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是非非] 이준석과 이준석들

신범수 2021. 6.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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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막걸리를 마셨고 누구는 국밥을 먹었다.

우리가 이준석 현상에 열광한 것은 한 명의 신선한 정치인 출현을 반겨서라기보단, 그로 대변되는 세대의 중앙 정치무대 진입을 의미하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준석은 82년생 김지영처럼 하나의 일반명사로 읽어야 한다.

이미 많은 이들이 걱정하듯, 정치인 이준석의 경쟁·능력 지상주의 그리고 혐오를 자양분 삼는 정치 행보가 제1야당을 통해 현실 속에 구현될 때, 우리가 목도하게 될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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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막걸리를 마셨고 누구는 국밥을 먹었다. 어떤 이는 버스나 지하철에 익숙한 척하다가 요금을 몰라 실패했다. 정치인이 특정 시기에 서민 ‘코스프레’를 하거나 청년문화에 열린 마인드를 가진 양 행동하는 것은 그들이 실상 서민이 아니거나 꼰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누가 봐도 물리적 청년임이 명백하며, 기존 정치인과 충분히 다르다고 여겨지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걸어서 5분 거리 출근길을 굳이 따릉이로 누빌 필요가 없었다. 1985년생, 0선의 청년 정치인이 제1야당 대표에 오른 건 여의도 정치판을 뒤집는 일대 사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의 첫 출근길 사진으로 도배된 14일 자 조간신문 1면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겨준다. 백팩을 메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야당 대표의 모습은 파격임과 동시에, 그것이 철저히 여의도식(式) 정치 문법을 따른 행위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이준석 현상에 열광한 것은 한 명의 신선한 정치인 출현을 반겨서라기보단, 그로 대변되는 세대의 중앙 정치무대 진입을 의미하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그가 극복해야 할 대상은 이른바 ‘조국 세대’다. 당분간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스스로 용퇴할 가능성은 제로인, 그 위세가 정점에 달해있는 듯 보이는 그 세대는 임금피크제를 느닷없이 통보받은 직장인처럼 이 급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고 있다.

그래서 이준석은 82년생 김지영처럼 하나의 일반명사로 읽어야 한다. 그것이 옳은 방향이냐 아니냐를 떠나, 쇄신과 변화의 물결이 보수당에서 시작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진보의 전유물과도 같던 파괴와 혁신의 타이틀을 빼앗긴 진보당이 느낄 압박은, 그 반대 경우에서 보수당이 가질 법한 위기감보다 배는 클 것이다. 이제 진보당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또 다른 85년생 이준석을 발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지만 아직은 영향력이 미미한 청년 정치인들이 제도권에 편입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이것이 ‘85년생 이준석 돌풍’의 핵심이다. 다선(多選)의 위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왔다고, 자신의 기득권과 사회 개혁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세대는 이제 은퇴를 준비하시라고, 85년생 이준석은 말하는 것 같다.

정치인 이준석 역시 혹독한 검증의 시간을 지날 것이다. 알고 보니 그는 젊을 뿐 무능했다는 것으로 결론 날 가능성을 높이 보진 않는다. 다만 그가 견지하는 여러 가치들이 발전적 미래를 담보할 것이냐 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걱정하듯, 정치인 이준석의 경쟁·능력 지상주의 그리고 혐오를 자양분 삼는 정치 행보가 제1야당을 통해 현실 속에 구현될 때, 우리가 목도하게 될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는 기회와 노력을 강조하지만 조국 역시 "합법"이라 강변할 때 기회의 공정을 생각했을 것이며, "돈도 실력이야"라던 정유라는 우연히 획득된 능력이나 노력도 공정의 출발점일 수 있느냐는 질문을 이 사회에 던졌다. 정치인 이준석은 자신의 공정이 이 같은 미세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제 보다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2011년 박근혜키드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2021년 사회 곳곳에서 꿈틀거리는 이준석키즈의 길라잡이로 다시 태어났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85년생 이준석의 진화와 발전이 우리 정치와 미래에 갖는 의미는 신선한 출근 장면 연출로 개인 이준석이 획득할 정치적 이득보다 배 이상 크다.

신범수 정치부장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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