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푸틴, 대화 물꼬 텄지만 간극 못좁혀

조유진 2021. 6. 17. 10: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시간 첫 대면 미·러 정상회담
외신들 반응 회의적
해킹·인권 입장차 여전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김수환 기자]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이 끝이 났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갈등을 빚어왔던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 대해 각각 "생산적" "건설적"이라고 자평했지만 외신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대화의 물꼬는 텄으나 사이버 범죄와 인권 문제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접근이나 진전된 논의 없이 간극만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사진출처:CNN

◇3시간 만에 끝난 회담=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날 오후 1시30분에 시작된 회담은 3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4~5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회담이 예상보다 짧게 끝난 것도 이번 회담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동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는 실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측은 자신의 의견만 전달하는 데 그쳤고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논의 시간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AP통신도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긴장이 고조돼왔던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엄청난 간극만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이버 범죄와 인권 문제와 관련해 두 국가 간 이견이 사라지지 않았다"며 "양국간 긴장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독자 기자회견에서 수감 중인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를 거론하면서 "(그가 죽으면) 러시아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를 체포한 것은 정당하다며 입장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올 초 미 의사당 난입 사건을 언급하며 미국이 기소한 시위대 역시 불법 행위를 했기에 그들을 구금한 것이라며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의혹과 관련해서도 양국은 사이버 안보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만 내놨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미국에 사이버 공격을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데 이어 인권 문제에도 반박했다는 것은 양국 정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러 관계가 대치 국면에서 대화 모드로 변화했다는 점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자국으로 귀임시킨 양국 주재 대사를 복귀하기로 했다. 영국 가디언은 회담 전 양국 간 관계가 최악이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대화 복귀 등에서) 이번 회담에서 건설적인 성과가 있었다"며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협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사진출처:CNN

◇푸틴 자신감만 키웠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문제를 다루는 수위였다.

이에 대해 CNN은 "양측이 주고받은 친근한 대화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도 자신의 정치적 의제를 계속 실행해 나갈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에 불과하다"며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정확히 자신이 원한 것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동등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지 않아도 자신의 의제를 실행해나갈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를 ‘두 개의 강국(Two great powers)’으로 지칭하며 러시아를 띄어주기까지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WP는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크림반도 합병 당시 러시아를 ‘지역 강국’으로 지칭하며 러시아의 지위를 격하시켰다"면서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러시아를 다시 치켜세우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선물을 주고 받기도 했다.

공동성명만 봐도 이번 회담은 양측의 주장과 달리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핵전쟁 방지를 위한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 성명을 채택하기는 했지만 이는 ‘양국은 핵전쟁으로 승리할 수 없고 절대 싸워서도 안 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선언적인 의미에 불과했다.

사진출처:CNN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