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동굴 목소리

2021. 6. 1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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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길가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배우 이선균의 매력으로 꼽히는 동굴 목소리처럼 굵고 짙어서 깊이 빠져들 것 같은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어느 식당에서 카운터 직원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는 이름 모를 사람의 목소리에 홀린 적 있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는 친절하고 상냥한 말투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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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시인


하루는 길가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여서 그런지, 햇살이 뜨겁고 동네가 조용해서 그런지 잠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잠시 가로수에 몸을 기대어 잠들까 싶은 찰나에 잠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 옆을 지나가는 한 남성의 통화하는 목소리였다. 그는 배우 이선균의 매력으로 꼽히는 동굴 목소리처럼 굵고 짙어서 깊이 빠져들 것 같은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 목소리에 홀려 남성이 사라진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듣기 좋은 목소리를 타고난다는 건 복이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한 사람에게 강하게 끌리기도 하고 호기심이 유발되기도 한다. 나의 등단작 시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나 스스로에게 ‘수국의 즙’ 같은 목소리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 문장 하나 때문에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어온 시인들이 많았다. 도대체 수국의 즙 같은 목소리가 어떤 건지 궁금해 참을 수 없었다면서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평소에 가지고 있는 목소리보다 조금 더 매력적으로 들리게끔 노력하곤 했다. 이와 비슷한 전화를 계속 받아오면서 나는 내 목소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목소리는 타고나야 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내 목소리에 지쳐 모든 힘을 빼버리고 말았다. 쇠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를 하루아침에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로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깨달음은 정답에 가깝지 않았다. 어느 식당에서 카운터 직원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는 이름 모를 사람의 목소리에 홀린 적 있었다.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여서 그런 게 아니라 식당 직원에게 예쁜 단어만 사용해 상냥히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을 계기로 나는 좋은 목소리가 얼마나 상냥하게 말하는지와 비례한다고 생각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는 친절하고 상냥한 말투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이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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