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당돌함이 무기' 정상빈이 손흥민과 닮은 점

한준 기자 2021. 6. 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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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빈(왼쪽)과 손흥민.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K음바페' 정상빈(19, 수원 삼성)이 국가대표팀 데뷔전에서 출전 5분 만에 데뷔골을 터트리며 스타성을 다시금 증명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잔여 일정을 치르는 6월 대표팀에 전격 발탁한 정상빈은 9일 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스리랑카를 상대한 5차전 경기 후반 27분에 김신욱을 대신해 투입됐다.


이미 4-0으로 점수 차이가 벌어진 상황이었고, 스리랑카 수비수 라후만이 후반 11분 퇴장 당한 상황이었지만 의미 없는 골은 아니었다. 스리랑카가 경기 내내 전원 수비로 문전 공간을 지웠고, 후반전에도 육탄 방어를 펼쳐 일방적인 흐름에 비해 골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라후만이 퇴장 당한 이후 한국 대표팀이 넣은 골은 정상빈의 문전 슈팅이 유일했다. 정상빈은 후반 32분 이동경의 슈팅이 골문 밖으로 향하던 것을 돌려 넣었다. 운이 따른 상황이었지만 골 냄새를 잘 맡았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다.


정상빈은 후반 36분에도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벗어났다. 추가 시간을 포함해 20분 남짓 뛴 경기에서 2차례 슈팅에 한 골, 6개의 패스 연결을 모두 성공시키며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수원 유스 매탄중 주장으로 왕중왕전 우승을 이끌었던 정상빈. 강경훈 경남공고 감독 제공

◼︎ '19세' 정상빈이 남다른 이유는 '대범함'


상대가 스리랑카였지만 정상빈이 데뷔전에서 보인 대범함은 인상 깊었다. 주눅 들지 않고 과감하게 돌파하고 슈팅했으며 웃으며 경기했다. 이러한 모습은 이날 벤치에서 휴식한 대표팀 주장 손흥민(29, 토트넘 홋스퍼)을 떠올리게 했다. 


손흥민은 10년 전 2011년 아시안컵을 통해 국가 대표 무대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1년 1월 18일 인도와 아시안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4-1로 승리한 경기의 네 번째 골로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다. 두 번째 골은 2년 뒤 카타르를 상대로 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기록했다.


정상빈이 손흥민과 비슷한 점은 17세 이하 월드컵을 치른 뒤 19세 대표, 올림픽 대표 등을 거치지 않고 국가 대표로 직행했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2009년 FIFA U-17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알제리, 나이지리아전에 득점하며 8강 진출을 이끌었다.


2019년 브라질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에 참가한 정상빈도 조별리그 프랑스전에 득점했고, 8강까지 올랐으나 멕시코전 패배로 4강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21시즌 수원 삼성 소속으로 프로 선수로 데뷔해 빠르게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찼다.


함부르크에서 데뷔해 유럽에서 프로 경력을 10대의 나이로 시작한 손흥민과는 차이가 있으나, 정상빈 역시 데뷔 시즌 전북 현대, FC 서울 등 강팀을 상대로 자신만만한 플레이를 펼치며 신드롬을 일으켜 주목 받고 있다.


과감하고 빠르며 양발 슈팅이 좋다는 점에서 정상빈은 손흥민의 후계자로 불릴 조건을 갖췄다. 정상빈은 자신이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프랑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를 딴 'K음바페'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음바페 역시 측면과 전방을 오가는 전천후 공격수이며, 어린 나이에 남다른 대범함과 침착함을 바탕으로 빠르게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9년 FIFA U17 월드컵 프랑스전에 득점한 정상빈. 대한축구협회 제공

◼︎ 정상빈 육성한 강경훈 전 매탄중 감독의 분석


정상빈은 매탄중, 매탄고를 거친 수원 삼성 유소년 팀의 걸작이다. 매탄중 시절 정상빈을 지도한 강경훈 현 경남공고 축구부 감독은 "상빈이는 어릴 때부터 정신적으로 강한 선수였다. 대범했다. 도전적인 플레이가 좋았다"고 했다.


