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76) 백하(白夏)·1
2021. 6. 17. 00:16
백하(白夏)·1
백이운(1955∼)
천둥 번개가 찢고 간
조선의 여름 하늘
우리 하느님
하얀
모시적삼
피 배듯
피 배듯 왁자한
쓰르라미
붉은 울음.
-우리시대현대시조100인선 50 ‘슬픔의 한복판’
신(神)이 울었던 그해 여름
흰옷 입은 백성들의 나라 조선의 여름은 희다. 그 여름 하늘을 천둥 번개가 찢고 간다. 1950년 6월 25일. 오! 나의 하느님이시여. 어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하얀 모시적삼에 피 배듯 쓰르라미가 왁자하게 붉은 울음을 자지러지게 운다. 그 무서웠던 여름을 절제된 감성으로 그려냈다.
백이운 시인은 ‘흰 여름’을 주제로 한 스물여섯 편의 시조를 썼다. 그 마지막 작품은 이러하다.
조선 낫으로도 끝내 못벤/시간의 성난 머리채/그 머리채에 칭칭 감겨/미지로 간 누가 있나/부러진 만장(輓章)에 기대/신이여, 왜 네가 우나.
만장에 기대 신이 울었던 그해 여름이었다. 우리는 칭칭 감긴 성난 머리채를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시조단에 보기 드문 6·25 소재 연작 시조다.
유자효 시인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송영길 "尹, 쉽게 야당 못간다···내부검증 땐 상처입고 탈락"
- 터키서 악마로 변했다...20대 한국인 여성 고문하고 성폭행 한 40대 한국인 남성
- 어디서 본듯한…스페인 패셔니스타 왕비 만난 김 여사 패션
- 韓 서해 맞은편서 또 원전 사고···中 공포의 '원자로 49기'
- 하노이 굴욕후 김정은의 돌변···북한서 레드벨벳 사라졌다
- 차량 추돌 사고에 출동한 소방관···현장엔 딸 죽어있었다
- [단독]광주 붕괴참사 내부폭로 "30억 가짜계약에 뒷돈 오갔다"
- 유치원車 타고 버스전용차로로…與소속 서울시 부의장의 출근
- 32세 취준생 "은퇴자들이 딴다는 손해평가사 자격증 공부"
- '봉쇄 연장' 보도했다고···거리 한복판서 욕받이 된 英기자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