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Mr.밀리터리] 중·러의 도전에 자유주의 국가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김민석 2021. 6. 1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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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전선 선언한 G7과 나토 정상회의
중, 동아시아에서 미국 축출 기도
러·북 가세하면 국제질서 와해도
4∼5년 뒤 위기 시작, 2035년 정점
한국, 북핵과 해양 차단 위협에 놓여

국제질서와 인권을 무시하며 제어장치 없이 팽창하는 중국에 대한 자유주의 국가들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13일 폐막한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가 발표한 공동성명은 중국과 러시아가 노리는 국제질서 파괴에 대비한 자유주의 연합전선 선언이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려 하고, 러시아는 핵 및 극초음속 미사일과 로봇전투병기 등으로 유럽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도 수년 내에 100개 이상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으로 한ㆍ미ㆍ일을 압박할 태세다. 이들 3개국이 동시에 도발하면 현재 국제질서는 급속하게 와해할 가능성이 있다. 2035년쯤 최고조에 이를 갈등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전쟁이다. 2050년 이후는 인간이 만든 AI(인공지능)와 전쟁이 예상된다.
물론 전쟁이 갑자기 터지는 것은 아니다. 전쟁은 전략적 경쟁(competition)→전쟁 억제(deterrence)→충돌(conflict)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 이번 G7과 이어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 정상회의는 곧 다가올 전쟁 억제 단계에 대비하는 첫 조치다. 전쟁 억제란 상대방에게 강력한 힘과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적이 함부로 도발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냉전 때도 그랬다. 당시 미국은 공세적인 소련과 첨예한 군비경쟁을 했다. 그러나 양측은 지구를 몇 번씩이나 파괴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핵무기로 도발을 억제해 전쟁을 예방했다. 이번에도 억제에 성공하길 바라지만, 실패하면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 강력하고 치명적인 무기 발전추세를 볼 때 전쟁이 확대되면 인류가 절멸할 수도 있다.

나토 새 전략은 쿼드와 연계
나토 정상회의가 공개한 새로운 전략개념은 이런 우려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나토 2030’ 제목의 새 전략개념은 2022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식 채택된다. 이 전략은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의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와 연계해 태평양ㆍ인도양-대서양을 안정시키는 핵심축이 될 전망이다. 쿼드는 인도ㆍ태평양에서 중국의 강압적 팽창에 대처하기 위해 구성됐다. 최근 영국과 프랑스가 인도ㆍ태평양에 항공모함과 함정을 파견해 쿼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쿼드에 나토가 연대하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새 전략개념이 수립되면 나토는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가장 시급한 도전에 더 잘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의 새 전략개념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나토 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촉구해 추진키로 했다. 나토 정상들은 현재 중국의 팽창전략이 국제질서에 구조적인 도전이라고 했다.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또 공격적 성향의 러시아는 중국과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어 우려가 더 크다. 지난해 12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19대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해 공동으로 위력을 과시한 게 최근 사례다. 중ㆍ러 위협이 유럽과 동아시아를 넘나들고 있다.
G7과 나토 중심의 자유주의 연대와 범 공산권의 전략적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4∼5년 뒤부터 위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이 실현될 2035년경엔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미국은 예상하고 있다. 그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위기의 시발점은 중국의 반접근거부(A2AD) 전략이다. 중국은 A2AD전략에 따라 2025년경부터 동ㆍ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접근을 막으려 한다. 미 해군 함정이 동ㆍ남중국해에 들어오면 중국이 미사일로 격파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내륙에 둥펑-21D와 26 등 함정 타격용 미사일을 대거 배치해뒀다.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도 개발했다. 항공모함은 현재 2척에서 6척으로 늘리고, 이지스급 구축함도 레고 찍듯 건조하고 있다. 중국이 조만간 대만 침공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이 군사행동에 나서면 러시아와 북한도 가세할 소지가 크다.

