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주 붕괴참사 내부폭로 "30억 가짜계약에 뒷돈 오갔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개발 조합장 측이 붕괴 사고에 책임이 있는 철거업체와 30억원 규모의 ‘가짜 철거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짜 계약을 놓고 뒷돈이 오갔고, 참사를 일으킨 업체가 선정된 원인이 됐다”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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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원 가짜계약, 조합장·철거업체 한통속”
16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조합 핵심 인사 A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학동4구역 현 조합장 측이 30억원 규모의 ‘가짜 지장물 철거계약’을 만들어 이번 붕괴 참사 철거작업을 맡은 업체 등 3곳에 나눠줬다”며 “참사에 책임이 있는 철거업체와 조합장 측이 리베이트를 나눠 가졌고, 한통속이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했다.
지장물은 공공사업 시행 지구에 속한 토지에 설치되거나 재배되고 있어 방해되는 시설물·창고·농작물·수목 등을 말한다.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의 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리를 수사 중인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이곳에서 ▶일반 건축물 철거 ▶석면 철거 ▶지장물 철거 등 3가지 철거 계약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지장물 철거의 경우 이번에 붕괴한 5층 건물 등 일반 건축물 철거 계약을 받은 ‘한솔기업’이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지장물 철거 도급 계약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한솔기업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학동4구역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철거계약 하청을 받아 백솔건설로 불법 재하도급을 준 업체로 잠정 결론 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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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아닌 조합 계약은 리베이트 의심”
A씨는 “조합 측이 한솔기업 등과 맺은 지장물 철거 계약서를 보면 전봇대와 가로등 전기 설비와 상하수도 및 통신, 가스 설비 등 철거 비용이 담겼는데 철거 업체들이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전기 설비는 한국전력공사에서 맡아 철거하고, 상하수도나 가스도 전문 공사에서 도맡아 하기 때문에 지장물 철거업체를 선정하더라도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맡아야 하는데 조합이 철거업체를 지정했다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는 “통상적으로 시공사가 일반 건축물 철거와 지장물 철거 계약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이유는 원활한 현장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시공사와 조합이 따로 계약하는 경우에는 리베이트를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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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도 재개발 조합 겨냥
사상자 17명이 나온 건물 붕괴 원인으로 지목되는 ▶후려치기식 계약 ▶해체계획서대로 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부실 철거 ▶시공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 선정 등 배경에 30억원 규모 가짜 계약서가 리베이트 명목으로 작용했는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
경찰은 지난 15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조합과 관련된 전반적인 철거업체 선정 비리에 대한 수사를 예고했다. 경찰도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30억원 규모 지장물 철거 계약이 있었던 점을 확인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장물 철거에 관련된 계약에 대해서도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비리 의혹이 드러나면 함께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조합장 B씨와 지장물 철거 계약을 진행했다는 임원 C씨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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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업체 소장도 구속영장 신청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붕괴 사고와 관련해 해체공사 감리자인 모 건축사무소 대표 A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날 철거업체 관계자 2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이어 세 번째다.
경찰에 따르면 A 소장은 지난 9일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당시 붕괴한 건물 철거에 대한 안전규정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A 소장은 감리일지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리일지는 감리업체가 공사 관리·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매일 기록해 관할 지자체에 보고·제출해야 하는 문건이다.
경찰은 "건축물관리법상 ▶최초 마감재 철거 전 ▶지붕층 해체 착수 전 ▶중간층 해체 착수 전 ▶지하층 해체 착수 전 등 네 가지에 대해서는 감리자가 '필수 확인증'이라고 해서 반드시 현장 입회하에 현 단계를 확인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승인해야 하는데 A씨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 소장은 본인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김준희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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