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투어..세상에 둘도 없는 정원

2021. 6. 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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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여행이란 죽어 있던 감성에 물을 주고 싹을 틔우고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알 수 없는 희열에 몸이 달아 당장 일기라도 쓰고 싶은 맘이 든다면, 그보다 더 이상적인 여행이 또 있을까. 우리 모두의 잃어버렸던 감성과 순수를 되찾게 해줄 정원 속으로 안내한다.

모네에게 지베르니 정원이 없었다면, 그토록 아름다운 작품들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인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수련(Waterlilies)’은 그의 정원에서 탄생했다. 빛의 색채까지 느끼고 묘사할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은 그의 정원에서 만개한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가까이에서, 그것도 아름다운 것만 모아서 보고 싶어 가꾸기 시작한 정원. 그러니 잘 가꿔진 정원 속에서 극강의 행복과 만족감을 얻게 되는 건 당연하다. 모네는 정원의 정기를 받아 붓을 들게 된 마법 같은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 적이 있다. “돌연 마법처럼 내 연못이 깨어났다. 난 홀린 듯 팔레트와 붓을 잡았고, 다시는 그보다 더 멋진 모델을 만날 수 없었다.” 우리도 그처럼 천상의 정원에 들어서서 산책을 하는 순간, 잃어버린 감성의 뿌리를 되살려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가슴이 환희로 벅차 오르는 아름다운 정원이 대한민국 구석구석 자리해 있다. 누가 이토록 아름다운 정원을 설계하고 가꿔 우리에게 삶의 에너지를 더해주는지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곳들이다. 근처 볼거리나 식당 등을 무리하게 검색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이곳에 머물며 하루 종일 정원만 돌아봐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유럽 여행을 떠나온 듯한 곳 경기 광주 닻미술관

닻미술관 정원에 위치한 돛카페. 넓고 푸른 풀밭이 안식처가 된다, 숲 속 정원 끝에 유럽식 건축물이 보인다. 둥근 문을 통과에 중정에 들어서면 작은 회랑과 미술관이 있다.
닻미술관 실내 전시실. 주명덕 사진전이 한창이다, 닻미술관 중정은 오래된 벽돌, 이끼, 둥근 기둥이 어우러져 이국적이다, 경기도 광주 진새골 마을. 교회, 미술관이 숲 속에 있어 동화 속 나라에 방문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도심을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토스카나 산골로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마을이 있다. 바로 경기도 광주의 진새골이다. 특히 그 안에 둥지를 튼 닻미술관과 진새골 교회를 둘러싼 깊은 정원을 마주하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일단 닻미술관의 건축이 단박에 마음을 홀린다. 건강한 풀숲을 지나 회랑, 중정, 둥근 나무 성문을 갖춘 유럽식 건축물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 모양새는 중세 유럽의 것과 흡사하다. 어설프게 흉내를 낸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었을 것 같은 품위를 갖춰 ‘꿈인가’ 싶기까지 하다. 중정 한가운데 서서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정원 산책을 시작하면 곳곳에 사랑을 입은 나무와 꽃들이 풍요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음에 감탄하게 된다. 붓꽃, 불두화, 찔레꽃이 꽃대궐을 이룬 정원과 너른 풀밭을 거닐다 보면 호흡을 가다듬고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명상의 길이 펼쳐지는 것이다. 삼각 지붕의 교회와 중세의 작은 성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마을이기에 저절로 그리 된다. 미술관과 교회를 사이에 둔 반짝이는 풀밭엔 여유로운 카페가 자리한다. 커피를 한 잔 하며 햇살 샤워를 즐기다 보면 푸른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이제쯤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정원의 화룡정점인 미술관을 향하는 걸 추천한다. 정원을 충분히 즐기고 난 후의 갤러리 산책은 100% 온전한 정서 충전이다. 지금 미술관에서는 한국 1세대 사진가 주명덕의 ‘집’ 전시가 한창이다. 삶이 시작되는 곳, 삶의 흔적들이 이룬 공간인 ‘집’을 주제로 한 흑백 사진전인데, 땅과 사람에 대한 온기가 넘쳐 한 컷 한 컷 마음에 남는다. 1960, 70년대의 이 기록들은 27일까지 전시된다. 인적이 드물고 고요한 공간에 빛이 새어 들어 마음이 일순 잠잠해지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주소 경기 광주시 초월읍 진새골길 184 전시 기간 ~2021년 6월27일

