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너머 그곳..어느 날 갑자기 과천

2021. 6. 1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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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갑자기 다가오고 보이는 일이 많아졌다. 마스크로 덮은 건 코와 입이었는데, 눈과 귀까지 막혀버린 것일까? 그래서 오감은 하나로 작동한다는 말이 있는 걸까? 조용한 도시 과천을 찾는 건 순전히 현대미술관 관람 때문이었는데,

막상 도착해서는 그 숲과 길에 정신이 팔리고 말았다.

▶숲길 천국 서울대공원 둘레길

서울대공원은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는 동물원, 서울랜드, 국립현대미술관 등만 있는 게 아니다. 더 넓은 지역이 모든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숲길로 연결되어 있다. 서울대공원을 등산복 차림으로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 둘레길 또는 청계산 등산을 목적으로 한다. 서울대공원에는 호숫가 둘레길, 동물원 둘레길, 산림욕장길 등 세 코스의 숲길이 있다. 호숫가 둘레길은 공원 출입 건물 뒤에 있는 청계저수지 호숫가를 도는 코스로 약 2km, 40분 소요 구간이다. 물론 이곳을 오직 걷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테마가든(입장료 2000원)의 동물교실, 어린이동물원, 모란 작약원, 장미원, 휴정원, 고향정원 등 봄, 여름 꽃 만발한 아름다운 정원에서 가족, 친구와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들이 연결되어 있다. 동물원 둘레길은 동물원 울타리 외곽 길을 걸을 수 있는 숲길이다. 4.5km, 1시간30분 코스로, 동물원 둘레길과 동물원 사이에는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동물원 입장객이 둘레길과 동물원을 들락거릴 수는 없다. 서울대공원 숲길을 걷는 사람 대부분은 그래서 주로 산림욕장길을 걷는다. 이 길은 국립현대미술관 주차장 근처의 동물원 북문을 출발, 총 길이 7km의 청계산 자락 숲길을 2시간20분가량 걸어 동물원 호주관 앞을 통해 숲에서 빠져 나오는 코스로 이뤄져 있다. 물론 호주관 초소 앞에서 출발, 북문으로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7km 전구간이 숲과 언덕, 산길로만 이뤄져 있어서 가벼운 운동을 목적으로 찾기에 더 없이 좋은 산길이라 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 둘레길은 동물원 울타리 옆을 걷는 동물원 둘레길과, 동물원 둘레길 옆의 숲을 지나는 산림욕장길 등 두 개의 길이 동심원을 그리며 나 있는 것이다. 또한 동물원 둘레길과 산림욕장길을 이어주는 맹수사샛길, 저수지샛길, 남미관샛길 등이 있어서 적당하게 걸은 뒤 샛길을 이용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산림욕장길을 걷다가 샛길을 통해 동물원 둘레길을 걸어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색다른 풍경이 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치유의 숲에서 나를 만나고 싶다

무엇보다 이렇게 초록이 아름다운 계절에는 숲에서 큰 숨 쉬고 작은 숨 돌리는 시간을 즐기고 싶다. 서울대공원은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처인 청계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대공원이 처음 문을 열었던 1984년만 해도 청계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서울대공원은 걱정거리일 뿐이었다. 멀쩡했던 산자락을 밀어버리고 공원을 조성하느라 수백 년 동안 조성되었던 숲길 대부분이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대공원 뒤의 일부 숲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출입 금지구역으로 묶여버렸다. 그렇게 청계산 숲은 30여 년 동안 보호를 받으며 개발로 인한 상처의 치료 기간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치유 과정을 끝낸 서울대공원 숲은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면서 인간의 치유를 위한 호흡의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서울대공원 치유의 숲에는 청계산의 전나무, 소나무, 잣나무, 계곡, 폭포, 야생화 등 천연의 식생 천국을 이루게 되었고, 산림 치유라는 프로그램을 만나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실질적인 자연생태과학의 현장으로 사랑받게 되었다. 서울대공원 치유의 숲에 조성된 전나무, 소나무, 잣나무 삼림욕장은 그냥 그곳에 앉거나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호흡이 정돈되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 드는 어머니 품 같은 곳이다. 거기에 산림치유 지도사의 리드에 따라 숲길을 산책하고, 햇볕이 잘 드는 언덕에서 광합성, 폭포와 호수 주변을 돌며 마주하게 되는 풍요로운 음이온과의 만남 등을 통해 프로그램 참가자는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유연해지며 속이 든든해짐을 느끼게 된다. 치유의 숲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이런 신체의 갑작스러운 선순환은 물론 몸이 최적의 상태를 기억하게 된다. 초록으로 가득한 숲은 눈을 비롯한 오감의 피로를 풀어주고 마음에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숲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전하고 부유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또한 피톤치드는 각종 염증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도 해 준다. 숲과 개울이 뿜어내는 음이온과 소리 또한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존재이다. 숲에서 만나는 햇빛은 도심에서 노출되는 그것과 질적인 차이가 있다. 자외선 차단 효과는 물론 세로토닌의 활동을 촉진시켜 우울했던 마음을 즐겁게 변화시켜주며 비타민D의 합성을 통해 세포의 분화, 순환을 돕고 뼈를 튼튼하게 해 주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의 생체 리듬을 확인해 본 결과, 체험 전에 비해 체험 후의 우울 증상이 완화되었다. 혈압이 안정되었으며 면역력의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인 NK세포(염증세포를 죽이는 세포), T세포의 증가가 확인되었다. 또 기관지 염증이 완화되었고 아토피피부염의 증상도 가벼워지는 효과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감소했고 안정된 마음에서만 가능해 지는 알파파의 증가도 보여주었다. 물론 이런 관찰 결과는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사실이며, 이런 증가 및 완화 효과는 체험 직후 최고점에 달했다 서서히 사라졌다.

