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는 여성들과 밤낮으로 소통.. '친정엄마' 역할

우성규 2021. 6.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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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힘들어요.""왜?""남편이 캄보디아 가래요.""왜 그런다니.""나 힘들어요. 아기가 있어요. 저녁이 힘들어요. 남편이 설거지 안 했다고 가래요. 캄보디아 가래요. 나 혼자는 안 가요. 아기하고 같이 가요."제주서부다문화가족센터 박성혜(62) 센터장이 밤사이 한 결혼이주여성과 통화한 내용이다.

"2011년 이웃 동네 여성 목사님이 시작한 비영리법인에서 출발했습니다. 제주 두메산골에 결혼 이민자들이 오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한국어를 도와주다가 다문화센터를 세우신 거죠. 지자체 지원은 강좌별 강사료 정도에 그치고 임대료와 운영비는 스스로 부담하며 고생하다 암으로 소천하셨어요. 2016년 주위에서 한경교회 사모인 제게 운영을 부탁했어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한국어교원 다문화전문가 과정을 이수했거든요. 남편 목사님 퇴직금을 기반으로 한경농협에서 장소를 무상 임대해 주셔서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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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결혼이주여성들의 지킴이
박성혜 서부다문화가족센터장
“선생님 힘들어요.”
“왜?”
“남편이 캄보디아 가래요.”
“왜 그런다니.”
“나 힘들어요. 아기가 있어요. 저녁이 힘들어요. 남편이 설거지 안 했다고 가래요. 캄보디아 가래요. 나 혼자는 안 가요. 아기하고 같이 가요.”

제주서부다문화가족센터 박성혜(62) 센터장이 밤사이 한 결혼이주여성과 통화한 내용이다.

박성혜 제주서부다문화가족센터장이 지난 4일 한경면 센터에서 온라인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제주서부다문화가족센터 제공

지난 4일 제주에서도 서쪽 끝에 있는 한경면 한경농협 2층의 센터를 찾았다. 중국 베트남 네팔 캄보디아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한국으로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한 여성들이 돌봄을 받는 곳이다. 이주 여성들은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사회의 이해 등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해야 국적이나 영주권 취득 시험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줄고 온라인 한국어 교육이 새로 개설됐지만, 월급도 없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의 수당만 받는 박 센터장의 업무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마음 상하고 학대받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친정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이웃 동네 여성 목사님이 시작한 비영리법인에서 출발했습니다. 제주 두메산골에 결혼 이민자들이 오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한국어를 도와주다가 다문화센터를 세우신 거죠. 지자체 지원은 강좌별 강사료 정도에 그치고 임대료와 운영비는 스스로 부담하며 고생하다 암으로 소천하셨어요. 2016년 주위에서 한경교회 사모인 제게 운영을 부탁했어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한국어교원 다문화전문가 과정을 이수했거든요. 남편 목사님 퇴직금을 기반으로 한경농협에서 장소를 무상 임대해 주셔서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주도엔 5000여 다문화 가구에 결혼이민자 2700여명이 살고 있다. 20대가 다수인 결혼이주여성들은 남편과 보통 스무 살 넘게 나이 차이가 난다. 국제결혼 전 현지 한국어 교육, 결혼식, 항공권 등으로 비용이 2500만원 이상 들어간다. 이 때문에 아직도 해외에서 며느리를 사온다는 인식이 강하다.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욕을 하거나 아기를 낳지 못하면 본국에 돌려보내겠다는 등의 학대가 여전하다.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가 화상으로 수업받는 모습. 제주서부다문화가족센터 제공


박 센터장은 “우리가 일부러 해외 나가서 선교도 하는데, 결혼이주여성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하나님 사랑으로 돌보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센터 공식 프로그램으로는 종교활동을 하지 않지만 한경교회 사모란 신분을 다 안다. 박 센터장은 “제가 예수 믿는 사람임을 알고 그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들과 먼 곳의 가족들에게 자연스레 십자가 사랑이 전해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센터는 작지만 100년 역사를 간직한 한경교회(윤강현 목사)를 비롯해 제주성안교회(류정길 목사) 제주영락교회(심상철 목사) 제주한림교회(김효근 목사) 등의 기도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윤강현 목사는 “하나님 사랑이 아니면 한시도 지속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주=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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