부활한 공산주의 패자들의 역습
나토의 우려는 패자들의 역습이다. 공산주의 블록은 냉전을 치르면서 민주주의 진영에 완전히 패배했다. 냉전이 해체된 1990년대엔 지구상에서 공산주의는 미래가 없고 와해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 공산주의가 21세기에 들어서자 중국 시진핑 주석에 의해 부활했다.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던 기름 덩어리가 폭우로 흩어져 시야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비가 그치자 다시 뭉쳐지면서 호수 위를 덮는 현상과 유사하다. 중국ㆍ러시아ㆍ북한 등이다.
이 세 나라의 특징은 전제정치를 기반으로 전체주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시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종신형 전제군주나 마찬가지다. 국제질서와 인권을 무시한다. 역사에서 전제정치는 필연적으로 폭정을 수반했고, 전체주의로 흘렀다. 이들은 자원 확보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주변국에 폭력을 행사했다.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 무솔리니, 일본의 군국주의가 그랬다. 그 결과는 세계전쟁으로 이어졌다. 나토 정상들이 ‘구조적 도전’이라고 보는 이유다.
미국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미 국방부는 육군을 개편하고 있다. 육군에 다영역임무군(MDTF: Multi-Domain Task Force)을 창설할 예정이다. 육ㆍ해ㆍ공군과 해병대, 우주군과 합동군(지역사령부)을 통합해 운영할 수 있는 신속대응군이다. 원거리에서 초정밀 무기로 신속하게 대응한다. 미 육군성 자료(2021. 3. 16)에 따르면 2035년에 발생할 수 있는 중국·러시아와의 대규모 전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존의 미군 부대로는 중ㆍ러의 갑작스런 도발에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 지난 4월 13일 미 육군 발표에 따르면 5개 MDTF가 창설된다. 미 본토에 1개, 인도ㆍ태평양지역에 2개, 유럽과 북극해에 각각 1개씩 두기로 했다. 독일에 배치될 유럽 MDTF는 당장 오는 9월부터 임무를 시작한다. 전체 지휘는 4성 장군이 맡는다.

미국 육군성이 중국과 러시아 도전에 대비해 육군을 대대적 개편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로 대응
이 부대가 보유하는 무기도 간단치 않다. 사거리 2800㎞ 이상인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LRHW)은 중국이 도발하면 중국 내륙의 1600㎞ 이내 표적을 타격하게 돼 있다. 중국이 대만 점령을 시도하면 괌이나 태평양에 전개한 함정과 잠수함에서 LRHW를 발사한다. 중거리 미사일(MRC)은 사거리가 500∼1500㎞로, 2023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MDTF는 해외 미군 및 우방국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작전한다. 미국이 지난달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해제한 배경에는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의 미사일 능력을 키워놓으려는 전략적 고려도 있다.
미국의 준비는 이게 다가 아니다. 스텔스 구축함과 로봇함정으로 구성된 유령함대를 2025년 창설한다. 중국이 A2AD전략을 본격 시행할 시기에 맞춘 것이다. 또 미 육군과 해병대에 전투 로봇을 배치하고, 태평양 지역의 육군을 2028년까지 전면 재편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동맹ㆍ우방국 군대와 협력ㆍ지원하기 위해 안보지원여단(SFABㆍSecurity Force Assistance Brigade)도 6개 창설한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혼자서 중국 등 새로운 공산주의 세력에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의 참여를 촉구했고, 이번 G7 및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이 나온 것이다.
국제안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우리는 한가하다. 연일 성추행 문제가 터지고 군기는 극도로 문란해졌다. 11년 전 북한 잠수정 어뢰 공격에 침몰한 천안함 사건을 두고 아직도 북한 소행 여부를 따진다. 중국ㆍ러시아ㆍ북한에 가장 근접하게 둘러싸인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그런데도 북한에 비핵화 요구는커녕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 정부다. 정부의 실책에 백성이 맨몸으로 맞서 싸우는 역사가 더이상 반복돼선 안된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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