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흑을 백으로 바꾼 수사지휘는 없었다"

이경원 2021. 6. 10. 20: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꾸는 지휘는 결단코 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자부합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재직 마지막 날인 10일 서울중앙지검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편지글을 남겼다.

그의 재직 중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 등 검찰을 바라보는 여론이 판이하게 갈리는 사건들의 수사가 진행됐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의 이임식이 공개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고인 고검장 승진' 논란 속 비공개 서울중앙지검장 이임식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사건 처리 과정에서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꾸는 지휘는 결단코 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자부합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재직 마지막 날인 10일 서울중앙지검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편지글을 남겼다. 이 지검장은 “부임 이후 왜곡된 시선으로 어느 하루도 날선 비판을 받지 않은 날이 없었고, 저의 언행이 의도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거나 곡해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지검장은 “냉정한 고언과 비판은 저를 겸허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는 제가 버텨 나갈 수 있는 힘이 됐다”며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지검장은 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이후의 시간을 ‘마치 거친 파도 위에서 흔들리는 배의 중심을 잡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했다. 그의 재직 중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 등 검찰을 바라보는 여론이 판이하게 갈리는 사건들의 수사가 진행됐었다.

이 지검장은 “검찰의 일부 잘못된 수사 방식과 관행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어 기본과 원칙, 상식에 맞는 절제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왔다”며 “수사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최대한 수긍할 수 있는 절차를 보장하고, 그에 따라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론을 내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는 “형법의 겸억성(謙抑性)을 생각하는 수사방식을 관철하려 나름 노력했지만 저의 역량부족으로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검장은 “기소가 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근무했을 때 안양지청 수사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있다. 그는 편지글 말미에서 “저는 전북 고창에서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형편에 장학생으로 선발돼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고, 서울지검 검사로 첫출발을 했다”고 했다. 그는 “초임검사로 부장검사로 검사장으로 열정을 불태웠던 이곳 서울중앙지검에서 일할 수 있어 크나큰 영광이었고 행복이었다”고 했다.

이 지검장의 이임식은 서울중앙지검 13층에서 일부 간부들만 참석하는 방식의 비공개 행사로 진행됐다. 서울중앙지검장의 이임식이 공개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피고인 신분인 점이 고려된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검장은 이후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급 간부 보직변경 신고식에 참석해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이동하는 한동훈 검사장을 만났다. 신고식 이후 이 지검장이 한 검사장에게 다가가 웃으며 “반갑다”고 말했고, 한 검사장은 악수로 화답했다. 이 지검장은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 검사장을 수사했고, 수사팀의 한 검사장 무혐의 의견을 결재하지 않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