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착하게 살고 싶었어"..빌런의 사연, 왜 매번 관객들을 매료시킬까

임세정 2021. 6. 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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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역주행한 영화 '크루엘라'
"'악당' 만들어내는 편견과 차별 등 사회적 문제에 대중 공감"
영화 '크루엘라'에서 주인공 크루엘라 역을 맡은 배우 엠마 스톤. 올댓시네마 제공

“인간의 가면을 쓴 흡혈귀같은 여자, 영원히 가둬서 풀어주지 말아야 해. 크루엘라 드빌이 오기 전에는 온 세상이 평화로웠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1961년)에서 주인공 ‘퐁고’의 반려인 로저는 영화 주제가인 ‘크루엘라 드빌’을 만들어 이렇게 노래했다. 크루엘라가 오기 전엔 정말 온 세상이 평화로웠을까.

지난달 26일 개봉한 디즈니 실사 영화 ‘크루엘라’는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스핀오프이자 프리퀄이다. 가난하고 무시당하던 여자아이 ‘에스텔라’가 어떻게 디즈니의 대표적인 ‘빌런’(악당) 크루엘라로 재탄생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속편이다.

에스텔라는 태어날 때부터 머리카락의 반은 검은색, 반은 흰색이었다. 사람들은 특이한 외모를 가진 에스텔라를 피하며 ‘이상한 아이’라고 손가락질했다. 학교에서 자신을 못살게 구는 친구를 골탕먹이며 에스텔라는 ‘문제아’가 된다. 엄마는 퇴학당한 에스텔라를 데리고 새 삶을 찾아 런던으로 향한다.

하지만 런던으로 가던 중 가난한 형편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친구의 파티를 찾아간 엄마는 목숨을 잃고 만다. 홀로 런던으로 오게 된 에스텔라는 거리에서 소매치기를 하던 소년 재스퍼, 호레이스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백화점에 일자리를 얻게 된 에스텔라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유명 디자이너 바로네스 남작부인의 눈에 띄어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영웅처럼 생각하던 바로네스 남작부인이 엄마를 죽였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바로네스 남작부인이 버린 친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에스텔라는 ‘크루엘라’로 변신해 바로네스 남작부인에게 복수한 뒤 이렇게 말한다.

“슬픔엔 다섯 단계가 있다고 하지. 부정, 타협, 분노, 우울, 수용. 난 거기에 하나 더 추가 하고 싶어. 복수.”

영화 ‘크루엘라’는 지난주말 개봉 3주만에 정상에 오르며 ‘깜짝 역주행’했다. 여름철을 겨냥한 공포영화 ‘컨저링 3:악마가 시켰다’와 액션영화 ‘캐시트럭’ 등을 가뿐히 따돌리며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빌런의 탄생에 대한 영화는 이전에도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DC 코믹스의 가장 유명한 빌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조커’는 2019년 국내 개봉 한 달도 채 안 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배트맨’의 배경인 고담시에서 코미디언을 꿈꾸던 ‘아서 플렉’이 절대 악이 돼 가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풀어낸 영화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주연을 맡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202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 '크루엘라' 스틸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관객들은 영화를 ‘픽션’으로만 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대중이 영화를 현실과 연결 지으면서 영화 속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 등 ‘내가 목격하거나 맞닥뜨린’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다. ‘빌런의 탄생’을 그린 영화들이 흥행하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빌런의 탄생에 깔려있는 환경적인 조건들 즉,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따라가다보면 사회적 문제를 찾게 된다”면서 “빌런이 하는 행위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담아내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 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약자에 대한 혐오나 인종차별 등의 문제에 대중이 공감하기 때문에 악당이 현실에 나타난다면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작품에는 몰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엘라를 빌런으로 만든 ‘진짜 악당’ 바로네스 남작부인 역을 맡은 배우 엠마 톰슨. 올댓시네마 제공

주인공 크루엘라 역은 영화 ‘라라랜드’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배우 엠마 스톤이, 크루엘라를 빌런으로 만든 ‘진짜 악당’ 바로네스 남작부인 역은 배우 엠마 톰슨이 맡았다. 할리우드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두 배우의 ‘빌런 연기’ 대결은 단연 돋보인다. 두 ‘빌런’이 천재적인 디자이너로 나오는만큼 화려한 의상도 압권이다. 퀸, 비지스, 비틀즈, 블론니 등 1970년대 런던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과 배경 등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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