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골프숍] 퍼포먼스와 패션 결합, 전에 없던 새 장르
투어 프로에 입혀 장단점 피드백
프로처럼 보이는 룩 소비자 선호
“파리지앵들은 가봉할 때 곡예사처럼 행동한다. 옷을 입고 일어섰다, 앉았다, 숙였다, 비틀기를 반복한다. 옷이 자기 몸에 편한지 살피는 것이다. (중략) 그들이 매장을 나갈 때 완전히 흡족한 표정이 아니면 우리가 뭔가 잘못한 것이다.”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1957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에 이렇게 말했다. ‘폼생폼사’의 파리 멋쟁이들도 옷의 가동성에 꽤 신경 쓰며, 디오르는 그런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하게 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골프 의류는 오죽할까. 골퍼는 예민하다. 옷이 불편하면 스윙이 잘 안 된다. PGA투어에서는 날이 추워서 털모자를 쓰는 한이 있어도 상의로는 반소매에 조끼만 걸치는 선수가 있다. 그만큼 옷이 스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제품이 나오기 1년 전부터 투어 프로에게 옷을 입혀 스윙하게 해본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듣는다. 패턴, 디자인, 소재 등이 전부 테스트 대상이다. 이유는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본래 골프 장비·용품 회사다. 선수 피드백을 거쳐 장비·용품을 만든다.
이 회사 박성준 마케팅팀장은 “일반 의류 브랜드와 달리, 의류도 옷 이전에, 스윙 장비로 보고 철저하게 테스트한다. 옷 디자인이 아니라 장비 설계를 하려 했고, 프로페셔널처럼 보이게 하는 옷을 만들려 했다. 디자이너들이 모두 골프를 하기 때문에 선수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의 특징은 타이트한 핏이다. 윤여진 디자인 본부장은 “수영복 소재로 쓰는 고급 원단은 신축성 등이 뛰어나 골프 의류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 소재는 펑퍼짐하면 오히려 마찰이 생긴다. 넓은 바지통이 바람에 날려 소리가 나면 스윙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짧은 스커트가 많다. 패션 요소도 고려했지만, 반바지가 긴 바지보다 편한 것처럼 스윙에는 짧은 스커트가 편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스커트의 경우 앞쪽보다 뒤쪽 기장이 길다. 어드레스 때 민망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상의 지퍼가 사선으로 된 것도 있다. 역시 편한 스윙을 위한 것이다.
컬러는 강렬하다.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의 메탈 컬러와 프로V1 공의 흰색, 검정, 빨간색을 주로 쓴다. 골프장에 빨간 바지를 유행시킨 게 타이틀리스트다. 김현준 홍보팀장은 “한국에서 골프장은 자기표현이 가능한 공간, 패션 파격이 허용된 공간이다. 한국 골퍼에게 맞는 과감한 트렌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게 통했다. 소비자는 프로처럼 보이는 룩을 좋아했다. 타이틀리스트는 출범 2년 만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골프 의류가 됐다. 용품 시장 규모가 7배인 미국보다 골프 의류 시장은 한국이 더 크다. 퍼포먼스와 패션을 결합한 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만든 타이틀리스트 역할이 컸다.
이 새로운 장르에 많은 의류 브랜드가 생겨났지만, 오리지널인 타이틀리스트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디오르는 “브랜드의 역사, 디자이너의 철학은 카피하기 어렵다”고 얘기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0년전 달걀, 인분이 지켰다···원형 유지시킨 놀라운 비결
- 文 악수결례 해리스 당했다, 대선필패론 나온 굴욕 인터뷰
- [단독]특공 챙긴 국민연금 직원 절반이 반년 만에 떠났다
- 장기기증까지 고민했는데···의식 없던 딸, 극적으로 눈 떴다
- 이용구 택시 폭행 뒤 57명과 통화···"공수처장 후보 바뀌었나"
- 서민 "김민지는 셀럽의 아내···박지성에게 도움됐을까"
- "오늘 OOO 가격 인상됐나요" 수백명 줄 세우는 '명품 값질'
- "더 필요한 사람 주길" 4500만원 장학금 양보한 하버드 합격생 [영상]
- 강호동 아들 시후, 뉴스 출연 "타이거우즈 같은 선수 되고파"
- [팩플] “규제해달라” 스타트업 역발상 통했다, 시장 키운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