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도 김학의 불법출금 개입" 檢, 이규원 공소장 변경했다

김민중 2021. 6. 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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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출금 과정에 개입했다며 앞서 기소한 이규원 검사 등의 공소장을 변경해 이를 범죄사실에 추가했다. 수사팀이 지난달 13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검찰청에 올린 데 이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에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본부장은 앞서 긴급출금요청서와 승인요청서를 허위로 작성해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국,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가 출금 승인하게 했나
김학의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 2019년 3월 22일 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는 출국금지를 요청하라는 이광철 비서관(당시 선임행정관)에게 "대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 비서관은 상관인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이어 조국 당시 수석이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윤대진 국장은 다시 봉욱 당시 대검 차장에게 이규원 검사의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규원 검사는 지난달 7일 첫 공판준비기일과 같은 달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시 의사 결정과 지시를 한 사람은 봉욱 대검 차장검사이고 이를 뒷받침할 진술과 자료가 제법 있다”라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봉욱 "'출금했다' 전달만 받아…지시·승인할 위치 아냐"
봉욱 전 차장은 이에 "3월 22일 밤 법무부 관계자로부터 '김 전 차관이 출국 수속을 밟는 것을 출입국 직원이 확인해 과거사 진상조사단 검사가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는 상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대검찰청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한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에 대검 차장검사가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지시하거나 승인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선임행정관, 해당 검사와 이에 관해 일체 통화나 대화를 나누거나 검사가 작성했다는 긴급출금 서류들을 사전 또는 사후에 한 번도 본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국 전 장관은 이후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이규원 검사에 대한 불법 출금 수사에 외압을 가한 것으로 지난달 12일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공소장에도 등장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던 2019년 6월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조국 전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조국 전 장관은 SNS를 통해 “이 건과 관련해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 중앙포토


대법 '김학의 뇌물' 파기환송, 무죄면 수사에 힘 실릴 듯
한편 조국 전 장관이 불법 출국금지 자체에도 관여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사실이 알려진 10일 대법원이 김학의 전 차관을 뇌물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 보냈다. 그러면서 김학의 전 차관을 보석으로 석방했다.

만일 파기 환송심에서 김학의 전 차관이 무죄를 선고받으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수사(수원지검), 김학의 전 차관 등에 대한 청와대의 기획사정 의혹 수사(공수처·중앙지검)에 힘이 실릴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한다.


박범계, 수사팀장 이정섭 검사 인사 놓고 딜레마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팀장인 이정섭 부장검사가 김학의 뇌물 사건 주임검사로 공소유지도 맡고 있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 대상에 이정섭 부장검사를 포함할지를 두고서다. 박 장관이 불법 출금 수사를 두고 "절차적 정의를 세우는 표본이 왜 하필 김학의냐"며 여러차례 불만을 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여권을 겨냥한 대표적 수사란 점에서 이번 인사에서 이 부장검사를 원거리 발령하는 등 수사팀을 공중분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 적이 있다. 그러나 김학의 뇌물 사건을 서울고법이 원점에서 다시 판단하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공소유지를 도맡은 이정섭 부장을 좌천시켰다가는 자칫 여권이 검찰개혁의 근거로 삼아온 김 전 차관의 남은 뇌물 혐의조차 무죄로 바뀔 수 있다.

한 법조인은 “같은 김학의를 두고 불법 출금 사건에서 박범계 장관과 이정섭 부장이 적이지만, 뇌물 사건에선 동지”라며 “곧 있을 인사에서 박 장관이 이정섭 부장을 어떻게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중·정유진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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