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전사 룩이 돌아왔다! 쿨키즈들은 테크노를 사랑해

2021. 6.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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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어라, 레이브족처럼! 클러빙의 즐거움은 코로나19에 빼앗길지라도 그 정신은 패션에서 되살아날지니.
「 테크노 전사 is Back 」
혼세한 세상에 맞서는 혼란하고 과격한 레이버 룩! 테크노 비트에 영혼을 맡긴 레이브 정신이 2021년의 패션에 침투했다. ‘쿵쿵’ 온몸을 울리는 비트, 무중력 상태 같은 몽환적 음악, 현실감을 잃게 하는 화려한 조명. 1990년대 절정에 달했던 레이브 문화가 2021년의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 지방시·프라다·코페르니처럼 쿨하다고 소문난 브랜드의 컬렉션 영상에서, 런웨이 배경 음악에서 테크노의 영향이 짙게 나타나는 중. 프라다는 유명 DJ 플라스틱맨에게 컬렉션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지방시는 어둡고 습한 창고 같은 공간에 헐벗은 모델이 공격적으로 워킹하는 컬렉션 영상을 공개했다. ‘테크노=전지현의 프린터 TV CF 댄스’ 아니냐고? 우리가 TV에서 봐온 것은 ‘순한 맛’이었다. 그에 비해 당시 레이브족의 모습은 캡사이신급! 레이브족은 몇날 며칠을 광란의 파티로 지새우던 ‘파티 좀비’. 마약에 잔뜩 취한 채 자유와 쾌락에 빠져 마라톤 파티를 즐겼다. 클럽 인파 속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며 자신을 잊어버리는, 완전한 몰두에서 오는 해방감! 퇴폐적이고 반항적인 이들의 행색이 두드러져 보였던 건 물론이다. 이런 급진적인 스타일이 떠오른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생활과 여가의 반경이 급격히 좁아지면서 자유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한 것. 게다가 서브컬처와 하이패션 사이의 장벽도 낮아졌으니 금상첨화! 이건 2018년 스트리트 문화가 주류 패션에 본격 편입되면서 이룬 성과였다. 그렇게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패션 하우스까지 하나둘 테크노 무드에 스며들었다. 팬데믹으로 4대 도시 컬렉션도 멈춘 요즘, 보테가 베네타가 살롱 02 컬렉션을 베를린의 클럽 ‘베르크하인(Berghain)’에서 열었을 정도!
「 ‘찐’ 레이버의 성지, 클럽 베르크하인 」
테크노 문화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베르크하인은 전 세계 테크노 마니아의 성지이자 LGBT의 천국이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 동베를린에 버려진 발전소 건물에 테크노 마니아들이 모여들며 클럽으로 조성됐다. 이곳을 살펴보면 레이브족이 어떤 집단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우선 4층이란 큰 규모에도 입장에 성공하는 사람은 대기줄의 절반 정도. 특별한 드레스 코드나 기준은 없지만 냉정한 ‘입구 컷’으로 악명이 높다. ‘도어맨’으로 불리는 스벤 마르쿼트가 ‘Yes’라고 하면 입장, ‘No’라고 하면 그날은 들어갈 수 없다고! 유튜브에 ‘how to get into Berghain(베르크하인에 들어가는 법)’을 주제로 한 영상이 공유될 정도다. 입장에 성공한 사람들의 후기는 더 흥미롭다. 가터벨트, 수영복, 란제리를 입은 또는 그냥 헐벗은 남녀가 쉽게 목격된다는 것. 춤을 추는 것은 물론 애정 행각을 벌이거나 요가를 하는 사람도 있다는 후문이다. 내부에서는 당연히 어떤 사진도 촬영 불가. 한번 입장하면 토요일부터 월요일 오후까지 파티를 즐기는 레이버들을 위해 3개의 스테이지, 4개의 바, 아이스크림 판매대까지 있다.