운영 시간 11:00~18:00 *월, 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도심 속 산소 마스크, 피크닉 가드닝전

옥상에 꾸며진 정원에서 망중한을 즐기며 한국식 들꽃을 감상하는 것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아티스트 최정화가 텃밭을 주제로 구성한 설치미술
오감 만족을 기본으로 하는 복합문화 공간 피크닉에서 이번엔 ‘정원 만들기’라는 새 전시가 한창이다. 체코의 대문호 카렐 차페크, 영화감독 데릭 저먼, 소설가 헤르만 헤세 등 자신의 정원을 돌보는데 열과 성을 다했던 이들을 소개하고 미술가 최정화, 영화감독 정재은, 화가 박미나 등 여러 작가들이 표현한 정원의 의미를 되새긴다. 무엇보다 한국조경의 선구자 정영선과 자연주의 정원의 인도자 김봉찬이 구현한 정원의 세계를 실물 영접할 수 있다. 정원을 가꾼다는 건, 흙을 가꾼다는 것이다. 또 흙은 만진다는 건 인생을 만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전시는 천천히 돌아봐야 한다. 긴 인문학 서적을 읽는다는 기분으로 말이다. 이번 전시는 그 깊이와 양이 상당하니 특히 그렇다. 그리고 정원을 주제로 하니 그 어느 때보다 긴 마음의 산책을 즐기자. 가장 오래 머물러야 할 곳은 하늘과 맞닿은 옥상 정원. 한국 조경의 선구자로 불리는 정영선 조경설계 서안 대표가 꾸민 옥상 정원은 이 전시의 백미이자 하이라이트다. 그녀는 이곳의 나무와 화초를 모두 우리나라 야생의 것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지게 했다고 말한다. 툇마루로 디자인된 휴식 공간에 앉아 넋을 잃고 휴식을 취해보자. 네이버 예약을 통해 사전 예매 후 관람해야 한다.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 전시 기간 ~2021년 10월24일

운영 시간 10:00~18:00 *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1만8000원

▶천국이 있다면 여기일까 남해 ‘섬이정원’

모네의 정원을 오마주해 정원을 꾸민 모습, 여름이 되면 짙푸른 수국이 흐드러지는 정원엔 새소리, 햇살, 호수와 폭포도 함께 어우러진다, 주인장이 머무는 노란 집 등 전원적인 오두막을 중간중간 배치해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물 푸른 남해는 눈을 두는 곳마다 감격이 넘친다. 그곳에 다랭이 논과 돌담을 품은 정원, 철마다 화려한 꽃대궐이 융단처럼 펼쳐지는 정원이 숨어 있다. 이름하여 ‘섬이정원’. 남해에서도 더 남쪽인 유구마을에 들어선 섬이정원은 1만5000㎡ 규모의 공간이다. 마음을 다해 정원을 짓고 싶었던 두 아이의 아빠가 일궈낸 보물 같은 곳이다. 정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농사를 짓는 것과 유사하다. 씨앗을 뿌리고 계절을 나며 자연의 섭리를 깨치는 과정이다. 땅이 농익고 식물과 땅이 친해질수록 정원의 풍경은 풍성해진다. 볕 잘드는 남해의 땅을 농부의 마음으로 일군 차명호 대표는 국내 식물원은 물론 유럽의 정원까지 돌며 맨손으로 공부해 이 정원을 가꾸었다. 그만큼 단 한 톨의 땅도, 꽃도 그의 손이 안 닿은 게 없다는 얘기다. 그런 소중한 정원을 언제나 찾아가 누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든다. 포근한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독특한 돌담 구조를 만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남해의 특성인 다랭이 논 구조를 살렸기 때문이다. 자연을 살린 곳이라 온화하고 따스하지만 유럽식 정원의 요소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눈에 확 들어오는 노란 집, 그 뒤편의 직사각형 연못, 모네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파란 다리, 그리스 산토리니 섬이라 해도 믿을 만한 희고 푸른 계단,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메운 꽃들이 인간이 추구하는 극강의 평화로움을 추구한다. 놀라운 건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원 뒤로 바다가 펼쳐진다! 짙푸른 남해의 수평선이 연못 뒤에 버티고 있다. ‘아, 이곳이 진정 천국이로구나!’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다.

