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산다] 차 대는 곳이 캠프사이트

2021. 6. 1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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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하도해수욕장에는 요즘 주말이면 보통 10개, 주중에는 7개 정도 텐트가 선다.

1969년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 4명과 제주도에서 캠핑하고 마지막 날 밤 제주 시내에서 텐트 칠 자리를 찾아 용두암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에 자리를 폈다.

특히 바닷가 곳곳에 보이는 해녀 막사는 해녀들 일이 없을 때 아무도 없으니 그곳 넓은 마당 건물이 바람을 막아주는 방향에 텐트를 치면 좋다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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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호 전 언론인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하도해수욕장에는 요즘 주말이면 보통 10개, 주중에는 7개 정도 텐트가 선다. 그 가운데 저녁이 되면 3∼4개 남는다. 텐트에서 숙박하는 사람들이다. 간소한 텐트에 파라솔을 꽂았다면 이들은 낮에 놀다 저녁에 갈 것이고 텐트가 견고하고 타프에 테이블과 의자, 조리대가 갖춰졌다면 이들은 이곳에서 잘 것이다. 육지에서 온 여행객도 있고 제주 시내에서 가족과 나들이 온 이들도 있다. 캠핑이 익숙한 이도 있지만 처음 해보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덕분에 가족이 함께 노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있다.

구좌읍 세화항은 포구가 커 더 북적인다. 포구에는 방파제와 연결된 어선 작업 공간이 넓어 휴가철에는 이곳이 캠프사이트가 된다. 캠핑카, 트레일러, 오토캠핑, 백패킹, 차박 등 바닷바람을 쐬며 숙박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다. 가까운 곳에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화장실이 있고 포구 앞에는 편의점,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아직 어둠이 깔리지 않은 세화포구에서 캠핑 장비를 럭셔리하게 갖춘 한 가족이 고기를 굽고 있다. 삼겹살과 한치다. 육지에서 일찌감치 여름휴가를 온 가족인 듯하다. 다른 쪽에 60대 초반 남자가 혼자 승합차 트렁크 해치를 올리고 의자에 앉아 있다. 식사를 마친 모양이다. 스마트폰을 열심히 보고 있기에 슬쩍 다가가 뭔가 보니 고스톱을 하고 있었다. 그의 승합차는 조금 개조했다. 뒷좌석을 떼어내고 잠자리로 쓰고 있었다. 차 안에 짐이 많은 걸 보니 오래 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올해 유난히 캠핑 여행객이 많다.

오래전이다. 1969년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 4명과 제주도에서 캠핑하고 마지막 날 밤 제주 시내에서 텐트 칠 자리를 찾아 용두암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도중에 서문동 서문교에 이르러 다리 밑을 보니 콘크리트로 평상처럼 만든 곳이 있었다. 그곳에 자리를 폈다. 낮이면 동네 노인들이 모여 쉬는 곳이다. 이튿날 아침 밥하는 아주머니들 따라 근처 용천수에서 쌀을 씻었다. 그리고 지붕이 머리에 닿을 듯 낮은 집 앞에서 연탄 화덕을 보았다. 냄비에서는 꽁보리밥이 끓고 있었다. 주인을 찾으니 애를 업은 소녀가 나왔다. 그 소녀에게서 연탄불을 빌려 밥을 지었다. 우리는 그렇게 여행했다.

제주에 여행 온 젊은이들이 가끔 묻는다. 텐트 칠 자리 알려 달라고. 바닷가 차 댈 수 있는 포구면 다 된다고 일러준다. 특히 바닷가 곳곳에 보이는 해녀 막사는 해녀들 일이 없을 때 아무도 없으니 그곳 넓은 마당 건물이 바람을 막아주는 방향에 텐트를 치면 좋다고 귀띔한다. 외부에 수도와 화장실이 있는 곳도 있다. 제주도에는 공공·사설 야영장도 많다. 공공 야영장은 무료이거나 사용료가 1인 1200원 등으로 저렴하고 시설도 잘 관리되고 있다.

어느 캠핑 카페에 제주도 오토캠핑장을 추천해 달라는 글이 있었다. 한 회원이 답했다. “굳이 캠핑장을 가게요? 제주도는 주차해서 쉬는 데가 캠핑장이라 보심 돼요. 내가 먹은 음식 찌꺼기는 꼭 챙기세요.” 주민들에게 방해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박두호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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