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尹 잠행깬 다음날 공개된 수사..공수처의 묘한 타이밍

허진 2021. 6. 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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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우상조 기자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눈 앞에 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라는 복병을 만났다. 공수처가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정식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10일 알려진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진 뒤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입건 대상인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이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 등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이 법률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인 까닭이다. 한 전 총리 관련 사건은 지난해 12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징계 청구로 징계위원회가 열렸을 때 이미 무혐의로 결론났고, 징계 사유로 적시됐던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은 지난 2월 서울고검이 무혐의 처분을 했다. 그런 만큼 윤 전 총장 측이 나서서 공식 대응을 해봐야 오히려 논란만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尹 공식 입장 안 내…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

검사 출신의 국민의힘 의원들 반응도 한결같다. 현재 거론되는 사건으로는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은 “시민단체가 고발했으니 당연한 절차로 입건한 것으로 보인다”며 “윤 전 총장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있다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충돌했을 때 이미 문제가 드러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고발이 됐으니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고검장 ‘관용차 에스코트’ 사건 이후 나름대로 선명성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의원들은 “공수처가 결국 정권 옹호 기관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겠느냐”는 반응도 보였다.

추미애(왼쪽)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하지만 일각에선 공수처의 수사 착수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윤 전 총장을 고발한 건 각각 지난 2월 8일(옵티머스 사건 관련)과 3월 4일(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인데 왜 지금 공수처가 나서냐는 의문이다.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윤 전 총장은 3개월여 잠행을 하다가 지난 9일 사실상 처음으로 공개 정치 행보를 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의 기대를 경청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며 앞으로 활동을 늘려가겠다는 암시를 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10일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게다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공개적으로 “윤석열 검증 파일을 모으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송 대표는 이날도 라디오에서 “파격적으로 승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탁돼 은혜를 입었다. 그런데 배신하고 야당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다”고 비난했다.


송영길, 최근 “윤석열 파일 모으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으로 봤을 때 공수처 수사에 모종의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당시 후보와 관련해 BBK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지지율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당시 민주당이 아무리 공격해도 소용이 없었다”며 “윤 전 총장 지지율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대선에 더 가까워지기 전에 상승세를 누르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수처가 별건 수사에 나설 경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수사가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선 이미 “‘윤석열 X 파일’이 있다”는 식의 다양한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지호 전 의원은 최근 주간지에 “여의도 정가에 ‘윤석열 파일’이 등장했다고 한다”며 “‘검사 윤석열’의 비위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도읍 의원은 “공수처가 별건 수사는 자제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만일 별건 수사를 하게 되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상당한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변인 선임=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앞둔 윤석열 전 총장은 대변인 역할을 할 공보 담당자로 이동훈(51)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선임했다. 이 논설위원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일보를 거쳐 2013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편집국 정치부 차장 ▶디지털편집국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허진·김기정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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