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House Brand..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약진

2021. 6. 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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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에게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가 알려진 건 불과 얼마 안 된 일이다. 소수에게서 유통되던 제품이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연 매출 몇 백억 원이라는 수치가 이를 그 반증한다. 이제 이들이 기존의 캐주얼 브랜드 시장을 완전히 점유했다.

▶스트리트 브랜드, 하우스 브랜드를 만나다

패션 산업의 범주에는 일명 ‘스트리트 브랜드’라 불리는 카테고리가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해외의 스투시, 슈프림, 팔라스 스케이트보드 같은 브랜드를 일컫는 말이다. 예시에서 알 수 있듯 스트리트 브랜드의 시작은 서브 컬처라 불리는 하위 문화 개념과 맞물려 시작되었다. 스케이트보드를 직접 타고, 서프 보드로 파도를 타거나, 또는 문신이라 불리는 타투 등의 실제적 하위 문화 행위에서 도출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예전부터 스트리트 브랜드라 불리기 위해서는 ‘진짜’라는 아이덴티티가 부여되어야만 했다. 스케이트 문화에 도취되었던 젊은이가 티셔츠를 만들어 친구들 돌려 입고, 서퍼였던 이가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그래픽화하여 제품을 만들고, 타투이스트가 자신의 도안을 패션 제품에 입혀 내는 등의 작은 행위에서 브랜드가 탄생했다고 보면 된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어느 순간 스투시와 슈프림 등은 세계적인 스트리트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사실 이 브랜드를 모르면 패셔니스타가 아닐 정도로 거대해졌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는 ‘청춘’이라는 아이덴티티 속에 고립되어 있는 한정적 산업군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맞았다. 대략 1970~1980년대부터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슈프림의 경우는 1994년 첫 매장을 열었다)한 스트리트 브랜드들, 그러니까 대중문화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부터 소비한 젊은이들은 이미 기성세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MZ세대라 불리는 또 다른 시대의 주축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그것들을 향유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의외로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필자와 같은 기성세대들이 여전히 그들 제품을 구매하고, 또 새로운 세대들 역시 그 브랜드를 소비한다. 세대를 거치며 위축될 줄 알았던 스트리트 브랜드에 대한 소비의 스펙트럼이 의외로 아주 넓어졌다.

어쩌면 MZ세대들에게 스트리트 브랜드를 널리 알린 건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하우스 브랜드들 덕이 크지 않을까 싶다. 슈프림은 20년 이상 스트리트 컬처의 아이콘으로 자리했지만 분명 명품군과는 궤적을 달리하는, 아니 스스로 그들과 상반되는 지점에 서 있는 것처럼 행동해 왔다. 하지만 그들이 손을 맞잡자 엄청난 시너지가 발휘되었다. 가장 큰 사례가 바로 루이 비통과 슈프림의 컬래버레이션이었다. 이 협업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건 결코 함께하지 못할 것 같은 두 브랜드가 손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하우스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소비자가 늙어 가고 있음에 경각심을 가지고 있던 차였다. 어떻게 젊은 소비자들에게 올드하게 여겨지는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해답이 바로 슈프림이었던 셈이다. 이 협업이 이루어지자 고루해 보였던 루이 비통에 대한 MZ세대의 인식이 전환되었고, 동시에 그냥 유명한 스트리트 브랜드 정도로 여겨졌던 슈프림에 대한 MZ세대의 관심도도 더욱 확장되었다. 이 사례는 수많은 하우스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적 전환의 물꼬를 튼 중요한 협업이 되었다.

