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이 시대의 제자도, 일상에서 순교의 영성으로 사는 삶

2021. 6. 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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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꽃피운 6·10 항쟁, 자유를 지켜낸 6·25전쟁 기념일이 포함돼 있는 6월입니다.

한 사회나 교회, 한 공동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생명과 평화는 바로 순교의 열매라 할 수 있습니다.

구약의 예언자들과 세례자 요한, 예수님, 그리고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진 교회의 역사 속을 비롯해 지금까지 신앙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생명을 바치는 그리스도인의 순교는 계속돼 왔습니다.

이런 삶은 십자가를 지는 순교의 영성으로 충만할 때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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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10장 38~39절


민주주의를 꽃피운 6·10 항쟁, 자유를 지켜낸 6·25전쟁 기념일이 포함돼 있는 6월입니다. 우리는 6월을 맞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고귀한 죽음, 그리고 희생을 기억합니다. 교회에서는 이러한 죽음을 순교라고 부릅니다. 한 사회나 교회, 한 공동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생명과 평화는 바로 순교의 열매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니라.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

이 말씀에서 예수님은 제자도를 ‘순교하는 삶’이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말씀하는 십자가는 죽음의 형틀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예수님을 따르라는 말씀입니다. ‘나를 위해 목숨을 잃는 사람은’은 순교자들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주님을 따르며 사랑하다 살다 보면 순교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이란 한 마디로 순교의 영성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구약의 예언자들과 세례자 요한, 예수님, 그리고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진 교회의 역사 속을 비롯해 지금까지 신앙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생명을 바치는 그리스도인의 순교는 계속돼 왔습니다. 그런데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순교가 없는 것일까요. 현대의 자유주의 국가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은 핍박을 받습니다. 그렇기에 신자들이 순교의 영성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럴 때 주님의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는 계속 확장될 것입니다.

성공회 교회에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결단하며 받는 세례에서는 주로 3가지 언약을 하게 됩니다. “세속과 정욕과 마귀를 거절하겠다.” “삼위일체 하나님만 믿겠다.” “하나님의 말씀만을 따르겠다.”

마귀의 궤계 가운데 육체의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세속의 습관을 따르던 옛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고, 거듭난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하나님의 뜻에만 순종하며 살겠다는 결단과 고백이 세례입니다. 믿음의 삶은 이렇게 계속 자기 죽음을 확인하는 여정입니다. 예수님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공장을 멈추지 않고 가동시켜 대량으로 물건을 생산합니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과잉 생산된 물건들을 소비하도록 사람들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그 배후에는 맘몬이라는 물신이 있습니다. 이 자본주의 속에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가운데는 인생의 주인이 하나님이 아닌 물신인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인간들은 물신의 궤계 가운데 이윤을 극대화하고 죄악 된 육체의 욕망을 만족시키고자 대량 생산과 소비를 하면서 생태계를 파괴해 왔습니다. 그 죄악의 부메랑이 바로 지금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입니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 이상기후와 인수(人獸) 감염 등을 초래한 세속적 욕망을 십자가에 못 박고 생명과 노동을 존중하고, 자족의 영성으로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이 시대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제자도입니다. 이런 삶은 십자가를 지는 순교의 영성으로 충만할 때만 가능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일상적 습관이 기독교 영성을 형성합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순교의 영성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이 시대의 제자도입니다. 그리하여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하나님 나라를 일구어 가는 주님의 제자가 되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립니다.

김장환(엘리야)신부 성공회분당교회

◇경기도 서판교에 위치한 성공회 분당교회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공평과 정의가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를 일구어 가는 복음의 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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