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강호아녀

2021. 6. 1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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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제목만 들으면 무협 영화 같지만, 지아장커 감독의 ‘강호아녀’는 21세기 초 중국을 가로지르는 에픽이자 범죄 영화 장르에 맞닿아 있으며 한 여성의 인생 역정을 담은 드라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차오(자오타오)와 빈(리아오판)의 질긴 인연을 담은 거친 로맨스다. 영화의 시작은 2001년, 빈은 조직 보스이고 차오는 연인이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강호’(江湖)에 대한 관점이다. 차오는 자신이 강호에 속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빈은 반대다. “강호는 무슨 강호. 지금이 무슨 옛날인 줄 알아?”(차오) “사람이 있는 곳은 다 강호야.”(빈)

구오 빈이 키아오(앞)에게 사격술을 가르쳐주고 있다.

결국 차오는 강호의 여자가 되는데, 그 계기는 총 한 자루다. 빈은 차오의 손에 총을 쥐여 주고, 발사되는 순간 차오는 고개를 돌리며 외면하지만, 결국 그 순간 그는 강호의 세계로 접어드는 셈이다. 이후 조직이 위기를 맞이했을 때 차오는 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불법 총기를 소지한 죄로 교도소에 간다. 출소 후 힘들게 찾아갔지만 빈은 냉담하다. “난 강호를 떠났어.”(빈) “난 당신을 찾으려고 강호를 떠돌았어.”(차오) 17년에 걸친 차오와 빈의 전쟁 같은 사랑을 담은 ‘강호아녀’는 한 여성이 ‘급변하는 중국’이라는 강호를 헤쳐가는 이야기다. 감독의 아내이자 페르소나인 자오타오는 135분의 러닝타임 안에서 어떤 ‘세월’을 느끼게 하는 신묘한 경지의 연기를 보여준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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