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보이의 PCS 4 미리보기

‘지수보이’,김지수,e스포츠,해설자 2021. 6. 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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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G 콘티넨털 시리즈(PCS)’ 4 아시아가 지난 12일 개막했다. 오는 27일까지 3주에 걸쳐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선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을 연고로 하는 16개 강호가 실력을 겨룬다. 한국에서는 아프리카 프릭스를 비롯해 젠지, GPS 기블리, 담원 기아, 매드 클랜, 이엠텍 스톰엑스, 다나와 e스포츠, T1 등 8개 팀이 대표로 나섰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전문가 ‘지수보이’ 김지수 해설은 이번 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팀으로 아프리카, 젠지, 다나와와 함께 중국의 포 앵그리 맨(4AM), 17 게이밍, 멀티 서클 게이밍(MCG)을 꼽았다. 대회 개막에 맞춰 김지수 해설의 이번 대회 전망 및 일부 팀에 대한 심층 분석 글을 싣는다. 원고는 대회 시작 전날 작성했으나 퇴고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루 지연해 송고하게 됐음을 양지 바란다. 〈편집자주〉

배틀그라운드는 굉장히 단순한 게임이다. 끝까지 생존하라. 이 단순한 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유저들과 선수들은 전장에서 피땀을 흘리고 있다. 처음 배틀그라운드가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은 전장에 무지했다. 생존 기술과 교전 능력 또한 지금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 투박함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차지하는 치킨 한 마리는 무엇보다 큰 감동을 선사했다. 시간이 흘러 생존과 교전 기술이 고도화되고,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자들의 수준은 상승했지만, 모든 위기와 역경을 뚫고 얻어내는 치킨의 쾌감은 변치 않았다.

올해 초 성대하게 열렸던 ‘2021 PUBG 글로벌 인비테이셔널.S(PGI.S)’는 배틀그라운드가 무엇을 위한 게임인지, 그리고 PUBG e스포츠가 걸어가야 할 구체적인 약도는 무엇인지를 제시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많은 팀들, 참가하지 못한 팀들 모두 그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왔고, 각 지역에서 열린 리그와 대회를 통해 끊임없이 단련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2021 PUBG 위클리 시리즈(PWS)’ 동아시아 페이즈1 같은 경우 상위 8개 팀이 진출할 수 있었는데 모두 한국 팀으로 수놓아졌다. PGI.S 이후 리빌딩을 감행했던 많은 팀들 또한 변화를 꾀했으나 다나와 e스포츠, 젠지, 아프리카 프릭스 3개 팀이 3강 체제를 이루며 끝을 맺었다. 아쉬운 결과를 손에 쥔 팀들도 있었으나 전체적인 상향 평준화가 있었기에 ‘PUBG 콘티넨털 시리즈(PCS)’ 4를 노려볼 법하다.

중국 지역의 리그인 ‘2021 PUBG 챔피언스 리그(PCL)’ 스프링에선 꽤나 큰 변화가 있었다. 중국의 근본 팀으로 불리는 인팬트리, 톈바 e스포츠가 플레이오프조차 통과하지 못하면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4AM은 치킨 룰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보이며 압도적인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했다. 한참이나 잠들어있었던 17 게이밍이 2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귀환했으며, 멀티 서클 게이밍 또한 저력을 보여준 끝에 3위를 차지, PCS 2연속 제패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살을 베어내고 뼈를 깎는 시간은 끝났다. 배틀그라운드가 어떤 게임인지, 각자가 가진 철학과 실력을 검증하는 시간이 다시금 찾아왔다. 네 번째 PUBG 컨티넨털 시리즈 아시아. 이 혹독한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될만한 이들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도록 하자.

아프리카 프릭스

펍지 스튜디오 제공

PGI.S 위클리 파이널 6연속 진출과 PGI.S 위클리 파이널 1주차의 승리. 그리고 PWS 프리시즌과 PWS 동아시아 페이즈1에서의 우승을 떠올려 보면 아프리카엔 참 극적인 순간들이 많았다. 경기 내용도 진폭이 엄청나게 차이 날 정도로 안 되는 판들은 지독히도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또 되는 판들에서 드러나는 선수 개개인의 엄청난 슈퍼플레이는 아프리카를 계속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나 큰 경기 혹은 중요한 길목이 될만한 매치에서 집중력이 돋보인다. 앞서가는 다른 팀을 주목하는 동안 어느샌가 치킨과 킬 포인트를 야금야금 챙겨가며 순위를 올리는 패턴을 자주 보여준다. 끝까지 모든 정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정말 본인들에게 기회가 왔다 싶을 땐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단단함을 보여준다. 주도권을 끝까지 쥐고 나간다.

