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AI와 기본소득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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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산업혁명 초기 마르크스는 기계의 노동력 대체로 인한 실업자 양산과 노동 여건 악화에 주목한다.
기계 발명과 성능 제고는 자본의 잉여를 높인 반면 노동 여건 악화 등 부작용도 초래했던 것이다.
자동화와 지능화로 인해 총소득 중 노동자 몫보다는 투자자나 은행 등 자본가 몫이 증가한 것이다.
재원은 로봇세나 부유세 등 다양한 세원으로 마련하되, 정부는 기본욕구 중 일부를 해소해주면서도 실업자가 노동인구로 재편입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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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
19세기 산업혁명 초기 마르크스는 기계의 노동력 대체로 인한 실업자 양산과 노동 여건 악화에 주목한다. 기계 발명과 성능 제고는 자본의 잉여를 높인 반면 노동 여건 악화 등 부작용도 초래했던 것이다. 이는 마르크스의 소위 '산업예비군'을 형성하는데 이들은 호황기에는 생산에 동원되지만, 침체기엔 실업자가 된다. 이들의 확산은 스스로의 생산수단이 없어 살기 위해 부득이 노동력을 판매해야 하는 프롤레타리아 계층을 양산하고, 이는 자본가를 타도해 사회주의를 구현하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기반이 된다는 주장이다.
2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당시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때문이다. AI의 등장으로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 부문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일본 후코쿠생명의 경우 보험 청구 시 적정 보험금액 산정을 AI가 대체한다. 은행은 지점의 30∼40%가 사라졌다. 이런 추세는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 영업용 운전자는 일자리 걱정을 해야만 한다.
유사점은 또 있다. 노동분배율은 감소하고 자본분배율은 증가한다는 점이다. 미국 등에선 지난 20년 동안 노동분배율이 감소한 반면 자본분배율은 증가해왔다. 자동화와 지능화로 인해 총소득 중 노동자 몫보다는 투자자나 은행 등 자본가 몫이 증가한 것이다. 마르크스 시대 노동 대비 자본의 잉여가 늘어난 것과 닮았다.
이에 대한 다양한 해법이 나온다. 부유세나 로봇세 신설, 전문적 재교육 혹은 기본소득 도입이 그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은 사회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타 대책과 차별화된다. 기본 아이디어는 많은 변형이 있지만, 국가가 국민에게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재산 과다나 근로 여부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재원은 로봇세나 부유세 등 다양한 세원으로 마련하되, 정부는 기본욕구 중 일부를 해소해주면서도 실업자가 노동인구로 재편입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다소간 의문이 있다. 먼저, AI의 일자리 감축 측면이다. 서방세계는 마르크스 예언에도 불구하고 2차 대전 이후 수십년 동안 황금성장기를 맞았다. 기계로 인해 공장 단위 일자리는 감소했지만 다양한 산업과 수많은 일자리가 생긴 것이다. 항공, 지하철, 해외관광, 전자기기 등이 단적인 예다. 마찬가지로 AI로 적지 않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으나, 새로운 일자리도 수없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미 10년 전엔 없었던 게임이나 플랫폼산업의 일자리들이 적절한 예다. 우주, 바이오, 수소기술 등과 AI가 결합한다면 미래 일자리 예단은 지금으로선 쉽지 않다.
기본소득은 어떨까. 획일성으로 인해 기존 취약계층에 돌아갈 복지자금을 부유층에 제공하는 불공정이 문제다. 소요자금 확보도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연간 1인당 1만2000달러를 지급하려면 약 3조달러, 2016년 미국 연방정부 사회보장 예산의 2배, 국내총생산(GDP) 중 10%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효과는 사람에 따라선 미미하다.
한계는 이 제안이 과학적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 이상주의적 접근법으로 던져졌다는 점이다. 18세기 말 토마스 페인이 처음 주장한 이데올로기에 근거하나, 이는 투자나 노동의욕만 저하시키면서 모든 이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치 못할 우려가 크다. 사회 문제에 대한 경험주의적, 과학적 해법이 필요한 이유이자, 스위스와 핀란드 등에서 투표나 실험을 거쳐 기본소득 이슈가 소멸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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