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함성 그때 그 자리.. 라벤더가 전하는 보랏빛 향기
전북 고창군은 농생명과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갖춘 지역으로 꼽힌다.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학원(鶴苑)농장과 선운산, 고창읍성, 구시포해수욕장, 운곡 람사르습지, 고인돌 유적 등 볼거리가 늘려 있다.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인근에 축구장(7140㎡) 2개 규모의 라벤더 정원이 지난 5월 28일 문을 열었다. 농업회사법인 ㈜고창청농원은 전체 면적 6만6000㎡(2만평) 가운데 1만3000㎡(4000평)을 라벤더 정원으로 조성해 7월 11일까지 일반인에게 개방 중이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라벤더는 나무 전체에서 향을 내는 관목으로 높이 1m까지 자란다. 좁은 잎과 가느다란 줄기 끝에 보라색 꽃이 핀다. 현재 일부를 제외하고는 만개 상태다. 청농원은 앞으로 여름에는 수국으로, 가을에는 핑크뮬리로 물든다.
청농원은 동학혁명 지도자인 남계 배환정 선생이 태어난 터 주변에 그의 후손들이 복분자 등 작물 심기·수확 체험 공간과 한옥 체험장 등으로 꾸민 소규모 관광농원이다. 배태후 청농원 대표의 고조할아버지인 배환정 선생은 1894년 전봉준 손화중과 함께 고창 선운사에서 구국안민을 맹세하고 동학혁명의 최초 봉기를 주도한 동학의 접주였다. 황토재, 황룡촌, 우금치 전투 등 여러 전투에 참가했으나 체포돼 옥고를 치렀으나 문중의 도움과 평소 배푼 인덕으로 풀려났다고 한다.
청농원 가운데에 자리한 독채 한옥 ‘술암제’는 외딴집이다. 방과 대청, 부엌이 ‘一’ 자형으로 붙어있는 겹집 구조로, 대청을 끼고 방 5개와 다락방 2개를 들였다. 술암제는 가족 같은 소규모 여행에 딱 맞는 집이다. 내부는 일부 현대식으로 개조됐다. 산촌의 독가촌처럼 주변 마을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고요함과 아늑함을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다.
학원농장 청보리밭은 6월 들어 금빛 물결을 이룬다. 얕은 구릉에 펼쳐진 파노라마 풍경은 답답한 회색빛 빌딩에 갇혀 살던 이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한다. 끝 간 데 없이 이어진 보리밭은 푸르름을 자랑할 때도, 황금빛 들판으로 변모했을 때도 그 자체로 하나의 멋진 경관이다.
공음면과 접한 아산면에 들어서면 독특한 바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표적인 것이 병바위다. 높이 35m의 바위가 윗부분이 크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잘록해 병을 거꾸로 세워 놓은 모양 같기도 하고 멀리서 보면 사람 얼굴 같기도 하다.
병바위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선동마을 뒤 선인봉의 신선이 잔칫집에서 몹시 취해 쓰러지며 한 발로 소반을 걷어차자 소반 위 술병이 굴러떨어져 강가에 거꾸로 꽂힌 게 병바위가 됐다고 한다. 소반도 굴러 병바위 옆 소반바위가 됐다. 그 유래에 따라 반암·호암마을이 탄생했다. 병바위 암벽 노출부의 울퉁불퉁 벌집 모양으로 파인 구멍은 오랫동안 비바람 등에 의한 풍화작용 때문에 진안 마이산 형태의 타포니 구조를 갖고 있다. 2017년 9월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됐다.
옆에는 전좌바위(두락암)라 부르는 바위가 있다. 칼로 자른 듯 수직 절벽 속에 작은 정자 두암초당(斗巖草堂)이 자리한다. 방 한 칸, 마루 두 칸의 협소한 정자다. ‘산고수장’(山高水長) ‘고산경행’(高山景行) 현판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김소희 명창이 득음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구암마을 주변에는 유난히 바위가 많다. 병바위와 소반바위를 비롯해 안장바위 선바위 형제바위 벌바위 탕건바위 사자바위 병풍바위 등 큰 기암괴석이 아홉 개나 자리하고 있어 구암(九巖)이란 지명을 얻었다.
라벤더 정원 개방 기간 술암제 미운영
풍천장어·두부·한과… 이색 건강 음식
서울에서 승용차로 학원농장이나 청농장으로 간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선운사나들목이나 고창나들목으로 빠지면 가깝다. 청농원의 라벤더 정원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둘러볼 수 있다. 1인당 입장료는 3000원이고, 14세 미만은 무료다. 라벤더 정원이 개방되는 기간에는 술암제가 운영되지 않는다. 조용히 쉬고 싶어 하는 투숙자들이 정원 방문객들에게 방해받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다.
고창의 별미로는 풍천장어를 꼽는다. 선운사로 드는 길목에 장어구이집이 즐비하다. 학원농장에서는 보리비빔밥, 메밀국수 등을 맛볼 수 있다. 선운산 초입에 '선운산 관광호텔'이 있고, 고창읍내와 선운산 입구에 모텔과 여관이 몇 곳 있다.
구암마을에서는 전통의 맛을 접할 수 있다. 부녀회와 청년회를 중심으로 생산·판매 중인 웰빙 두부와 할매손맛 한과다. 모두 이 마을에서 생산한 재료로 만드는 인기 간식거리다.
고창=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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