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부셔야'하나? '부숴야'하나?
스마트폰이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자녀들 때문에 부모들의 걱정이 많다고 한다.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스마트폰을 부셔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와 설전을 벌이다 스마트폰을 부셔 버릴 뻔했다” 등과 같은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무언가를 두드리거나 깨뜨려 못 쓰게 만든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부셔 버리다’는 표현을 쓰기 쉽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부셔’가 아니라 ‘부숴’가 알맞은 단어다.
‘부셔’는 ‘부시다’의 어간 ‘부시-’에 ‘-어’를 붙여 활용한 형태다. ‘부시다’는 그릇 등을 씻어 깨끗하게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밥 먹은 그릇은 깨끗이 부셔 놓아라”가 이런 경우다. 또한 빛이나 색채가 강렬해 마주 보기가 어려운 상태에 있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실내에 있다 밖으로 나오자 눈이 부셔 눈을 뜰 수가 없다”가 그런 예다.
‘부수다’는 단단한 물체를 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깨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유리창을 부쉈다” “자물쇠를 부쉈다” 등처럼 쓰인다. 서두의 예문도 스마트폰을 깨뜨린다는 뜻이므로 ‘부셔 버리고’를 ‘부숴 버리고’로 고쳐야 한다.
‘부수다’를 피동형으로 만들 때도 잘못 적기 쉽다. ‘부수어지다’, 즉 ‘부숴지다’가 돼야 할 것 같지만 바른 표현은 ‘부서지다’이다. 과거부터 어원적으로 이미 ‘부서지다’가 ‘부수다’에 대한 피동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로 존재했고 지금도 그렇게 쓰이고 있으며, 또한 언중(言衆)이 실제 그렇게 발음하고 있는 것을 존중해 ‘부서지다’만 표준어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송영길 "尹, 쉽게 야당 못간다···내부검증 땐 상처입고 탈락"
- 터키서 악마로 변했다...20대 한국인 여성 고문하고 성폭행 한 40대 한국인 남성
- 어디서 본듯한…스페인 패셔니스타 왕비 만난 김 여사 패션
- 韓 서해 맞은편서 또 원전 사고···中 공포의 '원자로 49기'
- 하노이 굴욕후 김정은의 돌변···북한서 레드벨벳 사라졌다
- 차량 추돌 사고에 출동한 소방관···현장엔 딸 죽어있었다
- [단독]광주 붕괴참사 내부폭로 "30억 가짜계약에 뒷돈 오갔다"
- 유치원車 타고 버스전용차로로…與소속 서울시 부의장의 출근
- 32세 취준생 "은퇴자들이 딴다는 손해평가사 자격증 공부"
- '봉쇄 연장' 보도했다고···거리 한복판서 욕받이 된 英기자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