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딜레마②] 평점 테러→조작, 공정성 문제 여전..'필요성'엔 공감

장수정 2021. 6. 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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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69세' 개봉 전 평점 테러 피해
"동네 장사, 악의적 평가에 대응 힘들어"
"긍정적인 부분 있지만..거를 수 있는 시스템 필요"

지난 2019년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하며 뜨거운 감자가 됐다. 과거에도 영화 개봉 전 낮은 평점을 주며 불만을 표하는 네티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직장인 여성의 애환을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평점 0점’을 주며 젠더 이슈에 대한 논쟁을 키웠다.


이후에도 노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69세’가 평점 테러로 빠르게 평점이 하락한 경우가 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웹툰, 도서들이 ‘남혐 논란’으로 평점 테러를 당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비롯한 가치관이 다를 때 작품에 악의적으로 낮은 평점을 주는 ‘평점 테러’는 이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가 됐다.


한 영화 관계자는 “평점이라는 게 작품에 대한 의견을 표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감내해야하는 부분”이라면서도 “그러나 평점 테러는 외적인 요인, 특정 출연진이나 제작진 혹은 정치 성향으로 인해 이뤄질 때가 많다. 극단적인 평점을 내리게 되면 본연의 가치가 훼손될 때가 있다. 또 그것을 온전히 평가할 수 없게 선입견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주로 영화, 도서 등 콘텐츠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평점 리뷰가 배달, 식당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업에도 적용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 호소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배달 문화가 확산되면서 음식에 대한 리뷰 문화도 활발해졌지만, 이를 이용해 갑질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온라인상에서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것을 하수구, 변기에 넣어 찍은 사진을 게재한 사례가 알려져 분노를 산 바 있다. 선을 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응은 마땅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이름이 알려진 가게든, 신규 가게든 요즘에는 방문하는 사람이 검색을 해보고 방문한다. 블로그 혹은 별점을 참고하기 때문에 후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매출이 좋은 가게든 신규로 창업을 한 가게든 온라인 평가를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신고나 클린 리뷰 시스템 등 악성 리뷰를 막기 위한 장치들이 있기도 하지만, 제대로 활용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악의적인 평가에 대응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동네 장사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피해보는 점주들이 많아져서 고객센터와 같은 곳에 알리면 어느 정도 시정되는 경우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미 한번 작성된 후기로 버린 이미지는 되돌리기는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반대로 소비자들 입장에서 평점 조작 등을 이유로 평점의 신뢰성 자체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마케팅 차원에서 매크로를 이용해 평점과 공감 숫자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부터 최근 한 배달 어플에 가짜 리뷰를 써 온 ‘리뷰 업자’가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있었다. 배달 어플에서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높은 평점을 요구하는 것 역시 조작의 일부분이라는 반응도 있다.


이렇듯 꾸준한 공정성 논란에도 불구, 평점 시스템을 활용하는 소비자나 공급자 대다수는 ‘그래도 평점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소비자들이 평점이나 구매후기가 없으면 깜깜이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평점이 필요하다. 다만 후기를 올릴 때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올렸으면 한다. 객관적인 팩트 위주로 작성을 해야 한다. 일단은 소비자들이 좋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성숙하게 쓰시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좋은 작품들이 평점을 잘 받아서 입소문을 받아 롱런하는 경우도 있다.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A씨 또한 “별점이 있으면 객관적 지표가 되니까 고객 입장에선 도움이 되고, 점주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으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놓고 나쁘게 쓴 평가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포털 사이트든 배달 어플이든 자체적으로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점 시스템 자체에 대한 갑론을박보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일리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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