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우리가 바라는 행복국가

2021. 6. 1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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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오후 1시가 다 돼 잠에서 깨어 출근 준비를 한다.

아내와 딸, 그리고 '행복'을 위해 다시 일어서야 했다.

가난하지만, 아내와 딸이 옆에 있다는 사실에 그는 '행복'해 한다.

그러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국가에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국가는 방해해서는 안 되는 권리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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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오후 1시가 다 돼 잠에서 깨어 출근 준비를 한다. 아내는 출근했고 딸도 이미 등교했다. 이런저런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오후 4시 ‘오늘은 모실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집을 나선다. 대리운전노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여러 대리운전업체에서 업무를 차단해 소위 ‘콜’이 오는 숫자가 현격히 줄은 데다가 코로나19 시국인지라 손님 만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렵다.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오후 8시가 넘어서 첫 손님을 모실 수 있었다.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며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은 힘내라며 2000원을 더 얹어주신다. 잠깐 ‘행복’이 마음에 깃든다.

다시 기약 없이 ‘콜’을 기다리며 아내와 초등학생 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지갑에서 꺼내어 보며 미소 짓는다.

그도 한때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나 단지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로 인해 그와 가족들이 감내해야 했던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내는 가정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무척 애썼고 딸의 재롱도 그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아내와 딸, 그리고 ‘행복’을 위해 다시 일어서야 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일이 대리운전이고 몇 년 동안 열심히 뛰었다. 그러면서 수많은 대리운전 기사들의 고단한 삶을 마주했다. 그나마 그는 ‘행복’한 가정을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가난하지만, 아내와 딸이 옆에 있다는 사실에 그는 ‘행복’해 한다. 그리고 대리운전노조 활동을 하면서 노조원들의 권익이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또한 ‘행복’해 한다. 그는 ‘행복’한 것인가,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것인가.

‘행복’의 의미를 찾아봤다. 사전적으로는 ‘생활에서 기쁨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고, 헌법 제1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헌법에 행복추구권이 규정된 때는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80년 헌법부터이다.

그 후, 헌법재판소는 판결을 통해 행복추구권의 내용을 구체화하였다. 추상적 법 원리에 머물지 않고 기본권임을 인정하였고, 개별적 권리가 아니고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성격을 갖는 권리로 보았다. 그러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국가에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국가는 방해해서는 안 되는 권리로 보았다.

행복추구권을 소극적으로 이해하는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과거 개인의 자유가 수시로 박탈되던 시기에는 의미가 있었겠으나, 생존권과 복지가 중요해진 현대국가에서는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필자처럼 행복을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만족이 동시적으로 충족된 상태’라고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여느 때처럼 복지에 대한 공약이 넘쳐날 것이다. 그 공약들은 지켜질 수 있을까. 20대 대통령은 과연 대리운전을 하는 ‘그’와 가난한 서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만족이 동시에 충족되는 ‘행복국가’가 필자만의 꿈이 아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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