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신발로 대박 난 '크록스' 주가 1년 새 221% 올랐다

김기진 2021. 6. 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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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은 못생겼지만 주가는 아름답다.’

크록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신발 전문 기업 크록스는 투박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어글리 슈즈’ 원조 브랜드라 불린다. 나스닥 상장사로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한다. 6월 9일 105.1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6개월 상승률 67.1%, 1년 상승률 221.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종합지수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는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지난 6개월 동안 12.1%, 1년 동안 38.8% 올랐다.

어글리 슈즈 대표 주자 크록스 주가가 고공행진한다. 여행, 레저 활동 재개가 실적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크록스와 컬래버 제작 제품을 든 저스틴 비버. <PR뉴스와이어 제공>
▶시작은 보트 슈즈

▷편안한 착용감 덕분에 인기몰이

크록스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 출신 친구들인 스콧 시맨스, 린든 핸슨, 조지 보덱커는 카리브해로 보트 여행을 떠났다. 당시 스콧 시맨스는 폼크리에이션스라는 캐나다 고무 업체와 함께 일을 하던 중이었다. 폼크리에이션스는 ‘크로슬라이트’라는 향균 고무 소재로 욕실용 신발을 만들었는데 시장에서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스콧 시맨스는 이 신발을 구입해 보트 여행에 가져갔다.

친구들은 신발을 보자마자 ‘못생겼다’고 평가했다. 시맨스 역시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알고 보면 장점이 많아 보트 슈즈로 쓰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신발이 편안하고 잘 안 미끄러지며 물에 뜬다는 점을 높이 샀다. 냄새가 안 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시맨스는 친구들에게 신발을 신어볼 것을 권했고 며칠 뒤 핸슨과 보덱커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세 사람은 신발이 벗겨지지 않도록 스트랩을 다는 등 몇 가지 단점을 개선하면 시장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회사를 만들어 폼크리에이션스와 계약을 맺은 뒤 신발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세 공동창업자는 처음에는 보트 박람회에 방문해 신발을 판매했다. 이후 백화점 등으로 판로를 넓혔다. 의료업계 종사자, 마트 종업원처럼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사람 사이에서 착용감이 편안하다고 입소문이 나며 세일링과는 거리가 먼 소비자한테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아담 샌들러, 자레드 레토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크록스 팬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신발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2002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크록스는 90개 넘는 국가에서 신발 7억2000만켤레 이상을 판매했다.

실적 역시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2년 2만4000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은 이듬해 100만달러를 돌파했다. 나스닥에 상장한 2006년에는 3억5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금은 연간 매출이 10억달러가 넘는 세계 10대 신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제품 개편, R&D로 위기 극복

▷e커머스·컬래버로 성장 지속

크록스가 항상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다. 2000년대 말~2010년대 초중반에는 위기를 겪었다. 금융위기가 악재로 작용했다. 2000년대 중반 뜨거운 인기를 누리자 크록스는 매장과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신발 라인업도 늘렸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며 소비 심리가 악화돼 직격탄을 맞았다. 짝퉁(가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가 등장한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악재가 이어지며 2008년과 2009년 매출은 전년도 대비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크록스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크록스는 2010년부터 ‘다이어트’에 나섰다. 신발 종류를 줄이고 간판 제품인 클로그와 샌들류에 집중했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고 공장도 매각해 외부 업체에 제품 생산을 위탁하기로 했다. 경영진도 재편했다. 리복 임원 출신으로 LEK컨설팅에서 유통·소비재 부문을 10년 넘게 담당해온 앤드류 리스를 2014년 회장으로 영입했다. 2018년에는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에 발맞춰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 중이던 앤 멜먼을 수석부회장 겸 CFO로 스카우트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한 작업을 이어가는 한편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지속해나갔다. 일례로 2018년 ‘라이트라이드(LiteRide)’라는 새 소재를 선보였다. 기존에 활용하던 소재인 크로슬라이트보다 25% 가볍고 40% 더 부드럽다. 라이트라이드를 활용하면 더 편안한 신발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시도 끝에 크록스는 다시금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는 매출, 영업이익이 증가와 감소를 반복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실적이 상승 기류를 이어간다. 매출은 2018년 6.3%, 2019년 1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8년과 2019년 모두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3억8600만달러, 영업이익은 2억1400만달러로 각각 전년도 대비 13%, 66% 늘었다. 팬데믹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이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뛰어난 성과라는 평이다. 코로나19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목 활동을 줄이고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며 편한 신발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가 이어진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배, 영업이익은 무려 6배로 늘었다.

전망 역시 대체로 긍정적이다. 여행, 레저 활동이 재개되면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마진율이 높은 전자상거래 부문이 성장한다는 것도 긍정론을 뒷받침한다. 크록스 측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e커머스 채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16.8%, 2019년 18.5%, 2020년 25.9%로 늘었다.

글로벌 소비 시장 주요 세력으로 떠오르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도 강점이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제프리가 1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브랜드 선호도 설문조사에서 크록스는 2017년 38위, 2018년 13위, 2019년 7위를 기록하며 매년 순위가 올랐다.

다른 기업이나 유명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것도 돋보인다. 크록스는 인기 가수 포스트 말론, 디자이너 베라 브래들리 등과 협업해 디자인한 제품을 내놓으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패스트푸드 기업 KFC와 함께 신발을 선보이며 이슈가 됐다. 판매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모든 물량이 판매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올해 3월 저스틴 비버와 함께 만든 신발 역시 완판 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와 손잡고 하이힐 크록스를 선보였다.

이현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20년 3월 저점 대비 주가가 10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 12개월 선행 PER이 16.6배로 스케처스, 풋락커 등 글로벌 경쟁사 평균인 22.5배에 비해 낮다. 크록스 제품은 가볍고 미끄러지지 않아 물놀이 등 레저용 수요가 많다. 2분기와 3분기가 계절적 성수기인데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맞물려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월가 애널리스트 목표주가 중간값은 125달러, 최고치는 160달러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3호 (2021.06.16~2021.06.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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