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시대' 가고 '조코비치 왕조' 도래했다

이동환 2021. 6. 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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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파스에 2세트 내주고 3세트 내리 따내
최근 3년 간 메이저 10회 중 6회 우승
"누구에게도 의지 못 해..모든 건 자신에 달렸다"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는 조코비치. 로이터연합뉴스


‘빅3’의 시대가 가고 ‘조코비치 왕조’가 도래했다. 로저 페더러(8위·스위스)와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의 뒤를 쫓으며 남자 프로테니스 빅3로 군림해온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올해 호주오픈에 이어 프랑스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조코비치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그리스)에 3대 2(6-7<6-8> 2-6 6-3 6-2 6-4) 역전승을 거두고 5년 만에 왕좌에 복귀했다.

조코비치는 빅3 중 후발주자였다. 페더러(1981년생)와 나달(1986년생)보다 어린 조코비치(1987년생)가 호주오픈에서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08년 기준 페더러는 이미 12회, 나달은 3회나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상태였다. 조코비치가 우승한 뒤 “내가 그들의 우승 기록과 경쟁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밝혔을 정도.

이번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메이저대회 우승 횟수를 19회로 늘려 페더러·나달(20회)에 단 1승 차이로 따라 붙었다. 특히 프랑스오픈에서 2승째를 챙긴 건 주목할 만하다. 조코비치는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9회) US오픈(3회)은 물론 잔디 코트에서 진행되는 윔블던(5회)에서도 다수 우승했지만,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선 그동안 나달에 밀려 1회 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엔 그 나달마저 준결승에서 잡아내고 우승해, 코트 재질을 가리지 않는 진정한 승자로 거듭났다.

4대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을 모두 2번 이상 우승한 건 조코비치가 역대 세 번째다. 1967년 로이 에머슨(호주),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가 같은 업적을 달성했지만,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달성한 기록만 따지면 조코비치가 최초다. 페더러(프랑스오픈 1승)와 나달(호주오픈 1승)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다.

기뻐하는 조코비치. AP연합뉴스


과정은 험난했다. 조코비치는 준결승에서 나달과 4시간 반 동안의 혈투를 펼친 뒤 단 하루를 쉬고 혈기 왕성한 23세의 치치파스를 만나 다시 4시간 11분의 힘겨운 경기를 해야 했다. 이 때문인지 치치파스에 먼저 두 세트를 내준 조코비치는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3세트 시작과 함께 전세는 완전히 역전됐다. 노련한 조코비치는 치치파스의 실책을 유도하며 결국 서브 에이스(5-14) 공격 성공 횟수(56-61)의 열세 속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치치파스는 “2세트를 마치고 떠난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코비치는 갑자기 다른 선수가 돼 돌아왔다. 그는 내게 어떤 공간도 내주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비결은 ‘정신 수양’에 있었다. 조코비치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 모든 건 자기 자신에 달렸다. 오늘 나처럼 힘든 상황에서 기어 나올 능력이 없다면, 2세트를 내준 순간 경기가 끝난 것과 다름없다”며 “그래서 난 정신 수양에 힘썼다. 정신 훈련은 체력 훈련과 똑같이 중요하다. 훈련이 효과를 발휘해 기쁘다”고 설명했다.

‘조코비치 왕조’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3년 간 10회의 메이저대회에서 조코비치는 6번 우승했다. 나달(3회) 페더러(0회)의 기량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전성기를 맞은 것. 당장 오는 28일 열리는 윔블던에서도 조코비치는 최근 2회 연속 우승했다. 이어지는 2020 도쿄올림픽과 US오픈은 조코비치가 극강의 모습을 보이는 하드코트에서 펼쳐진다. 독주가 기대되는 이유다.

올림픽 금메달까지 차지할 경우 조코비치는 남자 단식 최초로 ‘골든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와 올림픽을 모두 제패하는 것)’을 달성하게 된다. 여자 단식에서도 1988년 슈테피 그라프(독일)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조코비치는 골든 그랜드슬램에 대해 묻자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이번 우승으로 달성 가능성이 커졌다”고 자신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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