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안전한 교회 가이드라인' 내놓는다.. 교회 내 학대와 성폭력 예방·조사 지침 제시

안규영 2021. 6.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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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안전한 곳이 없어요. 그래도 교회가 가장 안전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결과 대한성공회는 교회 내 학대와 성폭력 예방·조사 지침서인 '안전한교회 가이드라인'을 이달 말 내놓는다.

이달 관구 여성위원회가 번역, 배포 예정인 안전한 교회 가이드라인에는 성직자가 사회적 약자(아동 여성 노인)를 학대했을 때 교회가 어떻게 사목적으로 대응하고 피해자를 돌볼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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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니 준비위원장 이달 말 배포.. 피해자 구제와 '회개 조건' 등 담아


“요즘 세상에 안전한 곳이 없어요. 그래도 교회가 가장 안전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2년 전 사제 수품 후보자의 성비위 제보를 받고 고민하던 강하니(사진)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제는 한 여성 신도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그는 ‘여기서 내가 할 일이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강 사제는 교구에 엄격한 조사를 요구했고 피해자 지원을 제도화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었다. 그 결과 대한성공회는 교회 내 학대와 성폭력 예방·조사 지침서인 ‘안전한교회 가이드라인’을 이달 말 내놓는다.

강하니 안전한교회만들기 준비위원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교회에서 한 서품 후보자의 성비위 제보를 받았던 2019년 초를 회상했다. 당시는 ‘미투운동’이 일어나 성범죄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활발했다. 강 위원장은 “더 이상 교회 내 성희롱·성차별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구 내 사제 후보자를 평가하는 기구가 있었지만 개인이 의견을 내기 힘든 구조였다. 강 위원장은 뜻이 맞는 여성 사제들과 함께 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교구에 전달했다.

교구가 무시하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놀랍게도 주교에게서 간담회를 하자는 연락이 왔다.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인도하실 거라는 여성 사제들의 믿음이 실현된 것이다. 지난해 4월 열린 주교 간담회에는 관구 여성위원회 소속 사제, 신도 등 10여명이 참여했다. 강 위원장 측은 세계성공회가 2019년 채택한 ‘안전한 교회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교구가 성비위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세계성공회는 2017년 관련 위원회를 만들고 교회 내 성 문제를 엄격히 관리해오고 있다.

간담회 결과, 제보를 처리하는 데 머무를 게 아니라 성비위 대응 전담 기구를 주교 제안 특별위원회로 만들자는 결론이 나왔다. 이후 위원회 설립부터 안전한 교회 가이드라인 연구, ‘교회 내 성차별·성폭력 예방 십계명’ 제작 등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비위가 제기됐던 수품 후보자는 결국 서품을 받지 못했다.

안전한교회만들기위원회가 올해 초 내놓은 성차별·성폭력 예방 십계명에는 ‘남자는 이러하다든가 여자는 이러하다든가 하는, 고정된 성 역할을 강조하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신자는 무엇이 성차별·성희롱·성폭력인지 꾸준히 공부합니다’ 등이 포함돼 있다.

이달 관구 여성위원회가 번역, 배포 예정인 안전한 교회 가이드라인에는 성직자가 사회적 약자(아동 여성 노인)를 학대했을 때 교회가 어떻게 사목적으로 대응하고 피해자를 돌볼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용서를 구하는 경우 성서에서 말하는 ‘회개 조건’ 3개(조건 없는 사과, 형사 고발 등 모든 조치를 감내한다는 약속, 적절한 보상)를 충족해야 한다.

강 위원장은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당장 세계성공회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만들 예정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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