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유승민계'논란속 자강론 강조..尹과의 관계정립이 뇌관

현일훈 2021. 6. 1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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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탄생한 ‘36세 이준석 신임 대표’ 앞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겹겹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노출된 당내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작은 동산이라면, 범야권 통합과 당 안팎의 대선 주자 영입을 통해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내는 건 험준한 암벽과도 같은 숙제다.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오종태 기자


◇갈등 봉합은 기본=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갈라졌던 당심을 하나로 묶는 것이 그에겐 급선무다. 대표 선거 과정에서의 돌직구성 발언들이 승리에 기여했을 수는 있지만, 당내엔 상당한 앙금을 남겼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공존’을 5번 언급했고, 강력한 경쟁자였던 나경원 후보를 “당원이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자신보다 나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진 당원들을 의식한 행보로도 읽힌다.

참신한 이미지에 기여했던 의정활동 무(無)경험도 이제부턴 ‘0선 리스크’로 그를 압박할 공산이 크다. 작은 실수가 큰 비판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최고위원 4인방(조수진·배현진·김재원·정미경),김기현 원내대표 등 중진들과의 원만한 관계 정립이 중요하다.
익명을 원한 당내 인사는 “'유승민계'라는 논란을 해소하고 새로운 당내 권력지형에서 계파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초반부터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선국면에서 조직과 자금을 총괄할 사무총장 인선등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자 지명 후 나경원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대선 관리가 승부처=대표로서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는 대선관리와 정권 교체다.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등 당 밖 대선주자들의 영입, 공정한 경선관리, 국민의당 등 야권의 세력들을 한 데 묶는 대통합은 모두 이 대표 본인이 책임질 과제다. 그는 11일 회견에서 “우리의 지상 과제는 대선 승리다. 내 당선 역시 대선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또 "가장 넓은 스펙트럼에서 국민을 포함할 수 있는 범위를 만들겠다"며 '공존의 비빔밥'론을 내걸기도 했다.

Q : 경선 기간중에 '유승민계'란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이 대표이기에 범 야권 후보중 지지율 선두인 윤 전 총장과의 관계설정은 특히 민감한 이슈다. 그가 경선 기간 중 “대선 버스 8월 중순 정시 출발”을 주장하자 상대 후보들은 "윤 전 총장을 배려하지 않겠다는 뜻", "윤 전 총장이 입당과 거리를 두는 것도 이준석 때문", "유승민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했던 사람인데 윤 전 총장이 입당하겠느냐"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Q :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이날 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특정 주자를 위해 유리한 경선룰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총의를 모으겠다","특정주자가 들어오는 걸 배제하기 위해 경선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선 공정 관리에의 의지를 밝혔다.

Q : 하지만 그는 이날도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하태경 의원 등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당내 인사들에 주로 포커스를 맞췄다. "우리 당에서 더 많은 대선주자가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1번 과제"라는 말도 했다. 소위 '자강론'에 방점을 둔 모양새다. 그런 뒤 "당 밖에도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데 기여하는 분들이 있다. 굳이 이름을 얘기하자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윤 전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재형 감사원장 등을 거론했다.

이런 이 후보의 태도가 향후 '당내 주자 우대론' 등으로 다시 불붙을 경우 경선과정에서의 논란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특히 국민의힘엔 '윤석열 대세론'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다. 윤 전 총장측은 이날 이 대표의 당선과 관련한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골치아픈 문제다.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대선 주자 문제보다도, 앞으로 가장 먼저 공개 소통할 사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일 것”이라며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계속 합당 논의를 해달라고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역위원장을 모집한 국민의당을 향해 이 대표가 “소 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지만 갑자기 급조하고 있는 당협 조직은 한 푼도 쳐 드릴 수 없다”고 날을 세운 데다, 개인적 구원까지 얽혀있어 논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반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논의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복당 문제에 관해 일찌감치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이준석 돌풍’에 대해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박한 평가를 했던 홍 의원도 이날은 “정권 교체의 열망이 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축하했다. 한편 당내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내 일처럼 기쁘다”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마음이 새 지도부를 탄생시켰다”고 이 대표에 힘을 실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 대표는 대여(對與) 투쟁 방향에 대해선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파격적으로 보여주는 개혁 경쟁에 앞장서겠다. 국민을 배심원으로 놓고 어느 정당이 더 개혁에 대한 노력을 경주하는지 그것으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정책이 상당히 우려스럽지만 그것이 다 틀렸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야당으로서 국정에 협조할 게 있다면 그 또한 야당의 역할”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부동산 전수조사를 의뢰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진행 상황을 보면서 국민의힘이 상황에 따라 더 엄격한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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