이후 하우스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 간의 장벽은 완전히 허물어졌다. 심지어 루이 비통은 오프 화이트라는 또 다른 고가 스트리트 브랜드를 전개하던 버질 아블로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했으니 말이다. 폴로 랄프로렌은 몇 년 새 급성장한 스트리트 브랜드 팔라스 스케이트보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이처럼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하우스 브랜드에 비해) 굉장히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선보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이 브랜드의 제품을 웃돈을 얹고라도 구매하려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위상을 한껏 더 끌어올리는 데에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도 한몫했다. 스포츠를 제외하고는 스트리트 컬처에 마케팅적으로 지대한 관심을 가져오던 거대 스포츠 브랜드들의 최근 협업 목록을 살펴보면 스트리트 브랜드를 어떻게든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단박에 보이기 때문이다. 앰부시, 휴먼 메이드, 언디피티드, 언더커버, 프라그먼트, 피어오브갓 등과 같은 이들이 그 예시다. 물론 스트리트 브랜드라는 범주 안에서도 디자이너 브랜드라 불리는 브랜드들이 도출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니까 하우스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의 중간 지점에서 약진하는 브랜드들도 많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오프 화이트, 앰부시, 피어오브갓 등이 그런 이들이다.

LMC

▶국산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역동

더불어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도 해외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굉장한 도약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한국에서의 스트리트 브랜드 역사는 해외에 비해 더 짧은 편이다. 대략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서서히 국산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간판을 내걸기 시작했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스트리트 컬처를 기반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이들도 많다. 그 이유는 이들 자체가 해외 스트리트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동시에 그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respect)’을 가지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국내 브랜드들 역시 시작은 미미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탓에 세월을 거치며 재정난을 버티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린 브랜드들도 많다. 그렇게 살아남고, 또 이후에 시작된 브랜드들 중,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각인된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라이풀, LMC 등은 굉장히 도드라진 성장을 보여 주고 있다. 필자의 경우도 2010년부터 시작된 디스이즈네버댓을 굉장히 좋아한 소비자 중 하나다. 현재의 스타일은 나와 조금 궤를 달리하지만 그들의 첫 시작은 아주 흥미로웠고, 센세이션했다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조금 놀랄 만하다.

마크 곤잘레스×밀키스 컬래버레이션, 디스이즈네버댓
최근 문을 열어 화제가 된 백화점 더 현대 서울 지하에는 30평(99㎡) 규모의 디스이즈네버댓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홍대 소재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제외하곤 두 번째 단독 매장이다. 이 말인 즉, 이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자신의 매장이 없기도 하고, 대부분 온오프라인 편집숍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 왔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사세가 확장된 데에는 많은 이들이 브랜드 제품을 소비하기에 가능하다는 걸 암시한다. 디스이즈네버댓은 2020년 기준 25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이 250억 원이지 편집 숍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이 만큼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은 굉장함을 넘어 놀라운 성취라는 걸 이해해야만 한다. 막말로 4만9000원에 판매되는 반팔 티셔츠를 대체 몇 개를 팔아야 하는지 셈해 보라는 이야기다. 커버낫이라는 브랜드도 있다. 2008년에 처음 선보인 커버낫의 초기 소비자들은 아주 어렸고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 하지만 2020년 기준 판매액 1조 원을 달성한 무신사라는 거대 유통 플랫폼과 손잡은 이후 이들은 비약적 성장세를 거듭했다. 이들은 작년 12월 기준 월 매출액 100억 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이들은 올해 10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한다. 커버낫의 모기업인 배럴즈에는 이를 포함 4개의 브랜드가 있다. 이 중에서 마크 곤잘레스(스케이트보더이자 아티스트인 인물의 라이선스 브랜드) 역시 올 목표 매출을 600억 원까지 확대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근 라이풀이라는 스트리트 브랜드는 배우 김우빈과 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비주얼 광고를 선보였다. 스트리트 브랜드에서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첫 사례다. 동시에 이는 그만큼의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을 확보해 두었다는 증거로도 읽힌다. 그리고 서브 브랜드인 LMC를 스트리트 브랜드군에 위치시키고 라이풀 자신은 컨템퍼러리 모던 캐주얼 브랜드로의 변화를 주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즈음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판매 거점이 대부분 온라인이라는 점이며, 그중에서도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무신사 속에서 대부분의 판매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 뉴욕의 슈프림 매장에서 새롭게 드롭된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캠핑까지 무릅쓰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지속됨에 따라 MZ세대의 온라인 쇼핑은 점차 더 확대될 것이기에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의 성장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행보에서 흥미로운 점은 의외의 협업이다. 디스이즈네버댓의 경우는 해외의 사례처럼 기존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 예가 뉴발란스, 푸마, 디키즈 등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커버낫의 경우는 소주 브랜드 진로와 협업 제품을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브랜드 크리틱은 F&B 브랜드 KFC와 협업하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적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인 카시나는 음료 브랜드 스프라이트와의 컬렉션을 발표했다. 마크 곤잘레스 역시 음료 브랜드 밀키스와 협업하고 있다. 사실 동종 패션 업계 간의 컬래버레이션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행위 중 하나다. 시류에서 탈피한 협업이기에 MZ세대들에게 더 관심을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관심이 브랜드 자체로의 관심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커버낫
▶팬데믹 시대의 소비 패턴 변화와 찰떡궁합

