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미·러 정상회담 화두,핵 아니라 해킹

오병상 2021. 6. 1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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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V푸틴 정상회담, '사이버 공격' 자제와 협력 논의 시작
미국, 핵무기까지 접근한 러시아 해킹 위협에 '해킹감축'제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18세기 고택인 ‘빌라 라 그렁주’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지각하기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보다 15분 먼저 도착했다. [AP]

1.지난밤(16일 자정 무렵) CNN과 BBC 등이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생중계했습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군사 최강국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주목해야할 대목은 ‘핵무기감축 협상’이 아니라 ‘해킹감축 협상’입니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2026년 종료되는 핵통제조약(New Start)을 대체하기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더 주목할 대목은 ‘해킹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는 대목입니다.

2.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해킹감축’에 심혈을 기울인 건..해킹이 심각한 국가적 위기로 현실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5월 7일 미국 송유관회사가 해킹을 당해 동부지역 45% 석유공급이 중단된 사건입니다. 다크사이드(Dark Side)라는 해킹그룹이 랜섬웨어(ransom+software/시스템을 마비시킨 다음 돈을 요구하는 악성코드) 공격으로 송유관회사를 마비시켰습니다. 비트코인 57억원 어치를 주고 풀려났습니다.

3.바이든이 이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습니다. 다크사이드는 러시아와 동유럽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러시아에서 활동한다는 증거는 있다’면서 ‘러시아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다크사이드는 ‘우리는 정치와 무관하다. 돈이 필요할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4.재밌는 건..미국 FBI가 얼마뒤 다크사이드로부터 비트코인 대부분(75개 중 63.7개)을 찾았습니다. FBI는 이미 지난해부터 다크사이드를 추적해왔다고 합니다. 송유관회사가 비트코인을 지급하면서 FBI의 지시에 따라 추적할 수 있는 꼬리표를 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이 도착한 계좌를 상대로 영장을 받아 환수했답니다. 사실 미국은 해킹 최강국이니까요..

5.사실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해킹은 작년말 ‘솔라윈즈(SolarWinds)’사건입니다. 세가지 점에서 세계가 놀랐습니다.
첫째, 미국 정부가 털렸습니다. 정부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업체(솔라윈즈)를 해킹해 침투, 핵무기를 담당하는 에너지성 핵안보국까지 접근했습니다.
둘째, 최고급 해킹작업에는 러시아 대외정보기관(SVR) 소속 해커 1000명 가량이 동원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차원이란 얘기입니다.
셋째, 미국의 빅테크인 아마존 서버를 이용해 침투했습니다. 전세계를 감시하는 미국 정보기관이 정작 자국기업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6.정치적으로 민감한 해킹은..러시아가 트럼프를 밀어준‘2016년 대선 디지털 여론조작’입니다.
힐러리 후보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오염돼 러시아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해킹그룹과 접속했습니다. 러시아 해커가 미국 시민단체를 위장해 2년간 8만건의 가짜뉴스를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거의 모든 미국 유권자가 본 셈입니다.

7.이제 사이버 공격은 더이상 외면하거나 감내할 수 없는 위험수위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 세계최강 미국이 두번째 강국 러시아와 ‘감축’논의를 시작한 겁니다. 마치 66년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소련 흐루시초프 당서기가 핵감축 논의를 시작한 것처럼..당시도 제네바였다는 건 우연이겠죠?

8.이런 세계적 전환기에 우리는 어떠한가..걱정입니다.
북한은 해킹 강국입니다. 2014년 소니픽처스를 해킹해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도..북한은 2016년 국방부 해킹과 2017년 가상화폐거래소 해킹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안전할까요? 드러나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닐 겁니다.
〈칼럼니스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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