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입건 하루 전 해외 도피한 조폭 출신 5·18단체 전 회장

최경호 2021. 6. 1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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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

지난 9일 오후 8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건물 붕괴사고 현장. 재난상황판을 보던 관계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사망자 9명’. 사고 현장은 발칵 뒤집혔고, 유족들은 절규했다.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음이 밝혀진 직후였다.

조사 결과는 참담했다. 구청에 제출한 건물 해체계획서와는 전혀 딴판으로 건물을 헐어냈다. 공사비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위층부터 철거하지 않고 아래층부터 손을 댄 것도 화를 불렀다. 공사 직후 공개된 사진에는 위태롭게 흙더미 위에 올라선 굴착기가 도로와 인접한 5층 벽체를 밀어붙이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재개발 사업장 또한 불법과 하자투성이였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관리·감독 소홀, 날림 공사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철거업체만 봐도 현대산업개발(시공사)-한솔기업(하청업체)-백솔건설(철거업체)로 하청·재하청이 이뤄졌다. 불법 하도급은 다시 공사비 감축으로 이어져 날림 공사를 초래했다.

A씨(원 안)가 재개발 사업 선거장에 난입 한 모습. [연합뉴스]

수사 과정에서 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사고가 난 재개발 현장에서 비리를 저지른 의혹을 받던 A씨가 3개의 5·18 단체 중 구속부상자회 전 회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철거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와 재하도급에 관여한 의혹을 조사하려 했다. 지난 14일에는 그를 입건했으나 또다시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A씨가 이미 하루 전인 지난 13일에 미국으로 도피한 사실이 확인돼서다.

A씨는 2019년 12월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에 선출되면서부터 숱한 논란에 휩싸였다. “신양 OB파 행동대장”이라는 말이 퍼지면서 지속적인 사퇴 요구를 받았다. A씨는 그때마다 “조직폭력배 생활을 하지 않았다”며 응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올해 5·18 기념식장에서는 사퇴를 요구하는 회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참다못한 5·18 구속부상자회는 지난 12일 임시총회를 열어 A씨를 해임했다.

A씨는 학동 일대의 재개발사업 등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사고가 터지자 “A씨가 아내 명의 회사를 내세워 철거업체 등을 선정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말이 파다하게 퍼졌다. 경찰 안팎에서 “인터폴 등과 공조해 반드시 검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16일에도 미국에 있는 A씨와 전화 통화를 통해 귀국을 설득했다.

피해자들은 “A씨 소환도 중요하지만, 이번 참사의 원인부터 밝혀내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 책임자들을 신속하게 단죄하는 게 유족과 피해자를 위하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가족을 잃었는데, 경찰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는 말도 더는 들어선 안 된다. 경찰은 일주일이 흐른 16일에야 감리자가 참사 당일 ‘감리일지’ 조차 안 쓴 사실을 겨우 파악한 상태다.

최경호 내셔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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