포지션에서의 유연함도 돋보인다. 그동안 메인 오더를 맡았던 ‘이제이(EJ)’ 이정우가 다시금 공격수로 돌아오고, ‘한시아’가 지휘봉을 잡음으로써 노련한 경기 운영과 교전력 상승을 동시에 노렸다. PWS 동아시아 페이즈1 그랜드 파이널에선 최종 우승까지 기록, PWS 프리시즌에 이어 대회 2연패를 일궈냈다. 큰 경기와 중요한 문턱에서 아프리카는 늘 집중력 넘치는 모습들을 자랑해왔다.

그런 원동력은 아무래도 아프리카에 내재된 공격 본능에 기인한 듯싶다. 앞서 이야기했던 이정우, 한시아와 더불어 ‘아카드’ 임광현과 ‘히카리’ 김동환의 경기력 또한 훌륭했다. 이 둘의 선전만 있다면 다른 팀과의 전투에서 절대로 밀리진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는 천천히 자리를 지키고, 회전 각을 지워내면서 외곽부터 차근차근 영역을 지배하는 패턴으로 기본 운영을 한다. 본인들이 유리한 정황을 기가 막히게 캐치하므로 절대로 무리를 하지 않는 것도 장점. 다만 예상치 못한 위치에서 암살에 피해를 입거나, 이동 간 전력이 유지되지 못하는 모습, 혹은 외곽에서 힘 싸움을 할 때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는 듯한 모습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아프리카의 운영 특성상 간격을 최대한 벌리고, 정보를 많이 획득하려는 패턴에서 나올 수 있는 실수다. 하지만 중국 팀들의 라인 싸움 또는 1명을 기절시킨 이후 저돌적으로 정리하는 모습을 떠올려본다면 분명히 간격을 많이 벌리는 운영 자체는 독이 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기존에 차지하고 있던 요충지에서 멸망전 구도가 나올 경우, 중국 팀들의 합류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기 때문에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하루 4개 매치를 치러야 했던 과거 PCS와 다르게 이번 PCS 4는 하루 6개 매치, 이틀 동안 총 12개 매치를 연속으로 치러야 한다. 최근엔 팀 단위로 크로스핏 훈련을 하며 체력적인 대비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팀보다도 단단하게 내실을 다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화려한 선전을 기대해본다.

젠지

펍지 스튜디오 제공

PGI.S 최종 3위라는 성적표로 2021년의 시작을 알렸던 젠지. 사실 조금 아쉽기야 했겠지만, 오히려 다시금 2019년의 영광을 기대해볼 수 있는 좋은 출발이었다. PGI.S가 종료된 이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로키’ 박정영이 담원 기아로 이적하면서 PWS 페이즈1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물론 기존 멤버와 더불어 ‘알파카’ 방지민, 추가로 ‘아수라’ 조상원의 영입을 통해 운영을 좀 더 강화했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박정영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있겠느냐는 얘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젠지는 역시 젠지. 그 모든 대답은 경기력으로 보여준 듯하다. 새롭게 영입된 조상원이 정말 중요했던 매치를 세이브하며 3주차 위클리 파이널 대역전의 주인공이 됐고, ‘피오’ 차승훈이 건강상의 이슈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방지민이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젠지는 다양한 스타일마저 갖췄다는 평가를 듣게 됐다.

글로벌 매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역시나 자유자재로 동선과 전략을 실시간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데 있다. 기존에 함께 경기를 치러왔던 팀들과는 성향이 전혀 달라서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풍부한 인적 자원과 함께 노련함마저 갖춘 젠지가 이제는 정상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인 로스터를 갖춘 팀들도 적지 않은데, 한 명이라도 컨디션 난조를 겪으면 팀 성적과 직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러 경기를 통해 지켜봤듯이 젠지는 이제 최강의 창과 방패를 동시에 갖췄다.

