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선택 설계자들 | 똑똑한 리더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

류지민 2021. 6. 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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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시보니 지음/ 안종희 옮김/ 인플루엔셜/ 1만9800원
자기 분야에서 고도로 숙련되고 능숙한 전문가들이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어이없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무턱대고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기 때문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의 마법에 걸려 마음속으로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행동한 결과다.

30년 경력의 경영 전략 컨설턴트이자 전략적 의사 결정의 최고권위자인 저자는 똑똑한 리더들이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파고든다. 그는 세계적인 기업에서 벌어진 치명적인 의사 결정의 실수를 35가지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먼저 확증 편향과 모방의 함정. 대표적인 예로 애플스토어 성공 신화를 쓴 론 존슨이 JC페니에서 크게 실패한 사건을 들 수 있다. 2011년 당시 1100개의 체인을 보유한 대형 백화점 JC페니는 애플스토어를 만든 론 존슨을 영입한다. 론 존슨이 노쇠한 기업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리라 기대한 것. 론 존슨은 기존 JC페니의 전통을 과감히 버리고 애플스토어에서의 성공 전략을 모두 적용하지만, 이는 곧 무참한 실패로 끝이 났다.

이외에도 비즈니스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편향이 작용한다. 스내플을 인수한 퀘이커오츠가 14억달러나 손해 보고 스내플을 재매각한 것에는 ‘직관의 함정’이, 블록버스터가 추가 자금이 절실했던 넷플릭스 인수 제안을 단번에 무시한 것에는 ‘자기 과신의 함정’이 있었다.

책은 리더와 조직을 치명적인 함정에 빠지게 하는 9가지 편향을 선별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협업’과 ‘프로세스(체크 리스트)’를 제시한다. 개인이 자신의 편향을 미리 깨닫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협업을 통해 편향을 감지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집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구체적인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본격적으로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설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세 가지 원칙과 이를 바탕으로 한 40가지 실무 기법도 눈여겨볼 만하다. ‘파워포인트 사용을 제한하라’ ‘악마의 변호인을 지정하라’ ‘의견 불일치를 두려워하지 말라’ ‘거리낌 없이 말하는 문화를 만들어라’ ‘당당하게 생각을 바꿔라’ ‘결정을 미루라’ 등 조직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팁들이다. 저자는 이 가운데 자신의 조직에 적합한 기법을 골라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선택 설계자’로서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3호 (2021.06.16~2021.06.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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