「 하이패션으로 침투한 ‘베를리너 쿨’ 」
이런 묘사에 광기 어린 ‘어둠의 자식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디자이너 중에서는 누가 가장 근접할까? 뎀나 바잘리아가 떠오르지 않나? 베트멍의 디자이너로 혜성같이 등장해 해체주의 재유행을 불러오더니, 발렌시아가라는 하우스 브랜드에 새로운 챕터를 연 장본인이니까. 바잘리아의 이력에는 2021 테크노 트렌드의 구성 요소가 하나하나 담겨 있다. 그의 조국은 구 소련 그루지야. 고샤 루브친스키로 대표되는, 어딘가 비주류적이고 과격하며 투박한 스트리트 스타일의 고장이다. 안트베르펜에서 패션을 공부한 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팀에 합류하면서 고전적인 오트 쿠튀르를 분해하고 재해석하는 스킬을 익혔다. 퇴근 후 집에서 친구 2명과 티셔츠를 조각 내고 다시 이어 붙이던 베트멍 초기는 물론, 하우스를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바잘리아에게도 레이브적 터치가 살아 숨 쉰다. 1980년대 레이버들이 즐기던 DIY 스타일 액세서리뿐 아니라 클럽과 SNS에서 모델을 캐스팅하기까지! 이런 디테일이 발렌시아가를 순식간에 MZ들의 최애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레이버 애티튜드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인물로는 베를린 매거진 〈032c〉의 패션 디렉터 겸 스타일리스트인 마르크 괴링이 있다. 파리지앵들이 소매 끝까지 감각의 날을 세워 옷을 입는다면, 눈에 띄는 대로 집어 입은 듯한 베를린식 무질서함이 그의 특징이다. 남녀 제품을 구분 없이 착용하는 건 물론. 사실 레이버들의 스타일 룰도 이런 식이다. 다만 혼잡한 클럽 안에서 뒹굴어도 좋을 아이템이 애용되는데, 카무플라주 팬츠(또는 빈티지 군복), 컴뱃 부츠는 저렴하고 튼튼한 데다 반체제적 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끈다.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S 스니커즈 역시 컴뱃 부츠처럼 두툼한 밑창, 발을 과장되게 감싸 보호하는 형태로 히트했다. 칼하트 같은 군복 스타일의 브랜드, 독특한 문구나 선언의 의미를 담은 프린트 톱도 단골 아이템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디올, 루이 비통 같은 하우스 브랜드가 슬로건 티셔츠를 꾸준히 선보여온 것도 이런 문화의 영향. 란제리&페티시 룩의 영향은 없냐고? 가슴 부분을 불경하게 커팅한 남성용 톱, 가죽 베스트를 선보인 리카르도 티시의 버버리도 이런 서브컬처적 반항심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 혼돈의 에너지가 필요해 」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타일의 트렌드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어떤 장식, 어떤 실루엣 같은 피상적 요소가 아닌 정서적 해방감이라는 느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이 그렇다. 파리, 뉴욕, 밀라노 같은 전형적인 패션 도시가 아닌 독일·러시아 ‘쿨 키즈’들의 마이너한 문화가 메인스트림으로 떠오른 점도!흥미롭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준에 새로운 스펙트럼이 더해졌달까. 결국 오늘의 테크노 트렌드가 시사하는 바는 이렇다. ‘나 자신의 색으로, 입고 싶은 방식으로 입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것’. 비록 어느 때보다 디스토피아적 현실에 살고 있지만 나를 나답게 표현하는 자유만은 아낌없이 누릴 것. 사실상 이전에 누리던 것들의 대부분( 만나는 사람, 갈 수 있는 장소, 할 수 있는 행동)에 모두 제약이 생기고, 길에서 마주치는 사회 구성원끼리 서로 경계를 풀 수 없는 현실이지 않나. 디자이너 역시 하루빨리 관객들을 직접 만나 새 컬렉션을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을 살피고, 인사를 주고받고 싶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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