국내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차승훈과 ‘이노닉스’ 나희주 듀오, 팀을 조율하는 데 천부적인 면을 보여주는 ’에스더’ 고정완, 팀의 색깔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는 방지민, 팀 내 마지막 보루로서 든든함마저 갖춘 조상원. 이보다 더 좋은 밸런스가 있나 싶을 정도로 찰떡같은 호흡을 이번 PWS 페이즈1에서 보여줬다. 차승훈이 앞서나가며 특유의 암살 패턴을 자주 보여줬는데, 이전보다 완급 조절에서 훨씬 더 안정감이 생겼다. (배틀그라운드 스매쉬컵 1일차 매치3)

다만 이번 대회 역시 랜드마크 경쟁이 있을 예정이다. 중국 내에서 좋은 폼을 보여준 게임즈 포레버 영(GFY)이 강남을 랜드마크로 삼고 있다. 이를 피해간다 하더라도 페트리코 로드와 동선이 겹치는 것을 예상해본다면 비행기를 따라 여러 랜드마크에 대한 가능성을 장착한 채로 PCS 4에 임해야 한다. 미라마 또한 마찬가지. 17 게이밍이 페카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라마 최외곽 도시로 우회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미 갖추어진 시스템을 버리고 대회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긴 하지만, 이런 변수들을 이겨내지 못하면 장차 있을 ‘2021 PUBG 글로벌 챔피언십(PGC)’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기에 늘 대비를 해야 한다. 그 대비가 얼마나 완벽할지는 늘 그랬듯 경기로 말해줄 것이다. 젠지는 그런 팀이니까.

다나와 e스포츠

펍지 스튜디오 제공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본인의 복싱 스타일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다나와의 스타일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유사한 측면이 많다. 화려한 풋 워크는 다나와의 기가 막힌 동선. 스스로를 코너에 몰리게 한 뒤 노 가드로 적의 펀치를 모두 다 회피하면서 반격을 날리고, 오히려 기회를 만드는 움직임은 자기장 중앙에 뿌리를 박고 수많은 사격을 견디며 카운터 샷을 먹이는 다나와의 패턴과 비슷하다. 상황 인지 후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점이 있는 팀이다.

물론 아무리 좋은 판단을 내려도 수행이 가능한지 여부는 전적으로 팀원들의 역량에 달렸지만, 이번 연도 다나와는 정말 남다르다. 경험과 패기의 조합이 완벽한 듯하다. 전체적인 판단과 그림을 그리는 측면에서 ‘제프로카’ 최승영은 한 단계 각성했다. 중앙을 질러가는 타이밍이라든지, 점령하는 위치를 봤을 때 우리가 어디까지 반격을 날릴 수 있는지, 버틸 만한지를 가늠하는 능력이 발군이다. ‘서울’ 조기열은 PUBG e스포츠 신에서 가장 잔뼈가 굵은 선수 중 하나일 것이다. 팀원들의 신뢰도 두터울뿐더러 해결사 역할을 도맡아 해주고 있다. 그리고 다나와의 젊은 피 ‘렉스’ 김해찬과 ‘살루트’ 우제현은 모든 팀의 두려움을 살만큼 폭발력과 개인 역량의 뛰어난 면을 대회 내내 보여줬다. 특히나 우제현은 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으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더 높이고 있는데, 첫 글로벌 대회에서의 활약상 또한 기대되는 바다.

다나와의 최대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 요충지에 들어가는 절묘한 타이밍과 판단. 두 번째로 격전의 중심으로 들어가 버티는 끈질긴 생존 능력. 마지막으로는 출중한 개인 역량. 이처럼 많은 장점을 언급했지만, 그들을 파훼할 수 있는 지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다나와가 즐겨 쓰는 동선에 매복을 심어놓고 한두 명씩 낚아채는 플레이 (PWS 페이즈1 5주차 3매치) 또는 다나와가 뿌리를 박고 버티려는 위치 근처로 이동해 폭격에 가까운 수류탄 세례를 선물하는 패턴(PWS 페이즈1 그랜드 파이널 13매치)으로 공략이 가능해보인다. 대륙 최고의 교전 능력을 자랑하는 중국 팀들의 요격을 피해 중앙을 선점하고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선수들 스스로가 AR/DMR 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도 하고, 팀의 성향 자체가 웰컴 수류탄을 뿌리면서 건물에서 방어하는 것보단 필드에서 차량 주차와 포지셔닝으로 버티는 빈도가 높다. 때문에 다른 팀들이 앞서 언급한 부분을 공략하지 못하면 이번 PCS 4의 주인공이 다나와가 될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워낙 교전 수행 능력이 좋으므로 첫 주차 때 중앙 진입 패턴으로 성공하지 못해도 유연한 운영 변화를 할 수 있는 팀이다. 국제무대에선 이제 겨우 첫발이지만, 다음 행보가 더 거대해질 팀이다.