다시 말해서 치유의 숲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경우 심신의 안정과 강화된 면역력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꼭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프로그램 체험을 통해 배운 숲에서의 호흡과 산책법을 일상의 숲, 개인의 등산 활동을 통해 재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치유의 숲 프로그램은 일상에서의 건강을 도모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질병 치료에 직접적인 의학적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공원의 치유의 숲 프로그램은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하늘빛 마중숲(기분 전환, 피로 회복, 스트레스 완화), 서울시 힐링숲(감정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완화, 기분 전환), 감사드림(숲길산책, 명상, 물치유), 행복드림(숲길산책, 명상, 햇볕쬐기, 족욕체험) 등으로 운영되며 회당 3~10명이 참여하는 규모로 운영된다. 인터넷, 전화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고, 6월 예약은 대부분 마감 상태에 들어가 있다. 참가비는 무료다.

▶서울대공원 캠핑장

국립현대미술관 뒷편 숲속에 있는 캠핑장이다. 1986년에 개장했으니 한국 캠핑 역사의 빈티지라 할 만하다. 대도시 남쪽 울창한 산속에서 맛보는 초록의 고요함은 한동안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캠핑장은 하루에 15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으며 4곳의 야영장과 매점, 취사장, 화장실, 방문자센터, 배구장, 농구장, 모험놀이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캠프파이어는 대피소 옆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야영장 등은 독립된 캠핑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비야영객들도 피크닉 목적으로 당일 출입이 가능하다. 2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소나무광장, 전망광장, 아까시광장 등 다양한 수종의 집합체 속을 걸을 수 있다. 또한 유료로 그늘막과 테이블을 대여받을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초록이 깊어진 청계산 자락의 국립현대미술관은 더욱 빛나는 모습으로 그 언덕에 우뚝 서 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문을 닫아야 했던 게 아쉬웠던 것일까? 그들이 내 놓은 전시들에서 모종의 힘과, 끌림을 느끼게 된다. 현재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전’과 ‘젊은모색 2021’이 전시 중이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이제 서울대공원 동물원 자체가 빈티지 공간이 되었다. 1984년에 문을 연 이곳은 이미 숲에 가려진 지 오래되었다. 초창기 동물 관람 중심의 전시 공간에서 이제는 생태계와 동물 복지를 나누는 동물의 세계가 되었다. 동물원을 걷고 그곳의 동물들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일이 예전처럼 단순하지만은 않아졌다. 남방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갔고, 야생 동물이 보고싶으면 그들이 살고 있는 바로 그 야생으로 돈을 들여 찾아가라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동물원이 멸종 위기의 생명을 보살피고, 그들의 종족 번식을 위한 인간의 노력이 동물원 안에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야생의 세계에서 자연스레 번성하게 되거나, 본의 아니게 소멸하게 되는 생태의 진리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야생 동물의 실체를 동물원에서나마 직접 봄으로써 책을 벗어나 생명을 마주할 수 있는 어린이들에게 동물원은 여전히 소중한 존재이다.

