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언제와요?" 어느 펫유치원의 장기투숙견 [개st하우스]

이성훈,김채연 2021. 6. 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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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유치원마다 슬픈 기다림, 교묘한 동물 유기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한달, 두달, 벌써 아홉달…. 보고 싶은 엄마, 아빠는 언제 올까요. 펫유치원에는 누군가에겐 가족처럼 소중한 반려견이 가득합니다. 신나게 놀다가도, 고단한 하루를 마친 보호자가 나타나면 달려가 품에 쏘옥 안기는 사랑둥이들. 하지만 그토록 사랑하는 보호자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개들도 있습니다.

벌써 9개월째 문밖만 바라보는 이 닥스훈트는 4살 암컷 까꿍이. 이 눈망울에 담긴 간절함을 ‘그 인간’은 알까요? 동네 펫유치원, 호텔, 펫카페마다 한 마리씩 꼭 있다는 슬픈 기다림을 전합니다.

"아빠, 언제 와요?" 장기 호텔링을 맡긴 견주가 잠적하면서 9개월째 홀로 남겨진 4살 닥스훈트, 까꿍이의 슬픈 눈망울.
수상했던 장기호텔링…교묘한 동물유기였다

제보자 정철우(31)씨가 운영하는 경기 용인의 펫 유치원. 지난 9월, 평화롭던 펫유치원에 20대 남성 A씨가 찾아왔어요. 품에는 작은 닥스훈트 까꿍이를 안고 있었죠. 그는 여자친구와 동거 중인데 개가 너무 짖어서 둘 곳이 없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대며 2주일간 펫호텔을 이용하겠다고 말했답니다.

수상했어요. 단 하루만 반려견을 맡겨도 불안한 것이 보호자 마음인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2주일이나 호텔링이라니…. 하지만 A씨가 위탁 계약서를 작성하던 그땐 제보자도 몰랐죠. 그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말이죠.

견주는 아이디를 수시로 바꾸었다. 까꿍이를 언제 데려가느냐는 질문에는 '계좌 번호를 알려달라' '사정이 생겨 어렵다'는 둥 핑계를 댔다. 제보자 제공


까꿍이의 입소날이 9월이었는데 어느덧 12월이 됐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까꿍이 안부를 묻던 A씨는 이제 통화조차 거부하고, 계좌번호만 물어볼 뿐 밀린 150만원의 숙박비는 지불하지 않았어요. 제보자에게 밀린 요금은 문제가 아니었어요. 다만 견주 A씨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창가를 서성이는 닥스훈트가 딱할 뿐이었습니다.

“2주일째 되는 날 밤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다음주에 찾으러 가겠다’더라고요. 그 뒤로 계속 그 다음주, 그 다음주, 그러다 연락이 두절됐어요.”
“지방에 일이 생겼다, 동거하던 여자친구와의 문제로 원룸을 비우게 됐다는 둥 핑계가 많아졌어요.”

늘어가는 핑계들은 결국 하나의 결론을 향했습니다. 바로 동물유기였죠.

취재진에게 선뜻 다가오는 까꿍이.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애타는 6개월…이름, 전화번호 알아도 경찰은 “소재 파악 못 해”

애타는 6개월이 흘러 지난 2월. 제보자는 견주 A씨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고소장에 적힌 혐의는 ‘동물 유기’가 아닌 ‘사기’였어요. 왜냐하면 현행법상 동물 유기는 ‘도로, 공원 등 공공장소에 버린 행위’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거든요. 대신 A씨에게는 펫유치원 위탁료를 떼먹은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고의성 입증이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법의 사각을 까꿍이 견주는 교묘히 활용한 겁니다.
피고소인의 이름, 전화번호를 알고 있음에도 경찰 측은 "소재 불명돼 수사를 중지한다"고 했다. 제보자 제공


얼마 뒤 경찰은 A씨 소재를 알 수 없다며 수사를 중단했습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보했는데도 소재 불명이라니? 제보자 철우씨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어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게 현실이더라”며 허탈해 했습니다.

동물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입니다. 건국대 반려동물 법률상담센터 이진홍 교수는 “부모가 자식을 유치원에 맡기고 잠적하면 유기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면서 “견주의 이름, 번호도 아는데 소재불명으로 판단한다면 경찰의 수사 의지가 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장기호텔링을 가장한 유기행위 막으려면

지금도 수많은 까꿍이들이 펫카페·펫유치원·펫미용실에 버려진 채 돌아오지 않을 보호자를 기다립니다. 교묘한 유기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진홍 교수는 "반려동물 등록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권합니다.

현행법상 생후 2개월 이상 반려동물의 보호자는 ▲동물 정보 ▲집주소 및 이름, 전화번호 등을 전산 등록해야 하지요. 펫 위탁시설 이용에 앞서 동물등록증 사본 제출, 동물등록칩 삽입여부 확인 등을 손님에게 요구한다면 교묘한 유기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젠 기다리지 않아요!”…까꿍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지난 7일, 국민일보는 까꿍이가 머물고 있는 용인의 펫유치원을 방문했습니다. 짧은 다리로 깡충깡충 다가와 꼬리를 흔드는 까꿍이는 참 성격이 좋은 견공이었어요.


제작진은 고난도 노즈워크를 준비했어요. 앞발로 통을 굴리면 간식이 나오는데, 사용법을 익히는데 보통 2주일이 걸립니다. 다른 견공들이 낑낑대는 그때, 까꿍이는 단 1번의 시범을 보고 간식통을 굴리더군요. 짧은 앞발을 부지런히 놀리는 모습이 참 하찮고 귀엽답니다. 운동신경도 뛰어나서 키 높이의 허들을 순식간에 5단 점프해냈어요. 닥스훈트의 고질병인 슬개골 탈구, 허리디스크가 없이 건강한 덕분이지요.

"짧아도 할 수 있다구!" 까꿍이는 키 높이의 장애물을 금세 뛰어 넘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펫유치원 생활이 마냥 행복한 건 아니에요. 보호자의 사랑을 많은 개들과 나눠 받는 건 반려견으로서 피곤한 일이거든요. 제보자는 “까꿍이는 오랜 단체생활로 조금 풀이 죽은 것 같다. 까꿍이가 외동으로 사랑 받을 수 있는 가족을 이어주고 싶다”고 소개했습니다. 다른 반려동물이 없는 입양가정을 찾는 게 제보자 목표입니다.

영리한 닥스훈트, 까꿍이에게 많은 관심 바랍니다. 가족이 되어주실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까꿍이는 사랑을 갈구해요. 좋은 가족을 만나면 좋겠어요." 제보자와 까꿍이의 다정한 모습.
*영리한 닥스훈트, 까꿍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 4살, 중성화하지 않은 암컷
- 체중 7kg, 건강하고 영리한 성격
- 혼자 집에 남겨질 경우, 크게 짖음

*까꿍이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 http://naver.me/Fn2IBEnW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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