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얼마나 마시면 몸에 해로운가요? [의사에게 듣는 '질환' 이야기]

헬스조선 편집팀 2021. 6. 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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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대사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면 기름진 전에 막걸리를 마신 후 “역시~OO” 하는 광고가 떠오른다. 술(음주)은 사람들에게 즐거움 혹은 위로를 제공하는 기호품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해로운 음주(harmful use of alcohol)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규정한다. 우리나라 지표를 보면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14.8ℓ로 세계보건기구 회원국 188개 국가 중 13위이다. 나머지 회원국들은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점차 감소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과연 술은 얼마나 마시면 몸에 해로울까? 알코올의 영향은 ‘나이, 성별, 그리고 체지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알코올의 대사와 질환’ 그리고 ‘표준잔’의 개념을 알고 있으면, 건강을 해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술의 양을 스스로 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알코올의 대사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ethanol, ‘에틸알코올’이라고도 불린다)은 섭취 후 약 10%는 땀과 소변, 호흡으로 배출되지만, 구조변화 없이 위와 소장에서 대부분 흡수되고 모든 조직과 체액에 분포하게 된다. 먼저 혈액 속 대부분의 에탄올은 간세포 세포질에서 알코올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로 산화된다.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 등 여러 가지 독성 효과를 나타낸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간세포 사립체에서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acetaldehyde dehydrogenase, ALDH)’에 의해 아세트산염(acetate)으로 전환되고 결국, 물, 이산화탄소 형태로 몸 밖으로 배출된다.

아시아인의 약 50%(우리나라 40%)에서는 ‘ALDH 활성이 아주 낮아’ 술을 잘 견디지 못한다. 체질적, 유전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즉시 온몸이 붉어지고 메스꺼우며 심장이 빨리 뛰고, 과다호흡 등의 ‘아세트알데히드 독성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알코올과 질병

‘알코올의 급성 부작용’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중추신경계의 억제제로 대뇌 피질의 활성을 조절하는 부위에 영향을 주면서 운동, 지적 행동에 이상이 생긴다. 절제가 어려워 폭음하게 되는 이유이다. 만취한 사람들의 행동과 주사 등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과도하게 높은 알코올은 호흡 조절을 포함한 기능을 억제할 수 있고, 심지어 호흡 정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알코올은 급성위염과 궤양도 일으키는데 만취 다음 날 속 쓰림과 소화불량을 생각할 수 있다. 급성 증상들은 다행히 음주를 멈추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알코올의 만성 부작용’은 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치며 사망률을 현저히 높인다. 중추신경계는 대뇌위축, 소뇌변성, 시각 신경병증 등 영구적인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간은 만성 손상이 발생하는 주요 장기로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 경변(LC) 원인이 되고 결국 간세포암(HCC)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간 경변과 관련된 식도 정맥류는 대량 출혈(esophageal varix bleeding)도 일으킬 수 있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급성, 만성 췌장염의 발생 위험도 높일 수 있고, 확장형 울혈성 심근증, 고혈압, 그리고 HDL 수치를 감소시켜 관상동맥질환의 가능성도 증가시킨다. 영양실조와 비타민 B군(특히 티아민) 결핍 그리고 구강암, 식도암, 간암, 유방암 등 암 발생률과 연관되어 있으며 흡연과는 상승효과가 있다.

특히, 임신 중의 음주는 ‘태아기 알코올 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의 원인으로 신생아 소두증, 안면 이상, 성장 지연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태아의 장기가 발생하는(organization) 임신 초기 3개월이 특히 위험하다. 술(음주)은 사람들에게 즐거움 혹은 위로를 제공하지만, 조절하지 못한다면 이렇게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된다.

표준잔

모든 술에는 저마다 그 술에 적당한 크기의 ‘잔’이 있다. 또한, 술마다 포함된 알코올의 양이 맥주의 경우 4~5%, 소주의 경우 18~24%, 양주의 경우 40% 정도로 다르다. 술을 각각 술에 맞는 잔에 따르면, 한 잔에 포함된 알코올의 양은 대략 8~10㎎ 정도로 비슷해진다. 건강한 성인이 한 시간에 해독할 수 있는 알코올양을 보통 ‘1 표준잔’으로 한다. (355ml 맥주 1병 or 1캔 =1.4 표준잔, 소주 1병=6.7 표준잔, 막걸리=5 표준잔, 와인=약 1~2 표준잔)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에서는 일주일을 기준으로 13 표준잔 이상, 여성에서는 6 표준잔 이상 음주하면 이미 ‘위험 음주 수준에 이른 상태’라 한다. 쉽게 소주를 기준으로 얘기하면 ‘남성 일주일에 소주 2병’, ‘여성 소주 1병’ 이상의 음주는 위험상태로 최대치를 의미한다.

독성 효과를 나타내는 ‘아세트알데히드’, 이것을 분해하는 효소인 ‘ALDH’는 체질적, 유전적으로 사람마다 분비 정도가 다르다. 그래서 사람마다 적절한 술의 양을 꼭 찍어 정하기도, 권장하기도 어렵다.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알고 적정 음주와 절주(어렵지만?)를 실천한다면 술은 기호품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과 사회에 독이 될 수 있다. 술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남성은 일주일 소주 2병, 여성은 소주 1병만 마 시고, 술이 분명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고자: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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