동물원에는 어린이 동반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인기 동물들로는 작은 정원을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던 호랑이, 그늘에 앉아 낮잠을 청하던 덩치 큰 호랑이, 호기심 어린 몸짓을 보여주던 말레이곰,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준 민며느리발톱 거북, 코끼리 등이 있었다.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가 보니 하마와 사람이 울타리를 사이로 마주보고 있었다. 하마는 그 큰 입을 하늘을 향해 올려 크게 벌리고 있다. 사육사는 마당 쓰는 빗자루를 갖고 하마의 입 안을 닦아(정확하게는 털어내기) 주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하마가 고개를 숙이자 관리하는 사람이 하마의 이름을 서너 차례 부른다. 그러자 아리라는 이름의 하마가 다시 고개를 들어 입을 벌려준다. 하마나 사람이나 세상 쉬운 일이 없어 보인다. 신바람 또는 무서움은 아이들만의 몫.

서울동물원의 모든 동물을, 그것도 한정된 낮 시간에 모두 만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동물원에서 제안하는 관람 코스 중 한두 곳을 선택해서 걷는 게 맘 편히 관광할 수 있다. 추천 관람 코스는 오랑우탄, 침팬치, 서부로랜드고릴라, 사자, 퓨마, 재규어, 낙타, 악어, 늑대, 호랑이 유럽불곰, 반달가슴곰 등을 볼 수 있는 ‘호랑이길’(약 2시간), 기린, 얼룩말, 하마, 흰코뿔소, 아메리카들소, 아시아코끼리, 인도 공작 등을 볼 수 있는 ‘낙타길’(약 2시간20분)이 있다. 또한 ‘사슴길’(약 2시간)에서는 물사슴, 붉은사슴, 돌고래, 점박이물범, 큰물새장, 두루미, 분홍펠리칸 등을, ‘부엉이길’(약 2시간40분)에서는 두발가락 나무늘보, 큰개미핥개, 독수리, 수리부엉이, 금강앵무, 사랑앵무, 라쿤, 곤충관, 붉은캥거루 등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길이라면 동물원 생태설명회 시간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 오후 1시에 홍학, 기린을, 2시에는 하마, 열대조류, 알파카(7~8월에는 설명회 중단), 재규어, 호랑이, 곰으로 이어지는 맹수사 설명회(금요일 중단)를, 2시30분에는 해양포유류, 맹금류(금요일 중단), 유인원 생태설명회가 열린다. 3시에는 사슴과 사자(사자는 금요일 중단), 3시30분에는 줄무늬하이에나(금요일 중단), 남미관, 코뿔소 설명회가 각각 열린다. 오후 4시에는 코끼리가 주인공이다. 동물원은 매일 9시부터 7시까지 문이 열려 있고 입장료는 어른 5000원(단체와 제로페이 3500원), 청소년 3000원(만 13~18세, 단체와 제로페이 2100원), 어린이 2000원(만 6~12세, 단체와 제로페이1400원)이다.

▶서울랜드 루나파크

축제와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360도 회전을 연속으로 해 정신을 빼 놓고, 아슬아슬한 동굴을 통과하는 은하열차888, 여름 하면 떠오르는 급경사 급류 타기, 놀이기구의 무서움보다 사람들 비명 소리가 더 아찔한 킹바이킹, 축구공 모양의 접시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월드컵 등 소리를 지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놀이기구 40여 가지가 기다리고 있다.

난이도, 키 크기에 따라 만만하게 탈 수 있는 기구와, 큰 맘 먹어야 탈 수 있는 기구들이 있는데, 타고 싶어도 운행 중단 중인 것들도 있으니 꼭 인터넷에서 운행 정보를 확인한 후 방문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기사를 작성 증인 6월8일 현재 운행 중인 기구로는 VR체험공간 VR게이트, 니나노고카트, 사격, 공중 레일을 달리는 터닝메카드레이싱, 티키톡열차, 터닝메카드고!범퍼카, 빅회전목마, 카트라이더범퍼 등이 있다. 난이도 높은 기구로는 샷드롭, 스카이엑스, 블랙홀2000, 엑스플라이어, 도깨비바람, 춤추는요술집, 타임머신5D360, 구름빵, 알포스윙, 도레미악단 등이 있는데 이는 조금 더 기다려야 도전할 수 있다.

서울랜드 루나파크 파크이용권은 주간 어른 4만6000원, 청소년 4만3000원, 어린이 4만 원이다. 서울랜드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는 6월 할인 프로모션을 참고하면 본인 1만5900원, 50% 할인, 40% 할인, 60세 이상 1만9000원 등 대폭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제휴 카드 검색을 통해 보유한 카드로 최대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웹사이트를 통해 할인 정보 등 확인 후 예약 필수). 서울랜드 루나파크의 이용 시간은 토요일, 일요일 10:00~22:00,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0:00~21:00이다.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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