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상처를 안고 전도하라

전정희,종교부 2021. 6. 1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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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나를 위로하시는 하나님’.

요즘 한국교회에는 이런 갈급함이 있습니다. 모두가 나를 위로하시는 하나님을 찾습니다. 기독 청년들의 경우 강단에 올라가 나를 위로하고 나의 상처를 치유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CCM을 부릅니다. 목회자는 ‘내적 치유 목회’라는 이름으로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일으켜 세우려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위로하십니다. 당신을 평안으로 인도하십니다. 우리 교회에서 말씀으로, 섬김과 봉사로 열정을 다하시면 당신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들의 간구를 깊이 새겨보면 하나님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소비되는 도구 같아 보입니다. 예수님이 프로그램 주관자의 손님 같습니다. 그들이 모이는 예배 현장은 시스템 설비로 쾌적합니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궁중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저마다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한 손을 높이 들고, 또 한 손은 가슴에 대고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하면서 말이죠. 그들은 한결같이 1인칭의 언어로 위로와 치유를 내려 달라고 합니다. 축복을 구합니다.

며칠 전 서울 구로 ‘지구촌사랑나눔’ 선교단체 사무실에서 사역자 이선희 목사를 만났습니다. ‘전도자’라는 호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분입니다. 2000년대 초 ‘한 평신도의 생명을 건 영혼사랑’(국민일보 출간)이라는 전도서가 50쇄 이상 나갔습니다. 그 책의 저자로, 빽빽이 잡힌 간증 일정에 몸이 상할 정도였던 분입니다. 한 영혼이 살아나는 일이라면 밤이고 낮이고 달려가는 평범한 주부였었지요. 고 옥한흠 목사가 “목회자를 감동시킨 전도행전의 삶을 사시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분 뜻과 관계없이 그는 ‘전도 왕’이 되셨습니다. 교회마다 그분의 전도 숫자에만 관심을 갖고 모셨죠.

당시 이 전도자는 서울 외곽에 있는 속칭 벽제화장터를 찾아 전도의 마음을 되잡곤 했답니다. 불길에 던져지는 허무한 인생을 보아서입니다. 그곳에서 하나님 나라의 소망이 있는 자들과 없는 자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갈리는 걸 보았습니다.

이제 그는 이주노동자 전도에 소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도 왕’ 시절 허름한 아파트 초인종을 눌렀을 때 그 안에 갇혀 있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피해와 노동 착취를 당하고도 추방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 전도자는 ‘제삼자 개입금지 위반’ 협박 속에서도 그들 문제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도 국적과 관계없이 산업재해 피해자 등을 돕고 그들의 영혼을 예수 앞으로 이끕니다. 경기 평택항 이선호씨 산업재해 사망 사건 등이 여전한 그의 기도 제목입니다.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게 전도하지 않는 한국교회입니다. 예수 모르는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의 상처 치유에만 매달려요. 현장에 나서서 외치지 않으니 세상 사람들이 예수를 모른 채 고통과 싸우다 불길로 들어가는 걸 모릅니다.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자기 상처 치유가 아니라 전도예요. 이미 예수를 만난 분들이 내적 치유가 왜 필요해요. 우리는 원죄가 있어요. 그 상처를 부여 안고 예수 제자 되면 천국에서 상급 받잖아요. 이를 뻔히 알면서 고통의 현장을 외면하고 ‘나의 하나님’을 외치며 위로, 명예, 권력, 돈을 바라요.”

그렇습니다. 요즘 적잖은 목회자가 내적 치유라며 교인의 죄를 사면해 줍니다. 내담자의 성장 과정과 그 부모의 성향을 묻고 당신의 상처가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랑받아야 될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내담자는 죄 사함을 받고 문제가 풀리면 축복받았다고 합니다. 반면 자녀가 대입에 실패하거나 암 등 병에 걸리면 죄인이 되고 교회에 나올 수 없게 됩니다. ‘나의 하나님’의 결과죠. 상처 치유를 바라지 마십시오. 상처를 안고 전도의 현장으로 나가십시오. 상처 있는 이는 오직 예수 한 분뿐이십니다.

전정희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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