물론 대범함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기술, 스피드, 체력, 스피드를 이용한 드리블, 공간 침투 능력, 득점력이 어릴 때부터 정말 좋았다"는 설명도 뒤를 이었다.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스피드와 축구 지능, 해결 능력이 대범한 성격과 맞물려 어린 나이에 빛을 발한 것이다. 


기술 좋은 선수, 빠른 선수, 결정력이 좋은 선수는 또래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강경훈 감독은 정상빈이 가장 달랐던 점으로 "성격적인 면"을 꼽았다.


"잘하는 선수가 중학교나 어릴 때 잘하다 보면 쉬고 싶을 때도 있고, 그럴 때가 있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고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였죠. 어려서부터. 성실했어요."


프로 데뷔 시절부터 '애어른'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권창훈이나, 차세대 수원 공격수로 꼽히는 오현규 등 어린 나이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진중하며 겸손하다는 성격적 특징을 공유한다. 주눅 들지 않지만 자만하지도 않는다.


강경훈 감독은 유소년 축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 상당수가 프로 무대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곧바로 프로 무대로 활약을 이어가는 선수들의 특징을 설명했다.


"제가 봤을 때는 일단 선수가 포지션이 어디가 됐든 스피드, 가속 능력이 있어야 해요. 어릴 때 보면 힘이 있고 파워 좋아서 힘으로 축구를 하고 누르 는 축구 보다는 볼을 다루는 기술이 세밀하고 정확한 선수가 나중에 같은 힘이 되고 성장을 했을 때 훨씬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것들이 경쟁이 있는 거 같아요. 거기에 정신적인 면도 중요하죠."


대범한 성격은 플레이의 공격성과 템포에도 영향을 미친다. 강경훈 감독은 유소년 선수를 지도하며 가장 중요시 한 것으로 공을 받을 때 공격 방향으로 열어 놓는 것을 꼽았다. 


"유소년 선수들을 많이 가르쳐 보다 보니까 성공을 하는 선수, 실패한 선수의 유형을 많이 봐왔어요. 공격적인 볼 컨트롤 능력, 볼이 없을 때 움직임, 침투하는 능력, 공을 공격 방향으로 열어 놓고 공을 받는 것, 기술적으로 세밀한 선수가 성공합니다. 국가 대표 선수와 프로 선수들이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이런 작은 부분에서 큰 선수와 보통 선수가 갈려요."


레알 소시에다드 현지 취재 중 만난 유소년 디렉터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사비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성공하고, 아시에르 이야라멘디는 실패하고 돌아온 이유를 설명하며 "선수의 성공 요인에는 성격적인 요소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성격과 인성적인 면에 대해서도 개발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강경훈 감독도 수원 삼성 유소년 팀이 선수들의 기술적, 전술적인 면 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도 어려서부터 교육 시킨다고 강조했다.


"그 당시에 수원은 육성 프로그램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중이었어요. 지금도 프로 산하 유스 팀에 12세 15세 18세가 연계되죠. 수원 삼성만의 철학, 프로그램, 같은 전술 시스템 연령별 훈련 프로그램을 그때 만들었어요. 어떤 선수를 발굴하고, 어떻게 훈련 시킬지, 프로 팀에 살아 남을 선수를 만들 것인지 회의도 많이 했죠. 선수들의 멘탈적인 면, 심리 교육도 많이 했어요." 


매탄중을 맡기 전 중학 시절 제자로 주세종과 이주용 등 국가 대표 출신을 이미 배출한 바 있는 강경훈 감독은 정상빈의 성공을 보며 유소년 지도자는 대회 우승이 아닌 선수 배출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수원 삼성 유스 팀에 7년 있었어요. 12세, 15세 다 해서 우승을 10회 이상 했어요. 우승하면 그때만 좋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죠. 하지만 국가 대표 선수를 키우고 나서, 월드컵 예선이나 월드컵 본선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영광스러운 기분이 들고 자부심과 기쁨이 훨씬 더 큽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강경훈 경남공고 감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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