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中'구조적 도전' 첫 명시.."북 CVID 대미 협상 촉구"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14일(현지시간)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며 대립적인 입장으로 전환했다. 나토가 강력한 어조를 사용해 중국 견제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토 30개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와 동맹 안보와 관련된 영역에 구조적 도전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은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열렸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인권, 인프라 측면에서 중국에 우려를 나타낸 데 이어 이번에는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의 위협을 강하게 견제한 것이다.
이번 성명은 중국을 '기회이자 도전'으로 언급했던 2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나토는 지난 2019년 공동성명 때만 해도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이 기회뿐 아니라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도전'이라고 명시했다.
외신들은 이에 대해 중국에 대한 나토의 인식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에 맞서 공동 전선을 펴기를 촉구해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에 대한 공동의 입장을 정한 것은) 취임 후 처음으로 나토 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면서 "(이를 계기로) 나토 정상들이 중국에 대해 보다 대립적인 입장으로 전환하게 됐다"고 평했다.
영국 BBC는 나토가 중국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중국의 투명성 부족과 허위정보 사용'을 언급하면서, 나토가 최근 몇년 간 중국이 동아프리카에 첫 해군기지를 구축하는 등 군사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중국은 지난해 동아프리카 전략요충지인 지부티에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항공모함 2척이 정박할 수 있는 영구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미 당국은 중국이 지부티 외에도 파키스탄 서부 과다르항과 남미 등지로 해군시설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도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중국에 대항해 나토의 '신전략 개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아시아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악관이 특히 이를 위해 파트너십을 심화해야 할 국가로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을 언급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나토는 북한에 대해서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를 지지한다면서 이를 위해 미국과 의미 있는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핵전력과 탄도미사일 폐기 등 관련 프로그램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2년 전 공동성명 당시만 해도 북한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성명은 이번 회의에 처음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의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G7과 나토 회의에서 미국의 대중 입장을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관련해 공동성명이 '더 강하길 바랐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아쉬움을 내비친 바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중국과 신냉전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고, 중국은 적이 아니라면서도 "중국의 부상이 우리의 안보에 야기하는 도전들에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일부 정상들도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는 위험과 보상이 모두 있다면서 "누구도 중국과 신냉전으로 가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문제지만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에 집중하느라 나토가 직면한 시급한 현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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