솔직히 말해 이제 이 글에서 언급한, 또 언급되지 않았지만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을 단순한 스트리트 브랜드라는 카테고리에서 취급하는 것은 쉽지 않고, 또 옳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과거 우리네 캐주얼 브랜드의 시장을 이들이 완전히 점유해 버렸기 때문이다. 중년인 필자의 기억 속에는 브렌따노, 언더우드, 베이직 같은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들이 있다.

온라인이라는 말이 거의 존재하지 않던 1980~1990년대까지 이들은 동네 곳곳마다 들어선 매장을 거점으로 상당한 매출을 기록하며 굴지의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이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 시장에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들어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거다. 단지 매장이 아닌 온라인 쇼핑몰을 기반으로 그 시장을 점유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라이풀, 무신사
많은 브랜드들이 내놓고, 또 잘 팔리는 제품들은 대부분 공통적이다. (맨투맨이라 불리기도 하는) 스웨트 티셔츠와 스웨트 팬츠, 반팔 라운드 티셔츠, 워크웨어 스타일의 팬츠, 시즌마다 내놓는 패딩 점퍼 등과 모자와 가방 정도.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모든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한결같이 이 카테고리를 기반으로 한다. 몇 년 전부터 대부분의 (명품) 하우스 브랜드들조차 이 제품군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이게 패션 트렌드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트리트 브랜드의 약진에 살아오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 시대’의 소비 패턴 변화도 한몫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팬데믹은 일반적 소비의 위축을 가져왔지만, 역으로 보상 심리에 의한 명품 소비, 온라인 쇼핑을 더 활성화시키고 있다. 전자는 굉장히 고가의 패션, 주얼리 브랜드들의 매출이 팬데믹 전보다 더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고, 후자의 경우는 스스로의 경험에서도 이미 인지될 것이다. 이전보다 훨씬 많은 택배 박스가 재활용장으로 나가는 걸 느끼고 있지 않나? 더욱이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 방식이 훨씬 편리해졌을뿐더러, 동시에 반품 역시 쉬워지면서 MZ세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온라인 쇼핑 횟수가 자연스레 증가한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정판 등의 온라인 추첨(드로, 래플 등의 용어로 대변되는)이 일상화됨에 따라 온라인에서 패션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점차 더 늘고 있다.

이렇게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입지는 점차 더 견고해지고 있다. 기존 패션 산업을 이끌던 로컬 패션 브랜드들은 코로나19의 발발로 인해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스트리트 브랜드 제품 아니면 하우스 브랜드 명품으로 패션 소비 패턴이 양극화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필자의 아내는 국내 여성복 브랜드 마케팅팀에서 일한다. 그를 따라 종종 백화점 시장 조사를 나가곤 한다.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확연히 다름을 몸소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그는 매출이 많이 떨어져서 힘들다고 말한다. 아니, 회사가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스트리트 브랜드에 있는 필자의 지인들은 나날이 경신되는 매출 상승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우스 브랜드의 지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한국의 패션 산업의 소비 판도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글 이주영(라이프 스타일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포토파크 사진 각 브랜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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