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각하 후.. '대법 판례 무조건 수용 안돼' 분위기 감지

임주언,박성영 2021. 6. 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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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각하 판결 이후 대법원 판례를 둘러싼 일선 법관들의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하급심이 대법원의 법리를 따르는 게 일반적이었던 것을 비춰보면 법원 내부에서 무조건적인 대법원 판례 수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고법 판사는 "하급심은 되도록 대법원 판단을 따르지만 때로는 근거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러한 '다름'이 판례와 법리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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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각하 판결 이후 대법원 판례를 둘러싼 일선 법관들의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하급심이 대법원의 법리를 따르는 게 일반적이었던 것을 비춰보면 법원 내부에서 무조건적인 대법원 판례 수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직 부장판사가 지난달 법원 내부망에서 “1·2심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대법원을 비판한 일도 다시 회자되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하면서 피해자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재판부는 “국내 최고재판소의 판결이지만, 이 판결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해 상호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배상 합의를 한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대법원 해석을 뒤집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법원 내부에도 갑론을박을 불러왔다. 하급심이 대법원에 이견을 내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최고심급에서 나온 법리를 반박하는 일이 흔한 사례도 아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10일 “대법원 판결이라고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고, 근거와 일리가 있다면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판사들의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가장 먼저 법리를 적용하는 건 하급심을 심리하는 일선 판사들인데, 그런 판사들이 대법 판결에 대한 불신을 많이 이야기 한다”며 “이번 판결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장창국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장 부장판사는 “성폭력 사건 담당 1·2심은 아우성”이라며 “무죄 판결해 봐야 대법원에서 파기된다는 자조가 난무하다. 대법원이 유죄 판결 법원이 됐다고도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사실인정 문제를 자꾸 경험칙이라는 이유로 건드리면 1·2심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도 덧붙였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러한 지적에 일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추세다. 또 다른 고법 부장판사는 “하급심에서도 근거를 가지고 꼼꼼히 심리하는데 대법원에서 번복되는 일이 잦아지면 판사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이 본래 해야 할 일은 법리 고민인데, 그보다 사실관계 판단을 하니 하급심 판사 입장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가 이런 분위기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 부장판사는 “하급심의 이런 의견을 진중하게 받아들여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만한 판단을 하는 게 대법원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 고법 판사는 “하급심은 되도록 대법원 판단을 따르지만 때로는 근거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러한 ‘다름’이 판례와 법리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임주언 박성영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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