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교회, 이럴 때 꼭 모여야 해?"

임보혁 2021. 6. 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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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예배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비어 있는 한 교회의 예배당 뒤쪽으로 손 소독제만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민일보DB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한 교회에 붙은 대자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대자보에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돼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x독에서 참종교로 바뀌는 순간” “예수의 뜻으로 돈을 버는 사람과 예수의 뜻으로 마음을 버는 사람의 차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교회가 세상 사람에게 세속에 치우친 행태를 보여왔단 방증이었을까요.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교회가 모이는 예배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을 두고 사람들은 “성도가 모이지 못하면 헌금 수입도 줄어드니 예배를 강행하려는 것”이라며 싸늘한 눈총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교회도 나름의 고충은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에서 그 어떤 단체가 자본 논리에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교회는 성도들이 내는 헌금에 교회 운영의 많은 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여서 예배드리지 못해 발생하는 헌금의 감소는 교회 운영상 필수적인 지출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것이 교회가 모이는 예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본질이 아닙니다. 본질은 공동체성의 약화입니다.

국내 장로교단 중 한 곳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총회신학연구위원회(신학위)는 지난해 6월 ‘코로나19 사태와 이에 따른 목회환경에 대한 합신 교단의 대응 방안에 대한 제언서’를 발표했습니다.

신학위는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 한 몸으로 모이는 하나님의 집”이며 “한자리에 함께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은 모든 신자가 지킬 의무”라고 설명합니다. 교회 구성원으로서 그리스도 안에 연합된 성도는 하나님을 함께 예배하고, 서로를 섬기며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거룩한 교제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교회는 공동체에서 떨어져 홀로 예배드리는 일에 익숙해져 공예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화하는 것을 우려합니다. 신학위도 “코로나19로 인해 개인주의적 신앙이 더욱 강화되고 서로 면대면(面對面)하여 살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만연해 간다면, 성도의 교통에 관한 중요한 교훈을 잃어버리는 큰 손실이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어차피 소형·미자립교회는 코로나19 이전에도 헌금만으론 운영이 어려웠습니다. 중·대형교회들도 대부분 무리하게 예배를 강행해 교회를 향한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을 키우기보다는 규모에 맞는 대책을 세워가며 대처했습니다.

코로나19는 교회 예배를 통제하려는 정부와의 관계 문제도 부각했습니다. 성경은 교회와 국가 모두 하나님의 주권적인 통치 아래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봅니다. 동시에 신자들에게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며 정부의 권세에 따를 것도 가르칩니다. 모든 권세가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는 개신교 신앙은 하나님이 악을 제어하고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칼의 권세’를 정부에 부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대부분 교회가 정부의 방역 조치에 최대한 협조했던 이유였습니다. 공예배를 지키는 것이 모든 시대에 걸쳐 하나님이 우리에게 명하신 절대적이고 영구적인 계명이며, 세상 끝날까지 계속 지켜져야 할 명령이란 성경의 가르침 아래 있는 교회와 신자들도 치열하게 하나님의 뜻을 구했습니다.

마태복음 5장 16절엔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이제 신자들도 답해야 합니다. 왜 예배를 드려야 하는지 스스로 물으며, 다시 모일 수 있는 예배를 소망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예배드리는 자의 성결함을 보여주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예수 사랑을 실천할 때 세상 사람들은 예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 ‘예며들다’는 ‘예수님께 스며들다’란 뜻입니다. 청년들에게 예수님의 성품과 뜻을 전해 교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예수님께로 인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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