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계획서와 달리 4~5층 둔 채 저층 먼저 부쉈다

장선욱,전성필 2021. 6. 1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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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 수사본부는 철거업체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계획서대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철거업체는 지난달 25일 붕괴사고 건물을 포함해 수십채에 대한 해체계획서를 광주 동구청에 제출하면서 "5층 건물은 3~5층 성토체를 쌓아 중장비로 철거작업을 벌이고 1~2층 저층은 성토체와 잔여물을 제거한 뒤 철거한다"고 작업 순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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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철거업체 등 5곳 압수수색.. 작업 속도 내려 '붕괴 유도' 의혹도
광주 학동 재개발지구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왼쪽) 회장이 10일 붕괴사고 현장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 수사본부는 철거업체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계획서대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시공사 광주사무소와 철거업체 사무실 2곳, 감리회사를 포함한 5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철거업체는 지난달 25일 붕괴사고 건물을 포함해 수십채에 대한 해체계획서를 광주 동구청에 제출하면서 “5층 건물은 3~5층 성토체를 쌓아 중장비로 철거작업을 벌이고 1~2층 저층은 성토체와 잔여물을 제거한 뒤 철거한다”고 작업 순서를 제시했다.

또 철거 안전성을 위해 지지대를 설치하고 옥탑층 외벽부터 비내력벽, 내력벽 순으로 3층까지 철거하기로 했다. 굴착기에 가위 모양의 철거기구를 달아 일반 구조물을 부수고 집어내는 방식이다.

경찰은 동구청 공무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해당 철거업체가 붕괴한 건물의 4~5층을 그대로 둔 채 지난 1일부터 건물 후면의 2층짜리 저층 구조물을 먼저 부수는 등 철거 순서를 어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물 하부가 급격히 약해져 붕괴 참사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경찰은 작업 속도를 내기 위해 철거업체가 의도적으로 건물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려 했다는 의혹도 규명할 방침이다. 꼭대기부터 부수는 정상적 공법이 아닌 건물 가운데를 먼저 부숴 한꺼번에 철거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광주 동구 조현기 건축과장은 “구청에 제출한 해체계획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의심된다”며 “시공사와 감리업체를 형사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건물이 무너지는 방향을 보면 철거작업이 안전을 고려해 진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폐자재와 흙더미를 쌓고 굴착기를 올려 건물 후면부터 철거작업을 한 것은 건물의 수평하중이 앞쪽으로 더 쏠릴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공희 국민대 건축학과 교수는 “굴착기로 건물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면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주의했어야 한다”며 “이런 방식이 철거계획에 명시됐던 부분인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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