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폭락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에 대하여_#빚동산가이드 8
잠깐 주식 이야기를 해보자.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사는 이유는 당연히 그 주식의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는 다양한 상품이 있다. 상승이 아니라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도 있다. 이런 상품을 ‘인버스 상품’이라고 부른다. 인버스 상품은 증시가 하락해야 돈을 버는 구조다. 반대로 증시가 오르면 돈을 잃는다.
개인들이 투자해서 손실 입은 종목들을 보면 언제나 인버스 상품이 상위권에 들어있다. 즉, 꽤 많은 사람이 시장 하락에 베팅하지만, 거기에서 좋은 성적을 못 거둔다는 뜻이다. 이것이 말하는 교훈은 하나다. 개인은 섣불리 하락에 돈을 걸면 안 된다. 가급적이면 자본주의는 성장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인류는 세계 대전, 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도 결국 극복했다. 코로나라는 어두운 터널도 이제 곧 끝날 조짐이 보인다. 그래서 성장에 베팅하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하락에 돈을 거는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폭락론에 유혹당하는가.
모두 이유는 있다. 집값 상승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이렇다.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부족한 주택공급, 저금리, 시중에 풀린 어마어마한 유동성, 집값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부동산 규제 등등. 그들은 지금 당장의 시장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당분간 집값 상승이 멈출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반면 집값 폭락을 외치는 전문가들의 레퍼토리는 과거에도 지금도 비슷하다. 인구감소가 진행될수록 결국 수도권 집 수요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거품이 꺼진 일본 사례를 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는 건 맞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로 집 수요는 오히려 더 늘어나는 중이다. 일본 집값 버블이 폭락한 사례도 우리나라와 1대1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당시 일본은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 앞장서서 부동산 투기를 했다. 기업들이 본업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부동산 공급 폭탄이 있었다. 기업이 아닌 개인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현재 한국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
폭락을 외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공포’라는 감정을 부추긴다. 이 사람들이 주로 활동하는 영역은 유튜브다. 집값 폭락론을 주도하는 유튜버들을 보면 썸네일부터 자극적이다. 대표적인 폭락론자 유튜버의 썸네일 제목을 몇 개 나열해보겠다. “성동구 아파트 개박살 납니다”, “부산 아파트 사면 망한다”, “부동산 대폭락 대재앙 옵니다”, “지금 집 사면 호구입니다!”
구독자를 40만 명을 보유한 이 유튜버는 2년 전부터 꾸준히 집값 폭락을 외치고 있다. 그 사이에 서울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해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이 유튜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최대한 자극적인 단어를 골라서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사람들에게 설득돼 집 사기를 포기한 사람도 있다. 심지어 집을 판 사람도 있다.
도대체 왜 이들은 집값이 폭락한다고 주장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잘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가 집값 상승을 얘기한다. 여기에서 똑같은 말을 해봐야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맹목적으로 집값 폭락을 외치는 것이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관심 끌어서 명성을 얻는 게 목적이다. 그 뒤에 유튜브로든 책으로든 돈을 벌기 위해서 혈안 된 사람들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몇 년 내내 집값 폭락을 외칠 수 있을까.
문제는 이들의 말에 휘둘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집을 수십 채 사려는 전문 투자자들이야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겠지만, 내 집 한 채 마련하는 꿈을 가진 사람들은 저런 폭락론자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집값이 폭락할 거라며 자꾸 공포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과거 발언을 찾아보자. 아마도 수년째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을 테다. 이런 사람들에게 속지만 않아도 1승을 거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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