포 앵그리 맨(4AM)

펍지 스튜디오 제공

PGI.S에서 많은 고초를 겪었던 4AM이 대륙을 다시금 평정하고 돌아왔다. PGI.S 2주차 당시 위클리 파이널을 우승하면서 상승세를 보였던 반면, 이어지는 3, 4, 5주차에선 위클리 서바이벌 광탈을 거듭하며 치킨 룰의 매운맛을 온몸으로 느꼈다. 특히나 팀의 오더를 맡았던 ‘갓브이’ 웨이 전의 컨디션 난조가 뼈아팠다. ‘갓브이’가 건강을 되찾은 이후 PGI.S 마지막 주차엔 선전했으나, 후반 뒷심이 부족해 기대만큼의 성적을 뽑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나 중국의 근본 팀다운 모습을 되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국 리그인 만큼 참가 팀도, 경기 수도 엄청나게 많았다. 슈퍼 룰과 치킨 룰이 혼재한 대회였다. 그만큼 여러 방향으로 운영이 가능했고, 매치 수가 많은 만큼 최상위 전투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팀들과 무지막지하게 치고받았다. 굳은살이 생겼고, 경기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감각적으로 짚어가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

4AM이 보여주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이다. 첫 번째, 에란겔/미라마 모두 중앙에 위치한 랜드마크(에란겔: 학교+아파트/미라마: 하시엔다 일대)이다 보니 급하게 진입하지 않으면서 풍족히 파밍하고 움직인다. 두 번째, 보급상자에 대한 욕심이 엄청나다. 중앙이다 보니 최초 서클 자기장이 걸릴 확률이 높고, 보급상자는 서클 안쪽으로만 떨어지는 것을 이용하여 팀의 전력을 높인다. 세 번째, 먼저 인서클로 들어간 팀들과 그 팀들이 무너지는 킬 로그를 확인하고, 자리를 뺏는 패턴을 연속해서 보여줬다.

특히 실시간으로 자리를 뺏거나 연속해서 포지셔닝을 바꿔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본인들이 불리한 구도라든지, 버티기 어려운 지역이다 싶으면 재빨리 차량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모습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나와처럼 몇 대 맞더라도 뿌리를 박고 버티는 패턴이 아니므로 선수들의 호흡과 오더를 이해하는 속도가 가장 중요했는데, 채 몇 초가 되지 않는 시간에 엄청나게 유연한 대처를 보여주는 것을 보며 괜히 중국 원톱으로 거듭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갓브이’의 오른팔이자 4AM 최고의 에이스 ‘포에버’ 우 젱의 경기력이 심상치 않다. 보급 상자 무기와 장비를 얻게 되면 팀적인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포에버’는 2021 PCL 스프링 MVP와 모스트 킬 상을 받는 것으로 보답했다. 플레이오프 전체 30개 매치 동안 69킬을 기록하는 말도 안 되는 지표를 만들어냈다. 플레이오프에 참여한 모든 중국 선수들을 통틀어 최고의 AR 데미지를 기록하며 인파이팅에서 적수가 없음을 증명했다. 호랑이에게 날개가 달렸단 말이 있다. 하지만 ‘포에버’의 위풍당당한 무위 앞에선 그런 표현마저도 부족해 보인다. 4AM은 이제 PCS와의 악연을 끊어낼 준비가 됐다. 이상향에 가까운 운영과 교전을 보여준 4AM이 PCS 4마저 정복할 수 있을지.

17 게이밍

펍지 스튜디오 제공

17 게이밍이 돌아왔다. 한 동안 톈바나 인팬트리, MCG와 같은 팀들에게 밀려 잊혀진 팀으로 전락했었지만, 2019년 중국의 근본 팀 중 하나로 우뚝 섰던 팀이다. 20019년에 치러진 ’페이스잇 글로벌 서밋(FGS)’ 당시 이 팀의 경기력과 스타일에 대해 중국 최고의 필드 플레이가 가능한 팀이라 평가한 적이 있을 정도로 라인 싸움이나 힘 싸움에 엄청나게 강력한 면모를 보이는 팀이다. 팀명이 ‘팀 SMG’로 바뀌고, 주력 멤버들 또한 갈피를 잡지 못했던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올해 17 게이밍으로 복귀를 선언한 이후엔 ‘서우’ 왕 캉과 ‘스베이’ 투 잔야를 필두로 강력한 필드 플레이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PCS 4 출전팀 중 하나인 GFY와 더불어 외곽에서 하나씩 압박해나가며 무력으로 땅을 넓히고 변수를 제거하는 플레이에 집중하는 편이다. 특히 돌아온 에이스 ‘서우’와 ‘스베이’는 2021 PCL 플레이오프 30 매치 기준 전체 대미지 1, 2위를 기록했다. 둘이서만 105킬을 합작해낼 정도로 쿵짝이 잘 맞는 편이다. PGI.S에서 아시아 선수들이 북미, 유럽 선수들보다 수류탄 투척 스킬이 정교하지 못하단 지적이 있었는데, 이 두 명에게만큼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항상 확실한 상황에서만 던지고 기절을 만들어내며, 혹 기절을 만들어내지 못해도 이명 소리를 먹인 채로 압박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힘 싸움에선 각별히 주의를 요하는 상대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필드 싸움이 좋은 17 게이밍도 약점이 있다. 이동 간 ‘릴고스트’ 뤄 성진을 선발대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위험천만한 역할을 맡는 만큼 제일 먼저 죽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전력 유지가 안 되고, 4인 유지가 되지 않았을 때의 필드 플레이는 위력이 크게 반감된다. ‘서우’와 ‘스베이’의 개인 역량에 치우치는 경향이 많아진다. 그리고 17 게이밍 나머지 한 명 ‘수지우’ 위 린의 경기력이 앞서 말한 두 명의 선수보다 위력적이지 않다. ‘릴고스트’가 일찍 죽었다면 힘싸움에서 한 번쯤은 노려볼 법한 팀이 되지 않겠냔 생각을 해본다.

