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챕터투] 박지성 향한 악플, 잘못된 '추도'로 희미해진 '슬픔'

김태훈 2021. 6. 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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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겨 고인을 기리며 추억하기도 모자랄 시간에 일부 네티즌들의 선 넘는 악플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 축구 레전드 유상철 전 감독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난데없이 박지성 전북현대 어드바이저가 악플 세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유상철 전 감독 빈소에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함께 뛰었던 박지성이 왜 조문을 오지 않느냐"는 비난을 담은 악플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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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상철 전 감독 조문 불참 놓고 박지성 향한 악플 '빈축'
도 넘은 비난에 축구계 인사들도 씁쓸 "이게 애도인가"
분노와 비난으로 점철된 상황에 고인 앞에 모두가 부끄럽게 돼
고 유상철 감독과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함께 뛴 박지성. ⓒ 뉴시스

슬픔에 잠겨 고인을 기리며 추억하기도 모자랄 시간에 일부 네티즌들의 선 넘는 악플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 축구 레전드 유상철 전 감독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난데없이 박지성 전북현대 어드바이저가 악플 세례를 받고 있다.


9일 장례식에는 고인과 한일월드컵 4강 기적을 일궜던 황선홍 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최진철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 등이 함께 했다. 장례식은 유족 뜻에 따라 축구인장으로 열렸다. 고인의 아내와 세 자녀 및 생전 유상철 감독과 가까웠던 축구인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렸다.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 멕시코전에서 유상철과 함께 ‘오대영 감독’으로 몰렸던 히딩크 감독을 구출한 골을 합작했고, 2002 한일월드컵 신화를 함께 쓴 박지성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박지성은 영국에 머물고 있어 장례식에 올 수 없었다. 비보를 접하고 즉시 귀국한다고 해도 의무적인 자가격리(14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문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유상철 전 감독 빈소에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함께 뛰었던 박지성이 왜 조문을 오지 않느냐”는 비난을 담은 악플을 퍼부었다. 해당 네티즌들은 "조문은커녕 추모 메시지나 근조조차 안 보내느냐", "거스 히딩크 전 감독도 추모 메시지를 냈다"고 쏘아댔다.


박지성이 SNS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향한 비난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아내인 김민지 전 아나운서의 유튜브 채널(김민지의 만두랑)이 타깃이 됐다. 악플 공격이 계속되자 김 전 아나운서는 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슬픔을 입증하라? 응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며 "남편이 어떤 활동을 하든 문제가 없는 개인의 영역을 누군지도 모르는 그분들에게 보고해야 할 이유가 나에게나 남편에게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박지성 전북현대 어드바이저. ⓒ 전북현대

박지성이 한국 축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레전드 유상철의 충격적인 사망이라는 무게를 떠올릴 때, 유상철 비보가 알려진 직후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박지성이 도를 넘은 악플의 희생양이 될 만한 언행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조문 여부와 별개의 문제까지 끌고 들어와 이슈화 시키며 인신공격성 글을 남긴 것은 저의를 의심케 한다.


전날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상철 전 감독의 발인식에 참석한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영국에 있는 박지성 어드바이저가 직접 연락해 와 '참석하지 못해 죄송하다. 유 전 감독을 잘 보내드리길 부탁하고 추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지성은 조만간 귀국하면 유 전 감독의 묘소가 있는 충북 충주시 진달래메모리얼파크를 찾을 예정이다. 그때도 ‘이제야 왔냐’는 식의 비아냥거림을 이어간다면, 유상철을 진정 사랑하고 애도하는 축구팬인지, 그저 박지성을 쏘아붙이기 위한 악플러에 불과한 것인지 정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슬픔 속에도 빈축을 사게 하는 이 상황에 대해 “지금 이럴 때인가. 이것이 진정한 올바른 추도이고 애도인가”라는 축구계 인사의 말까지 들린다. 분노와 비난으로 점철된 구부러진 추도로 인해 고인 유상철 감독 앞에서 모두가 부끄럽게 됐다.

데일리안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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