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물가 28년만 최고치에도 숨고른 시장..FOMC까지 대기모드

이승호 2021. 6. 1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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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앞에 있는 조지 워싱턴 미국 대통령 동상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11일 미국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8.26포인트(0.19%) 오른 4247.44를 기록하면서 종가 기준으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전날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4.7%)를 넘는 5%를 기록했음에도 그랬다. 28년 만에 최고치인 CPI 수치로 인해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시장에선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중고차 값 물가 상승 이끌어…'인플레 일시적' Fed 입지 강화

지난 5월 미국 메릴랜드주 로렐시의 한 중고차 매장의 모습. [AFP=연합뉴스]


왜 그랬을까. CPI 결과에도 Fed의 비둘기파적인 성향(통화완화 중시)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금융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금융서비스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시장 관계자들은 Fed의 부양책이 곧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CPI) 데이터가 Fed의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인식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물가상승의 내용 때문이다. 5%라는 CPI 수치만 보면 놀랍지만 5%가 나타난 원인을 보면 큰 문제가 아니라는 해석이 시장에 퍼졌다. 미국 노동부의 발표를 보면 5월의 CPI 상승분의 3분의 1은 중고차 가격이 차지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지연되면서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의 신차 생산이 늦어졌다. 이로 인한 여파로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오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반도체 물량이 확보되면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폭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CNBC는 “중고차 가격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중고차 가격과 함께 상승폭이 컸던 항공비용과 호텔방값도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것일 뿐 무한정 오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미국 5월 물가상승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런 생각들은 “최근 물가 상승은 기저효과와 공급 병목현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란 Fed의 기존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최근 1.45%까지 내려갔다. 케빈 니콜슨리버프론트 인베스트먼트 그룹 글로벌 채권 공동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채금리 움직임은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꾸준한 집값 상승…FOMC서 테이퍼링 힌트 나오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P=연합뉴스]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졌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CPI의 30%를 차지하는 주거비용이 상승세라는 점이 이런 우려를 키운다. 5월 주거비용은 1년 전보다 2.2% 올랐다. NYT는 “물가상승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천천히 움직이는 주거비용이 5월에 더 높게 나타났다”며 “이코노미스트들이 이 지표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시장은 15~16일 열릴 Fed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물가 상승 상황을 Fed가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Fed가 그동안 해 온 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에 대한 입장이 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썬 이번 FOMC에서 Fed가 테이퍼링과 관련한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을 거란 예상이 우세하다. 냇웨스트마켓츠의 존 브릭스는 CNBC에 “(Fed 당국자들이) 물가 상승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표현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이퍼링에 대한 힌트만 FOMC에서 제시되어도 시장은 출렁거릴 수 있다. 대표적인 게 Fed가 FOMC에서 별도로 발표하는 경제 전망 보고서다. Fed가 최근의 인플레이션 상승세를 반영해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수정한다면 시장은 이를 Fed의 긴축 움직임의 전조로 해석할 수 있다.


부진한 고용이 인플레 우려 키울 수도
Fed의 고민도 크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주장을 반복하지만, 정작 고용이 부진해서다. Fed가 제로금리와 채권매입과 같은 통화완화 정책을 쓰는 가장 큰 명분은 고용률 회복이다. 하지만 미 노동부에 미국에선 아직도 약 1000만명이 실업상태에 있다. CNBC는 “구인난이 계속될수록 임금 상승압박은 높아져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며 Fed의 조기 긴축을 유발할 수 있다”며 “Fed 전망대로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면 이제 관건은 어떻게 노동자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불러올 수 있을지가 됐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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