에란겔과 미라마 랜드 마크가 각각 포친키와 페카도이므로 어떤 자기장이 나오건 간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운영이 가능한 점도 있다. 젠지와 미라마에서 멸망전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하지만 여러 대회를 거치며 유연한 미라마 랜드마크를 보유한 젠지로서는 교전력이 강력한 17게이밍 상대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페카도에 진입할 이유가 없다. 2021 PCL 스프링을 통틀어 가장 많은 치킨을 얻어낸 기록이 있으므로 경기 이해도도 상당한 편. 결과적으로 중앙 랜드마크를 필두로 편안한 운영이 가능한 17 게이밍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릴고스트’의 선점 플레이를 막아서며 진로 자체를 방해하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4AM과 더불어 가장 위협적인 상대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

멀티 서클 게이밍(MCG)

펍지 스튜디오 제공

PCS 3 ASIA 우승, 2020 APL 우승, TMC Global 인비테이셔널 우승. 2020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팀 중 하나이자, 중국 최고의 육각형 팀이라고 불렸던 MCG. 2021 PGI.S가 시작하자마자 순위 결정전에서 전체 32위를 기록하는 이변과 함께, 4주차와 6주차 위클리 파이널을 제외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2021 PCL 스프링 플레이오프에서도 2등만 3번을 기록하는 등, 치킨을 목전에서 놓치는 모습이 있었다.

게다가 MCG 최고의 에이스 ‘탱크’ 중 신커의 경기력이 심하게 바닥을 쳤다. 플레이오프 30 매치 기준 16킬에 190데미지 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등 초라한 성적을 보인다. 물론 그 빈 부분을 다른 팀원들이 메꿔준다고는 하지만, 기존에 우리가 기억하는 ‘탱크’의 위용을 제대로 보이지 못하면 이번 PCS 4의 우승컵을 내줄 가능성이 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CG를 넣은 이유는 단 하나. 이 팀은 한국 팀들만 만나면 강해진다. 데이터와 자기장의 경향을 통해 정말 안정적인 스플릿 운영을 선보이는데, 주변에서 일어나는 킬 로그와 그 킬 로그를 발생시킨 팀들의 성향을 기가 막히게 꿰뚫어 한발 앞선 선점과 후퇴를 반복하며 이득을 챙겨나가곤 했다. 물론 치킨 룰에 기반해 중요한 위치라고 판별될 때는 4인 돌격도 서슴없이 해야 하는 요즘 메타를 떠올렸을 때 후퇴하고 합류하는 과정에서 보여줄 운영이 자못 궁금해진다.

특히 첫 번째 서클이 잡히고, 두 번째 서클이 결정되기 전 계속 주변 순찰을 돌면서 어디가 비어있는지 체크하는 특유의 움직임 또한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 움직임만 조기에 차단하거나 자르게 된다면 MCG의 진입 시나리오 자체가 무너지기에, MCG와 랜드마크, 동선이 겹치는 팀이라면 끊임없이 이 팀을 경계하는 인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만일 ‘탱크’의 기량이 회복되고, 현재 팀을 책임지다시피 하는 ‘이블리’ 리 지싱의 호흡이 되돌아온다면 이만큼 무서운 팀이 또 있을까? 최우선 경계 대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팀인 것은 확실하다.

‘지수보이’ 김지수 e스포츠 해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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