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시선, 매일 날선 비판"..'피고인 고검장' 이성윤 소회

김수민 2021. 6. 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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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검찰청장으로 승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4일 중앙지검에서 퇴근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고등검찰청장으로 영전한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10일 비공개로 이임식을 열고 서울중앙지검을 떠났다. 이 지검장은 이날 “중앙지검 부임 후 왜곡된 시선으로 어느 하루도 날선 비판을 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소회를 털어놨다.


“근무 때 일 기소로 심려 송구하다”
이 지검장은 이날 중앙지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도 있었다”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근무 당시 발생한 일로 기소가 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지난 5월 수원지검 수사팀(부장검사 이정섭)이 이성윤 지검장을 ‘이규원 검사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가로막은 혐의(직권남용)로 기소한 것을 두고서다.

그러면서 “중앙지검장 부임 이후 왜곡된 시선으로 어느 하루도 날선 비판을 받지 않은 날이 없었고, 저의 언행이 의도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거나 곡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억울한 심경도 토로했다. 이어 이 지검장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꾸는 지휘는 결단코 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자부한다”고 밝혔다.

또 “검찰의 일부 잘못된 수사방식과 관행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어 기본과 원칙, 상식에 맞는 절제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왔다”는 소신도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중앙포토]


윤석열 갈등·親정부 비판 의식했나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처리에 있어 정권 입맛에 맞는 사건 처리를 위해 선‧후배 검사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구설(口舌)이 유독 잦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작심하고 쓴 글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며 승승장구했다.

취임 직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열린민주당 대표)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하라는 지시를 3차례 받고도 결재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가 자신의 결재 없이 최 비서관을 기소하자, 이 같은 사실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해 ‘윤석열 패싱’ 논란을 낳았다. 최 대표는 결국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받았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때는 윤 전 총장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특임검사에 준하는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으나, 대검은 이에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이같은 갈등으로 검찰총장과 중앙지검장과의 주례회동도 사실상 폐지됐다.

이후 사건을 수사한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론을 내렸으나, 이 지검장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결재를 하지 않았다.


이성윤 “잘못한게 있으면 용서”
이날 이 지검장의 이임식은 간소하게 진행됐다. 이 지검장은 “잘못한게 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달라”는 당부의 인사를 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 이임식은 직원들의 현관 환송 등 공개 일정이 있지만, 이날은 검사장실이 있는 13층에서 부장검사들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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