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소득은 누군가의 피땀이다

2021. 6. 1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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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1809∼1882)의 진화론을 정설로 받아들였을 때 당연한 첫 번째 의문은 생물이 무생물에서 단세포로 태어나서 인간이라는 고등동물로까지 진화하는데 얼마나 장구한 시간이 걸렸을까가 아닐까? 그 긴긴 시간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짧은 생을 사는 인간이 이해하는 데에는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상상력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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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부)


찰스 다윈(1809∼1882)의 진화론을 정설로 받아들였을 때 당연한 첫 번째 의문은 생물이 무생물에서 단세포로 태어나서 인간이라는 고등동물로까지 진화하는데 얼마나 장구한 시간이 걸렸을까가 아닐까? 그 긴긴 시간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짧은 생을 사는 인간이 이해하는 데에는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상상력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100만년 이상 지속된 빙하기가 마지막으로 끝난 것은 약 1만년 전이었다. 1만4000년 전부터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해 1만년 전에는 지금보다 1~2도 낮은 수준까지 10도 이상 상승했다.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를 덮고 있던 빙하가 북쪽으로 밀려가면서 그 뒤를 툰드라가 따랐다. 자작나무와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의 옅은 숲이 다시 그 뒤를 따랐다. 빙하가 북쪽으로 멀리 밀려간 뒤에는 온대지방에 낙엽수와 활엽수 숲이 깊게 들어섰다. 당연히 동물들도 북쪽으로 이동했으며 깊은 숲에 서식하는 동물들도 뒤따랐다. 그리고 그즈음 인류의 조상들이 초기 농업을 시작했다. 가축이 사육되고 식물에 물을 주고 주위의 잡초를 제거하는 등 일종의 경작이 이뤄진 것이다.

농업이 시작되기 전에도 모든 인류에게 생존을 위한 경제 활동은 필수였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음식물을 섭취해야만 했고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거처를 구해야 했음에 틀림없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그리고 부끄러움의 의식이 생겨나면서 신체의 주요 부위를 가리기 위해 동물의 가죽 등으로 의복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긴긴 시대의 생존 방식을 일괄해 수렵채집이라고 한다.

인류의 탄생부터 약 1만년 전 농업이 시작되기까지 긴긴 일월 동안, 99% 이상 기간의 경제 활동은 스스로의 노동을 통해 자연에 널려 있는 동식물로부터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충족하는 수렵채집이었다. 수렵채집의 사회에서 소득은 스스로의 노동과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 땀을 흘리면 대개는 그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정직한 사회였다.

그러던 것이 아직도 불분명한 이유 때문에 농업이 시작됐다. 그와 함께 직업과 계급의 분화가 일어나면서 노동과 소득의 관계가 분리되고 불분명해지기 시작했다. 경제, 사회, 정치적인 불평등도 심화됐다. 그리고 이제는 소득을 화폐로 인식하는 시대가 됐다. 그사이 소득이 누군가의 피와 땀이라는 인식은 점점 약화됐다. 경제학은 소득이 결국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르치지만 그런 관계를 생각하기 전에 우리 대부분은 소득이 적음에 불만이다.

이제는 그와 같은 불만을 달래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소득과 관련된 사기성 이론이 등장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하니 이제는 기본소득이다. 온 국민에게 한 달에 10만원도 주기 벅찬데 어떻게 기본소득이 성공하리라고 보는지 한심하다. 소득분배도, 공정한 복지도,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없는 해괴한 이론이 판을 치고 있다.

21세기 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득과 관련된 일련의 갈등과 수사는 소득이 누군가의 피와 땀의 결정체라는 작은 진실을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 이 나라를 주름잡는 정치인 가운데 나라야 어찌 됐든 정권만 탈취하면 된다는 모리배가 적지 않음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소득은 볼품없었지만 그 충만하던 애국심은 어디 갔는가? 나라를 한 단계 올려세우는 방법을 고민하는 정치인은 어디 있는가? 언제까지 우리 국민은 이런 모리배 정치의 지배를 받아야만 하는가?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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