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라벨링
페이스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정지 조치를 향후 2년 동안 유지한다고 최근 밝혔다. 그가 쏟아내는 가짜뉴스와 대중선동이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하기 훨씬 전부터 그가 자신의 계정에서 근거가 없는 주장을 할 경우 팩트 체크 라벨을 붙이는 ‘라벨링(labelling)’ 조치를 취해왔다. 선출된 대통령의 발언을 막는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 임기 말 1년 동안 페이스북이 팩트 체크를 했던 트럼프의 포스트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그런 라벨링은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일반 포스트에는 평균 15만 개의 반응이 있었는데, 라벨을 붙인 포스트는 오히려 훨씬 더 많은 평균 40만 개의 반응을 받은 것이다. 이런 결과 때문에 페이스북의 라벨링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가짜뉴스라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사용자의 관심을 불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귀인(歸因)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팩트 체크를 받게 되는 포스트는 근거 없는 주장이나 가짜뉴스가 들어가 있어서 그 자체로 이미 (트럼프의 다른 포스트에 비해) 훨씬 선동적이기 때문이다. 즉, 확산되는 이유와 경고를 받은 이유가 같을 뿐,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더 확산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분명한 것은 라벨링이 가짜뉴스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 거의, 혹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이 가짜뉴스를 반복적으로 퍼뜨리는 사용자의 포스트의 경우 알고리듬을 통해 아예 도달을 저지하는 조치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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