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다 결국 그곳으로..재난지원금의 '뻔한 일생'

2021. 6.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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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지원책으로 또다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검토 중이다. 재난지원금은 어려운 국민들에게 단비가 돼줄 것이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을 부정적으로 보는 측도 있다.

재난지원금을 푸는 게 좋을까 그렇지 않을까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난지원금은 대부분 국민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재난지원금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까? 음식점을 하는 사람이 재난지원금을 받으면 그 돈으로 식재료값을 지불할 것이다. 식재료 업자는 그 돈을 운반 업체에 지불한다. 운반 업체는 직원 월급을 주고, 직원은 그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이런 식으로 돈은 계속 다른 사람에게 이전된다. 지금 당장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 재난지원금은 분명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돈은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 손에 들어간다. 이미 여윳돈이 충분히 있어서 추가로 돈이 들어와도 그 돈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지금도 충분히 소비 생활을 하고 있기에 돈이 더 들어왔다고 더 쓰지는 않는다. 재난지원금은 계속 돌고 돌다 어느 순간 이런 사람들 손에 들어간다.

이들은 그 돈으로 무얼 할까? 그냥 통장에 둔다. 그런데 통장에 어느 정도 돈이 있는 사람은 예금으로 두지 않는다. 주식을 산다. 돈이 더 많은 사람은 부동산을 산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몰려드는 돈은 더 많아진다. 그래서 주식 가격도, 부동산 가격도 오른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악화됐는데도 주식,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재난지원금을 풀었고, 이 돈은 결국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올렸다. 주식,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은 코로나19 사태로 큰 이익을 봤다.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진 것이다.

재난지원금을 나눠 주려 할 때 그 이익과 부작용부터 고려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을 줄 때 이익은 현금이 부족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자금을 준다는 점이다. 부작용은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른다는 사실이다. 주식 가격이 오르는 것은 서민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면 타격이 크다. 집을 사려는 이와 전세, 월세로 거주하는 사람에게는 타격을 준다.

지금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고 그 대신 국가부채가 늘어난다고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찬성이다. 국가부채는 정말 갚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후세에 전가하거나 아니면 돈을 더 찍어서 해결할 수도 있다. 나에게 어떤 피해가 오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는 대신 집값이 수억원 오르고, 월세가 수십만원 뛴다고 하면 어떨까? 이것은 분명히 손해 보는 일이다. 당장은 100만원이 들어와서 좋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내내 그보다 더 큰 지출을 부담해야 한다. 지금 재난지원금이 없으면 굶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나중에 그런 부담을 지더라도 당장 100만원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그 정도가 아닌 사람에게는 아니다. 당장 이익인 것 같지만 결국 손해가 되고, 빈부 격차가 더 심화된다. 결론적으로 재난지원금은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한정될 필요가 있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3호 (2021.06.16~2021.06.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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