종사하는 마케팅·홍보팀이 이런 이슈도 파악 못하냐며 오히려 비난을 퍼붓는다. 논란을 일으키는 ‘혐오 표현’은 이제 필수로 알아야 한다. 어떤 표현이 ‘혐오 표현’인지와 그 유래에 대해 간략히 정리한다.
우선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주로 여초 커뮤니티에서 사용한다. ‘허버허버’는 무언가를 급하게 먹는 모습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신조어다. 본래는 ‘밥을 급하게 먹는다’는 뜻으로만 쓰였다. 그러나 여성 커뮤니티에 ‘남자 친구가 고기를 허버허버 먹는 모습에 정떨어졌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혐오 표현으로 변질됐다. CU와 세븐일레븐이 제품 홍보글에 해당 표현을 사용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남’은 ‘한국 남성’의 줄임말이다. 본래 여성혐오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남성을 뜻하는 의미였다. 점차 의미가 확장돼 한국 남성 전체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예스24가 독자에게 보내는 정기 뉴스레터에서 해당 단어를 사용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오조오억’은 무언가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본래는 ‘아주 많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여성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하는 신조어라는 이유로 남성혐오 표현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다이소가 광고에서 해당 표현을 쓰며 남자 누리꾼으로부터 공격받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웅앵웅’은 아무렇게나 중얼대는 헛소리라는 의미다. 초기에는 영화의 음향 효과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후 여성 커뮤니티에서 ‘남자들이 하는 헛소리’라는 뜻으로 쓰기 시작하며 ‘혐오 표현’이 됐다.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 여혐 단어는 주로 남자 사용자가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많이 쓰인다.
‘오또케’는 ‘어떻게 해’의 줄임말로, 여성은 어려움에 스스로 대처하지 못하고 남성에게 의존한다는 편견을 담은 표현이다.
‘아몰랑’은 여성은 토론을 할 때 논리 없이 자기 주장만 내세우다 결국 ‘아 몰라’ 하며 도망간다는 편견을 나타낸 비하적 표현이다. ‘삼시세끼’ 등 콘텐츠에서 단어를 썼다가 강한 질타를 받았다.
‘앙 기모띠’는 ‘기분 좋다’는 뜻의 일본어 ‘기모찌’의 변형어다. 일본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대사를 희화화해 만들었다. 한때 남성 청소년 집단에서 많이 사용되며 성희롱성 표현이라는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동서식품의 제품 광고에서 해당 표현을 패러디한 문구를 사용해 뭇매를 맞았다.
[정다운·반진욱 기자, 장지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