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 참사현장서 '헌화 쇼'..의원들은 사진찍기 바빴다

한영혜 2021. 6.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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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건물붕괴 사고 현장에서 동구의회의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직원이 사진 찍고 있다.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에서 일부 자치단체 기초의원들이 눈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참사 사흘째를 맞은 11일 오후 동구 학동 재개발 사업지의 사고 현장에는 노란색 옷을 입은 광주 동구의회 6명의 기초의원들이 방문했다.

이들은 연노랑 민방위복을 갖춰 입고 의회 사무국에서 사진 촬영을 담당하는 직원을 대동해 헌화 포즈를 연출하며 사진을 촬영했다. 원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자 카메라를 든 직원은 손짓을 하며 기초의원들의 헌화 모습을 지휘했다. 일부 의원은 경찰·소방 통제선을 넘기도 했다.

이들은 의회 차원에서 구성한 이번 참사 조사특별위원회 첫 일정으로 피해자 명복을 빌고자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헌화를 마친 의원들은 5분여가 지난 뒤 차량을 이용해 돌아갔다.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도 이날 지역 정치권 인사의 앞뒤 가리지 않는 언행에 잡음이 나왔다.

한 정치권 인사는 두 줄로 놓인 추모 화환 가운데 야당 대표 이름이 새겨진 특정 화환을 지칭하며 합동분향소 관리를 맡은 공무원을 나무랐다.

이들은 “우리 당 대표님이 오셨는데 우리 화환이 가장 앞으로 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군댔다. 결국 분향소 관리 담당 공무원은 해당 당 대표 명의 화환을 앞쪽으로 배치했다. 당 대표 명의 화환을 뒷줄에 놓았다는 이유로 공무원이 질책당하는 모습은 시민 추모객에게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민주당 측은 이에 대해 “우리 당 의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는 철거 중이던 건물이 지나가던 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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