주소 남해군 남면 남면로 1534-110 운영 시간 일출에서 일몰까지

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군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거대한 자연 그 자체 제주 ‘스누피가든’

스누피가든의 특징은 지루하지 않은 산책로. 테마 별로 나무와 풀의 구성이 다르다.
이름이 스누피여서 아이를 위한 키즈용 놀이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상 어떤 정원보다 세련되고 쾌적하며 넓은 제주의 자연 그 자체를 살린 공간이니 말이다. 2020년 7월 제주 동쪽 구좌읍에 문을 연 스누피가든은 거대하고 자연친화적인 수목원에 테마파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간이다. 일단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2만5000평(약 8만2000㎡) 규모다. 한라산 중산간에 자리한 이곳은 아부오름, 안돌오름, 백약이오름, 비자림처럼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천혜의 자연에 둘러싸인 보석 같은 곳이다. 이곳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풍요롭다’라고 할 수 있겠다. 야외에 조성된 11개의 테마 정원은 절묘하게 스누피 캐릭터들이 취미와 연결되어 있는데, 그 조화와 어우러짐이 절묘하고 아름답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비글 스카우트 캠핑장’, ‘루시의 가드닝 스쿨’, ‘피너츠의 사색 들판’ 같은. 하지만 오해는 말자. 알록달록한 모형 캐릭터들로 꾸며진 동산이 절대 아니다. 깊은 숲을 따라 산책로, 다리, 연못, 호수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되었는데 제주의 자연을 품어 황홀할 지경이다. 그 넓은 공간을 산책하는 도중 호수를 만나기도 하고, 나무 집에 오르기도 하고, 해먹에 누워 하늘을 보거나, 선탠 의자에 누워 산림욕을 하거나 시원하게 펼쳐진 풀밭에서 달리기를 할 수도 있다. 그 흐름이 자연스럽고 조경이 아름다워 남녀노소 없이 두 시간 가량 쉼 없이 걸을 수 있다. 스누피를 비롯한 찰리브라운, 루시 등의 『피너츠』 캐릭터가 군데군데 자리하고 그들의 이름으로 길의 테마가 정해진 건 사실이지만 여타의 캐릭터 테마파크처럼 화려하거나 이질적인 느낌이 없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그저 아름다운 자연을 지루할 새 없이 만끽할 장치가 되어줄 뿐이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이 야외 정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누피 캐릭터로 꾸며진 거대한 실내 전시장과 옥상 정원이 존재한다. 이곳은 입장권을 끊고 바로 마주하는 곳이라 야외 정원을 가기 위한 통로가 된다. 들어서면 아름다운 갤러리, 혹은 세련된 미디어 아트관이 연상된다. 질 좋은 콘텐츠가 이어져 키덜트의 성지가 되고도 남을 정도. 마지막으로 잊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은 건물 꼭대기의 루프톱이다. 이곳은 제주의 오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같은 곳인데 광장처럼 넓고 쾌적하다. 옥상에도 단아한 정원이 조성돼 있고 시야는 확 트여 있어 바람, 햇살, 맑은 공기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데 흔들의자, 선탠베드가 구비돼 망중한을 즐기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스누피가든의 실내 갤러리에는 『피너츠』 4컷 만화를 주제로 한 갖은 작품을 볼 수 있다.
숲속에 선탠 베드가 놓여져 있다. 피톤치드로 샤워를 할 수 있는 감사한 공간이다.
스누피 정원의 산책로는 건축, 조경, 자연을 어우르면서 끝없이 이어진다. 적어도 3~4시간 이상은 걸리는 실내외 공간이라 스케일이 상당한데도 구석구석 마음이 열리고 힐링이 되는 것이 놀라울 정도. 코로나만 아니라면 선탠 베드에 누워 산림욕을 더 느긋하게 즐기고, 정원 카페에 길게 머물며 해바라기하면 좋을 곳이다. 한 번만 가기엔 아쉬운 곳이다.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금백조로 930

운영 시간 (3~9월)매일 09:00~19:00, (10~2월)매일 09:00~18:00

입장료 성인 1만8000원, 청소년 1만5000원

[글 우주엔 사진 우주엔, 섬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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